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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팩트] 다국적 축구기업, 만수르와 레드불의 실체

[기타] | 발행시간: 2015.04.24일 09:52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2015년 1월,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 팬들은 혼란에 빠졌다. 2014/2015시즌 전반기만 맨체스터시티에서 뛰고 뉴욕시티로 돌아갈 줄 알았던 프랭크 램파드가 맨시티에 남기로 결정했다. 당시 알려진 바에 따르면 램파드는 2015년 신생팀 뉴욕시티 소속이었다. 맨시티엔 반년 기한으로 임대됐을 뿐이었다. 그런데 12월 31일이 지나도 램파드가 미국으로 날아가지 않았다. 오히려 2014/2015시즌을 맨시티에서 끝까지 소화한다는 발표가 났다.

뉴욕시티 팬들은 창단 멤버가 될 줄 알았던 램파드가 반년 뒤에나 합류한다는 소식에 반발했다. 잉글랜드 안에서도 ‘처음부터 첼시의 라이벌 맨시티에서 뛸 생각이었냐’는 비판이 따랐다.

램파드와 두 구단이 전말을 밝혔다. 처음부터 임대는 없었다. 램파드는 두 구단을 아우르는 시티풋볼그룹(CFG)과 계약하고, 산하 구단 맨시티와 ‘반년 만에 자동 해지할 수 있는 1년 계약’을 맺은 상태였다. 그러나 맨시티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이자 해지 조항을 발동시키지 않고 한 해를 모두 채우기로 한 것이다. 뉴욕에서 맨체스터로 임대된다는 당초 발표는 일종의 거짓말이었다.

축구계 국제 재벌의 등장

축구 클럽은 하나의 프로 팀과 그 산하 구단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상식이다. CFG의 개념은 다르다. 한국의 재벌 기업이 여러 계열사로 구성되는 것처럼, 여러 구단이 하나의 그룹 아래 묶여 긴밀하게 운영된다.

CFG는 아랍에미리트(UAE)계 자본인 아부다비유나이티드그룹(ADUG) 산하의 지주 회사다. 2008년 맨체스터시티를 인수하며 첫발을 뗀 뒤 호주의 멜버른시티, 미국의 뉴욕시티, 일본의 요코하마마리노스로 세를 확장했다. 최근 서울이랜드FC를 비롯한 K리그 구단과도 협상을 벌이다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맨시티가 EPL에서 우승하며 CFG 프로젝트가 본격화됐다면, 에너지드링크 기업 레드불은 더 밑바닥부터 시작해 빅리그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팀 이름에 레드불 또는 RB가 붙은 주요 구단은 총 5개 나라에 위치해 있다. RB라이프치히(독일), 레드불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 뉴욕레드불스(미국), 레드불가나, 레드불브라질이다. 특히 레드불 기업의 본산지인 오스트리아와 명문 구단으로 발돋움이 가능한 독일이 핵심 공략 지역으로 꼽힌다.

레드불은 2009년 변변한 프로팀이 없던 구동독 지역의 라이프치히에 RB라이프치히를 창단한 뒤 집중적인 지원으로 빠르게 성장시켰다. 5부에서 출발한 뒤 5년 만에 3차례 승격, 현재 2부 5위로 성장했다. 다음 시즌 1부 승격도 바라볼 수 있는 순위다. 라이프치히와 잘츠부르크의 거리는 서울-제주도보다 가깝다. 두 팀 단장은 분데스리가 감독 출신 랄프 랑닉이 겸임하고 있다. 같은 경영자가 두 팀을 모두 이끌며 서로 상승 효과를 내기 위한 구조다.

다국적 구단, 일종의 다국적 자본

CFG와 레드불 산하 팀들은 기존 축구계의 제휴구단 관계와 질적으로 큰 차이를 보인다. 별개의 구단이 제휴를 맺은 것이 아니라, 애초에 같은 주체가 설립해 긴밀한 협조 속에 운영하는 형태다. 레드불이 구단을 설립한 지역을 보면 운영 방식도 짐작할 수 있다. 유망주가 많이 나는 아프리카(가나)와 남미(브라질)에서 선수를 수급한 뒤, 유럽의 변방 리그인 오스트리아에서 성장시키고, 빅리그인 분데스리가에서 활용한 뒤, 말년은 뉴욕에서 보내도록 할 수 있다. 어떤 연령, 어떤 능력의 선수든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기존 명문 구단도 국제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려는 시도를 지속해 왔다. 한국에도 진출을 시도했던 바르셀로나 축구학교가 단적인 예다. 후발주자로 뛰어든 ADUG나 레드불은 하나의 홈구장에 얽매이지 않는다. 처음부터 각국 구단을 동시에 운영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도다.

