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6일(현지시간) 사라예보 올림픽 경기장에서 자신을 보기 위해 이 곳을 찾은 신도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AFP=뉴스1
(서울=뉴스1) 이준규 기자 = 프란치스코 교황이 6일(현지시간) 지난 1990년대 발생한 종교·인종간 내전의 깊은 상흔이 남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를 방문해 평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날 보스니아의 수도 사라예보의 올림픽 경기장에서 열린 미사에 참석한 교황은 "이 도시에 거주하고 있는 하느님 자녀들의 울부짖음이 다시 한 번 커지고 있다"며 "결코 전쟁이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국지적이고 단편적인 분쟁들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데 이는 전 세계적인 관점에서 보면 마치 제3차 세계대전과 같다"며 "전 세계 지도자들 중 일부는 평화를 말하면서도 이런 분위기를 활용해 갈등을 조장함으로써 무기를 팔아 이익을 거두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나 어린이와 여성, 노인들에게 전쟁이란 강제적인 이주이자 삶의 터전의 파괴이며 무고한 사람들의 죽음을 의미한다"며 "특히 여러분들은 그것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파괴적인지를 겪어서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미사가 열린 경기장에는 교황을 보기 위해 정원 6만5000명을 넘어서는 10만명의 인파가 몰려들었다. 이웃국인 크로아티아에서도 2만여명 이상이 보스니아에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은 미사 후 찾은 사라예보 성당에서는 내전 당시 고문을 당했던 성직자들의 경험담을 들으면서 "바로 이런 일들이 여러분들의 기억"이라며 "이 기억들을 잊지 말되 복수가 아닌 평화를 위한 역사로 활용하라"고 당부했다.
교황은 이후 정치 지도자, 종교지도자들과 연이어 회동해 평화와 화합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유대교 회당과 교회, 이슬람 사원이 공존하고 있는 사라예보는 각종 인종과 종교, 문화가 뒤섞인 '유럽의 예루살렘'과도 같다"며 "옛것을 회복하면서도 동시에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아직도 전쟁의 상흔이 남아있는 사라예보에서 살고 있는 무슬림과 세르비아인, 크로아티아인 모두가 모든 분야에서 서로에게 관심을 보이고 손을 뻗어야 한다"며 "그래야만 과거의 깊은 상처를 극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가톨릭과 이슬람교, 유대교, 동방정교 지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는 "불행하게도 갈등으로 가득한 이 세상에서 사라예보는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땅이 될 수 있다"며 "다양성 속에는 공통된 인간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약 10시간에 걸친 사라예보 방문 일정을 마친 교황은 이날 오후 7시40분께 바티칸으로 돌아오는 여객기에 몸을 실었다.
보스니아에서는 유고슬라비아 연방이 붕괴된 직후인 지난 1992년부터 1995년 사이에 내전이 일어나 10만명 이상의 주민이 숨졌다.
인구 380만명 중 40%는 무슬림이며 30%는 세르비아계 동방정교도, 10% 가량은 기독교를 믿는 크로아티아계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1997년 요한 바오로 2세 이후 두 번째로 사라예보를 방문한 교황이다.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