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위대 대치 장면(출처: Bastillepost)
[홍콩타임스 박세준 기자] 홍콩의 ‘반(反) 요우커(遊客)’ 시위가 격화되는 모습이 심상치 않다. 지난달 28일 싼까이(新界) 윈롱(元朗)에서 수백 명의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 33명이 체포당하고 5명의 경찰이 부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시민단체 ‘열혈공민(熱血公民)’과 ‘본토민주전선(本土民主前線)’은 2월 28일 윈롱에서 ‘윈롱 광복 행진(光復元郞遊行)’을 벌였다. 이들에 따르면 이 행진의 목적은 수많은 본토 관광객들과 병행수입업자들이 싼까이 등 본토에 가까운 지역에서 생필품을 ‘싹쓸이’하는 것을 비판하고 본토 관광객들에게 ‘점령’당한 윈롱을 ‘해방시키는’ 것이었다.
▲ 시위 장면
실제로 셩수이(上水) 등 싼까이 일부 지역에서는 본토 보따리상들이 분유 등 생필품과 화장품을 닥치지 않고 구매하는 바람에 상점의 가판대가 텅 비어 있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으며, 도심인 홍콩섬보다 오히려 물가가 비싼 역전 현상도 심심찮게 확인할 수 있다.
이날 시위는 시위대가 친(親)중국단체인 ‘홍콩을 사랑하는 목소리(愛港之聲)’ 회원들과 충돌하면서 격화됐다. 시위대는 행진 중 “본토 관광객들은 집으로 돌아가라” “본토인들은 중국제 물건을 사서 써라” 등의 구호를 외쳤고, 반대파 친중국단체 회원들은 이들을 향해 욕설을 하며 분위기가 험악해져 물리적인 충돌까지 빚어졌다. 결국 경찰은 곤봉, 후추스프레이 등을 통해 충돌을 진압했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와 일부 기자들이 후추스프레이에 피해를 입었다. 한편 지난 튄문(屯門), 샤틴(沙田) 시위를 겪은 시위대 중 일부는 옷 안에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있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 후추스프레이를 살포하는 홍콩 경찰.
이번 시위를 대하는 윈롱 현지 주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시위에 반대하는 시민들은 “관광객들이 물건을 사 주지 않는다면 경제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날 시위대가 도로를 점거하고 시위를 이어 가면서 윈롱 일대 교통은 마비됐고, 30여 개의 상점은 장사를 포기하고 문을 닫았다. 반면 일부 시민들은 “관광객들이 오면 물건 자체를 구하기가 힘들고 값도 오른다. 결국 이득을 보는 것은 돈 많은 가게와 건물 주인들 뿐”이라며 시위대에 지지의 목소리를 보탰다.
이처럼 홍콩 주민-본토 관광객간의 갈등이 높아지면서 홍콩정부 역시 사태를 예의주시하는 모양새다. 청빙렁(張炳良) 운수주택국(運輸及房屋局: 국토교통부에 해당) 국장은 1일 “관광객이 많은 것은 좋은 일이지만, 너무 많아도 (홍콩에) 압박을 줄 수 있다”며 “홍콩 주민들이 일상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지 않도록 정책을 통해 해결해 나갈 수 있기 바란다”고 밝혔다.
<용어사전: 요우커(遊客)>
‘요우커(遊客)’란 중국어로 관광객을 가리킨다. 중국의 소득수준 상승으로 해외여행객이 늘면서 ‘요우커’는 여행, 소매업계 등에서 중국인 관광객을 일컫는 단어로 자리잡았다. 한국에서 요우커는 관광객 중 ‘큰손’으로 대접받으며 긍정적인 의미로 쓰이지만, 홍콩의 본토 관광객들은 각종 생필품을 싹쓸이하고 지역의 물가를 올려 놓으며 큰 가방으로 인도 보행에 불편을 주는 등 현지 주민들의 눈총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