이런 현상은 축구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신자유주의 시대의 다국적 기업, 또는 다국적 자본의 개념이 축구계에도 뒤늦게 등장한 셈이다. 국경에 얽매이지 않는 자본은 각 나라의 실정법을 우회하거나, 혹은 국제적 압력을 넣어 무산시키는 식으로 초법적인 경영을 할 수 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축구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램파드 영입건은 축구계의 다국적 기업이 일종의 편법을 구사한 단적인 사례다. 지난 1월 EPL 측은 “램파드는 2014/2015시즌 끝까지 맨시티와 계약되어 있다. CFG나 뉴욕시티는 계약서에 등장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CFG 관계자는 “EPL의 발표는 사실을 담고 있지만, 법적인 표현이라는 점을 고려해 달라. 일반인들은 혼동할 수 있다”며 “정확히 이야기하면 램파드는 뉴욕 시티가 아니라 CFG와 계약을 맺은 것”이라고 했다.

CFG가 계약서상 ‘갑’으로 직접 등장하진 않았지만, 사실상의 계약 주체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원칙상 계약서의 두 주체는 구단과 선수여야 한다. 다른 주체가 등장하는 건 선수 이적에 관한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 제 18항을 위반하게 된다. 이 때문에 계약서에는 기존 구단들처럼 단일 클럽만 기재한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구단의 영향력은 위에 소개된 4~5개 클럽에서 그치지 않는다. 선수를 찾고 육성하기 위한 네트워크는 더 범위가 넓다. CFG는 덴마크, 가나, 포르투갈, 코트디부아르, 미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곳곳에 제휴 구단을 두고 있다. 요코하마마리노스는 동아시아 마케팅 기지로 쓰일 수 있다.



이정우 영국 에든버러대학교 스포츠경영학과 교수는 “운동선수를 인력자본으로 본다면, 다국적 구단의 운영 방식은 다국적 기업의 외국인직접투자(FDI)나 수출산업단지에 대한 투자와 비슷한 면이 있다. 아프리카 선수를 저렴하게 육성해 유럽리그로 유입시키는 건 곧 수출산업지역에 대한 직접 투자와 같다”고 설명한다. 운동선수를 노동력으로 본다면 “다국적 기업이 개발도상국의 값싼 노동력을 착취하는 구조”와도 유사한 형태를 띤다.

규정 무시하는 국제세력, K리그도 주시

기성 축구계는 CFG나 레드불의 시도가 달갑지 않다. 특히 보수적인 독일 축구계는 레드불의 프로 축구 진입을 지속적으로 견제해 왔다. 구단명에 특정 기업명을 넣으면 안 된다는 규정 때문에 RB라이프치히의 RB는 레드불의 약자가 아니라 ‘Rasen Ball(잔디 위에서 하는 종목, 축구를 의미)’의 약자다. 교묘하게 레드불을 연상시키는 문구를 삽입한 셈이다. 구단 엠블럼도 처음엔 레드불 로고를 그대로 썼으나, 리그의 수차례 지적에 묘하게 다른 그림으로 바꾸었다.

레드불은 분데스리가 진입의 가장 큰 장벽이었던 ‘50+1’ 제도를 이미 우회했다. ‘50+1’은 특정 투자자가 과반수 이상의 구단 지분을 가질 수 없다는 조항이다. 이 제도 때문에 분데스리가에는 구단주나 모기업이 존재할 수 없다(볼프스부르크와 레버쿠젠은 역사성을 인정받아 예외). 그러나 라이프치히는 이사회 등록 규정을 조정해 일반 회원의 접근성을 낮췄고, 물갈이가 대폭 진행된 뒤 이사회는 대부분이 레드불측 인사로 구성됐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레드불은 50+1을 깨지 않았지만 그 정신은 깬” 셈이다.

기존 구단들이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느낄 만큼 다국적 구단의 잠재성은 크다. 글로벌 기업의 자본을 업고 있는데다 다국적 네트워크가 힘을 보탠다. CFG 구단들은 EPL 정상을 밟은 맨시티를 축으로 삼아 각국에서 성장하고 있다. RB라이프치히는 레드불잘츠부르크 선수들이 도르트문트(케빈 캄플) 등 다른 팀으로 이적해버리는 바람에 선수 수급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최근 1부 구단 베르더브레멘의 주전 공격수 다비 젤케를 전격 영입하며 다시금 야심을 드러냈다.

새로운 현상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일 수도, 혹은 기형적인 것으로 보고 규제에 나설 수도 있다. 이정우 교수는 “다국적 구단 사이에서 헐값으로 선수가 오고간다면 공정한 거래라고 볼 수 없다”며 “스포츠 기구, 시민 단체, 팬 연합체가 연대해 다국적 자본의 행위를 감시하고 견제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지금은 주로 유럽에서 일어나는 흐름이지만 다국적구단은 K리그와도 무관하지 않다. 신생팀인 서울이랜드FC를 비롯한 몇몇 구단은 지난해 CFG의 투자 제안을 받았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큰 시장이자 가장 좋은 선수 수급처 중 하나다. 다국적 축구 기업의 인수 제의는 앞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이웃 일본의 요코하마마리노스가 보여줄 행보는 K리그에도 참고가 될 전망이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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