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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안은 전쟁터지만…맞아, 밖은 지옥이었어”

[기타] | 발행시간: 2015.01.31일 12:25
[한겨레] [토요판] 커버스토리


직장인들이 본 ‘미생’

드라마 ‘미생’. 사진 tvN 제공

미생 신드롬을 이끈 주체는 “이건 내 얘기다”라고 공감했던 직장인들이었다. 이들은 미생에 등장하는 인물 중에 가장 공감가는 캐릭터를 꼽아 감정을 이입했고, 특정 장면에선 자신들의 경험과 유사하다며 무릎을 쳤다.

의료기기 업체에 근무하는 직장인 김아무개(31)씨는 미생에서 현장을 중시하는 신입사원 한석율에게 공감했다고 했다. 직장 생활 5년째를 맞은 김씨는 과거 2년간 다닌 버스운수 회사에서 현장 노동자들과 다름없는 버스기사들과 몸을 부대끼며 일했다. 김씨는 “미생에서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사무실로 들이닥쳐 ‘우리는 더 이상 기계를 못 돌리겠다’고 하고, 직장 상사는 그들에게 윽박지르며 맞서자, 한석율이 나서서 중재하는 모습을 보며 예전의 경험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김씨는 버스운수 회사의 배차를 담당했다. 당시 운수회사의 대표는 버스 운행계획표를 빡빡하게 잡아 기사들의 원성을 샀다. 김씨는 “예를 들어 오전에 대기업 통근, 대학교 통학에 이어 오후에 초등학교 현장학습, 학원, 스키장 셔틀까지 운행하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 바쁠 땐 기사들이 하루에 4시간도 자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한번은 기사들 수십명이 사무실로 몰려와 “힘들어서 더 이상 일 못하겠다”며 일정 조정을 요구했지만, 회사의 임원은 “그거 하나 통제 못하냐”며 직원들을 타박했다. 양쪽의 압박을 받은 김씨는 결국 기사들을 설득해 다시 일터로 보내야 했다. 그는 “기사들이 좀 거칠어서 한석율처럼 멱살 잡히거나 욕먹었던 경험이 있다”고도 했다.

미생과 같은 무대인 종합상사에 다니는 김아무개(33) 대리는 “같은 업종이라서 더욱 흥미롭게 만화와 드라마를 봤다. 아무래도 같은 직급이라서 그런지 역할이 비슷한 김동식 대리에게 공감이 간다”고 했다. 그는 미생의 김 대리처럼 팀장과 사원 사이에서 중간자적인 역할을 한다. 업무도 꼼꼼히 처리해 사내에서도 “미생 김 대리랑 비슷하다”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 그는 “비록 오상식 차장, 장그래 사원 같은 동료는 없지만 김 대리는 조직에서 꼭 필요한 존재다. 그런 역할을 하는 사람이 없으면 업무적으로나 소통 면에서 막힌 팀이 된다”고 말했다.

부동산 개발업체 티알지리츠의 이준혁 대리는 회사 생활 4년차다. 이 대리는 공을 가로채고 책임을 떠넘기는 한석율의 선임을 보고 자신의 입사 초년 시절이 떠올랐다. 그는 “어딜 가나 그런 사람은 있다. 당시엔 힘들었지만, 조금씩 업무를 파악하며 힘을 키울 수밖에 없다. 그땐 그 사람이 바둑돌 열개를 두고 시작하는 게임이라면, 점점 나도 바둑돌을 두면서 힘의 균형을 잡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 은평구의 한 은행에 근무하는 서윤석(30)씨는 본래 가수 지망생이었다. 2년여간 가수 데뷔를 준비하며 꿈을 키워갔지만, 현실의 압박은 만만치가 않았다. 2년간 문을 두드려도 기약이 없었던 가수의 꿈을 접고, 은행에 들어온 시기는 1년 4개월 전이다. 아직까지는 지점의 막내로서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없지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다.

서씨는 “다른 분야에서 실패하고 돌아온 경력 때문인지 유독 장그래에게 공감이 갔다. 요즘 신입사원들 중에는 지점에서 1~2년 창구업무를 보다가 그만두는 분들이 꽤 있는데, 이렇게 경력을 쌓다 보면 본부와 지점을 돌며 다양한 업무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을 왜 안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남들보다 절박하게 시작했기에 더 참을성 있는 태도를 보이는 것도 장그래와 닮았다.

대기업 법무팀에서 근무하는 입사 12년차 송아무개(37) 과장은 미생의 선 차장처럼 아이를 키우며 일하는 워킹맘이다. 이제 과장 3년차인 그는 친정 부모가 아이 둘의 양육을 분담하고 있다. 송씨는 “차장, 부장까지 승진한 여자 선배들은 모두 친정 부모가 아이를 키워주고 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면서 10년 이상 직장 생활을 하는 여성은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기 힘든 이유로 송씨는 한국 특유의 야근 문화를 꼽았다. 그는 “우리나라 직장에선 자기 일을 다 마쳐도 상사가 야근하면 눈치가 보여 퇴근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더군다나 요즘은 회사가 고과를 기준으로 감원을 하는 분위기라서 괜히 미운털 박혀 나쁜 고과를 받지는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가전업체에서 상품기획 업무를 담당하는 김아무개(32) 대리는 “직장 생활을 실감나게 그려 재밌었다지만, 상사들의 고압적인 태도는 좀 과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대리가 근무하는 회사에서는 팀원이 팀장의 리더십을 평가하고, 이것이 인사고과에 중요하게 반영되기 때문에 고압적인 팀장은 드문 편이라고 했다. 같은 여성 직원으로서 미생에 등장하는 안영이와 선 차장을 눈여겨봤다는 그는 “전부 다는 아니지만 실제로도 대부분의 여성 직원들이 그들처럼 똑 부러지게 일을 잘한다. 다만 여성 시니어들이 사내에서 몸을 사리고, 정치에 능숙하지 못한 것은 실제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벤처기업, 제조업체를 거쳐 통신업종에서 근무하는 직장 생활 18년차 최아무개(44) 차장은 후배 직장인들이 선망하는 오 차장에 대해 다른 견해를 폈다. 최 차장은 “오 차장은 지나치게 원칙주의자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좋은 게 좋은 건 아니더라도, 서로 조율하는 그런 절차가 있는데 오 차장과 같은 캐릭터는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그가 인상 깊게 본 장면은 영업 3팀이 희토류 사업을 진행하다가, 우연히 식당에서 마주친 임원에게 업무를 뺏기고서 갑자기 허기를 느껴 허겁지겁 식사를 하는 모습이다. 최 차장은 “비슷한 일을 겪은 적이 있는데, 그때의 심정을 실감나게 보여줬다”고 말했다.

미생에서 보여지는 모습을 이질적으로 느끼는 직장인도 있었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주차장 공간을 공유하는 업체인 파킹스퀘어의 이진구 전략기획팀장은 “종합상사의 업무가 너무 딱딱하고 재미없어 보였다. 저렇게 일해서 과연 보람이 있을지 신기하기도 했다. 벤처기업에선 일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말했다. 그런 그가 깊이 공감한 미생의 대사는 “회사 안은 전쟁터라고? 밖은 지옥이다”였다. 그 역시 벤처기업을 옮겨다니며 두어달 쉰 적이 있다. 그는 “일자리를 찾지 못한 그 시기가 정말 괴로웠다. ‘밖은 지옥이다’는 표현이 정말 와닿았다”고 털어놨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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