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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바로 지옥입니다"

[기타] | 발행시간: 2015.05.05일 04:05

ⓒ시사IN 신선영 네팔 카트만두 파슈파티나트 사원의 화장터 아르야가트에서 지진으로 아들을 잃은 한 아버지가 화장 모습을 지켜보며 오열하고 있다.

"어디가 지옥이냐고요? 아마 여기일 겁니다." 4월25일 규모 7.8의 강진이 네팔 수도 카트만두의 시타파일라를 덮쳤다. 만모한 병원 응급실에서 만난 비노드 라마 씨(55)는 지진이 발생한 순간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시사IN 신선영 박타푸르 임시 천막에서 지내는 주민들이 전기가 끊어진 집에 들어가 쓸 만한 물건들을 꺼내고 있다(위).

가족들과 점심을 먹던 중 땅이 심하게 흔들렸고, 1분도 지나지 않아 천장이 얼굴 위로 내려앉았다. 6시간 넘게 잔해에 깔려 있던 그를 경찰이 발견해 병원으로 이송했다. 그의 옆 침대에 누워 있는 사위는 손가락이 잘리고 팔이 부러진 상태다. 살아남은 딸도 한쪽 팔과 다리를 잃어 치료 중이다.

비노드 라마 씨는 이 참사로 함께 지내던 가족 14명 가운데 여동생, 딸, 아들 등 9명을 한꺼번에 잃었다. 그는 "나는 비록 살아남았지만 전부를 잃은 비통한 심정이다"라고 말했다. 그의 집은 시타파일라 지역에서도 가장 피해가 심한 곳으로 생존자 구출을 위해 4월28일부터 프랑스 구조대, 네팔 현지 경찰과 군인 수십명이 투입되었다.



ⓒ시사IN 신선영 박타푸르 지역의 피해 주민들이 무너진 건물 잔해를 치우고 있다.

4월28일 카트만두에서 동쪽으로 13㎞가량 떨어진 박타푸르 지역은 말 그대로 아비규환이었다. 사람들은 건물 잔해로 뒤덮인 차도를 아슬아슬하게 걸어 다녔다. 오래된 건축물이 많은 더바 광장의 피해도 컸지만, 주변 거주지는 어디가 어디였는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다.



ⓒ시사IN 신선영 임시 천막에서 비를 피하고 있는 박타푸르의 주민들. 전기는 끊긴 상태고 구호품 공급도 원활하지 않다.

골목길에는 다닥다닥 붙은 집들이 즐비한 탓에 이미 폐허가 됐거나 무너질 위험이 있어 통제된 곳이 많았다. 주저앉아 우는 이들 뒤로 임시 천막이 겹쳐 보였다. 몇몇 청년은 일부 붕괴된 건물이 언제 완파될지 모른다며 직접 부수고 있었다.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사람들은 맨손으로 무너진 집에 들어가 쓸 만한 물건을 꺼내고, 빗물을 받아 먼지에 뒤덮인 옷을 빨았다.



ⓒ시사IN 신선영 카트만두 시내에서는 도시를 빠져나가기 위한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통제하려는 경찰과 물리적 충돌도 벌어졌다.

카트만두 시내 곳곳에는 임시 천막촌이 형성돼 있다. 정부는 600명가량 모인 라트나 공원에 생수와 식량 일부를 지급하고 있지만, 언제 물품을 지급할지 계획이 없는 까닭에 주민들의 속앓이가 계속되고 있다. 구호품 공급을 기대하며 온종일 줄을 서서 기다리던 시민들은 "내일 다시 오라"는 안내를 받고는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4월29일, 카트만두 시내의 베네쉬어 버스정류장 일대는 도시를 빠져나가기 위한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1㎞ 넘게 늘어선 행렬에 대해 경찰이 질서를 잡겠다고 나서자, 시민들은 금세 시위대로 변했다. 이들이 대치하면서 한때 교통이 마비되기도 했다. 한 남성은 외신 기자들을 향해 "음식도 없고, 물도 없고, 버스도 없다! 정부는 어디에 있느냐"라고 소리쳤다. 네팔 정부는 버스를 증편하지 못하는 상태다.



ⓒ시사IN 신선영 지진 피해 주민들이 국립 트리뷰반 대학 부속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카트만두에서 가장 큰 규모인 비르 병원은 지진 피해 환자를 수용하고 가족을 찾지 못한 시신을 보관하고 있다. 이곳에 미처 들어가지 못한 환자와 시신은 비르 병원 옆 국제 트라우마센터로 옮겨지고 있었다. 수술 회복 병동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수실라 씨(22)는 "다른 지역에서 헬기로 이송된 환자는 아직 가족이 도착하지 못해 돌봐줄 사람이 없다. 장례를 치르지 못한 시신 여러 구가 가족을 기다리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시사IN 신선영 카트만두에서만 지진 피해 사망자가 1500명 이상으로 집계됐다. 아르야가트 화장터에는 장작을 실은 큰 트럭이 하루 4대 이상씩 들어오고 있다.

80% 이상이 힌두교를 믿는 네팔인들은 장례를 중요한 행사로 여긴다. 힌두교인들은 사망한 뒤 24시간 안에 장례를 치러야 하는데 카트만두 분지에서만 지진 피해 사망자가 1500명 이상으로 집계됐다. 카트만두의 대표 화장터인 파슈파티나트 사원의 아르야가트에는 장작을 실은 큰 트럭이 하루 4대 이상씩 들어오고 있었다. 4월30일 이른 아침에도 화장터는 빈 곳을 찾기가 힘들었다.

사시사철 관광객으로 붐비던 이곳에 관광객 대신 희생자 가족과 취재진이 몰려 있다. 이날 카트만두 발라주에서 지진 피해로 아파트 건물이 무너져 아들을 잃은 한 어머니는 화장이 진행되는 동안 "악몽 같다. 우리에게 악몽은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아르야가트 주변 하늘은 매일 밤 9시가 넘도록 연기가 자욱했다.

신선영 기자 vvs8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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