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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다문화 가정붕괴 38%,무엇이 문제인가?

[조글로미디어] | 발행시간: 2015.07.06일 08:11
원제: 이혼 후 생계전선 뛰어든 엄마 '문제아'로 크는 방치된 아이

다문화 위기 키우는 '가족 해체'

결혼 5년 내 가정붕괴 38%, 2세들 심리적 충격 정서 불안

부부 중심 정책도 문제, 정책적 지원 사각지대 수두룩

안정적 일자리ㆍ주거권 보장 등 실질적 자립 기반 도움 줘야



캄보디아 출신 푼팔리(31)씨가 잔업이 없던 지난 24일 고집쟁이 세 살배기 아들과 함께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푼팔리씨는 7년 전 한국 남성(63)과 결혼해 이 땅에 왔고, 현재 이혼 절차를 밟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요즘엔 메르스 때문에 어디도 못 나갔어요. 아프면 큰 일이거든요. 병원 갈 돈이 없어요.”

지난 24일 경기 부천시 도당동, 밖이 환한데도 불을 켜지 않으면 어두컴컴한 반지하 방에서 푼팔리(31)씨가 말했다. 세 살배기 아들, 친정엄마 세 식구가 몸을 누이는 유일한 공간이다. 그가 일을 나가면 아이를 돌봐 줄 이가 없어 친정엄마를 캄보디아에서 모셔왔다. 7년 전 32살 차이가 나는 한국남성과 결혼해 이 땅에 온 그는 이혼을 진행 중이다. 남편은 정신질환으로 장기 입원 중이고 바람막이였던 시어머니가 세상을 뜨자 시누이, 시동생은 “가족이 아니다”며 푼팔리씨를 내쫓았다. 그는 무일푼으로 지난해 6월 아들만 데리고 집을 나왔다. 캄보디아 친구에게서 300만원을 빌려 방 한 칸을 간신히 얻었다. 푼팔리씨는 자동차 부품을 검사하는 공장에서 일하면서 월 120만원을 손에 쥔다. 아이 때문에 주당 이틀만 잔업을 한다. 친정엄마는 모자 실밥을 제거하는 부업을 하면서 50만원을 보탠다. 이 돈으로 살림살이는 빠듯하다. 월세, 어린이집 교육비, 공과금, 통신비 등 매달 고정적으로 나가는 돈만 46만원 정도. 저축은 엄두도 못 내고, 친구에게 빌린 돈도 다 갚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큰 걱정은 생활이 아니라 아들 교육 문제다. 고집이 세고, 제멋대로인 아들을 잡아줄 사람도 없다. 엄마를 이로 물거나 먹고 싶은 걸 사주지 않으면 길에 드러눕는다. 이날 푼팔리씨 집을 찾은 우종호 한국다문화복지협회 부천지회 운영위원은 “딱한 마음에 아이를 잡아주지 못하고 물질로 보상하는 식으로 키우면 더 커서는 아무도 손 쓸 수 없는 상태가 될 텐데 엇나갈까 봐 걱정”이라며 “다문화가족 중에서도 한부모가정은 자녀 양육이 큰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인과 외국인 부부 이혼은 9,800건이다. 한국남성ㆍ외국여성 이혼이 7,000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외국여성의 국적은 중국(48.6%), 베트남(26.0%), 필리핀(6.4%) 순이다. 반면 한국여성과 결혼한 외국남성 국적은 일본(40.2%), 중국(37.2%), 미국(9.1%)이 많다. 국제결혼 초기에는 재중동포 출신 여성이 대부분이었지만 2003년 이후 동남아 출신 여성들이 빠르게 늘었다. 초반에는 농촌 지역에 집중됐지만 도시지역의 국제결혼이 늘고 있는 추세다.


전형적인 다문화 가족인 한국남성ㆍ외국여성 부부의 결혼은 깨지는 경우가 많다. 이옥녀 부천다문화네트워크 대표는 “한국 남성들이 돈을 줬으니까 내 소유물이라고 생각한다”며 “알콜 중독이나 게임 중독인 경우가 많고 폭력적인 데다 경제력도 낮은 편이라 모양 좋게 사는 가정이 드물다”고 말했다. 송인선 경기글로벌센터 대표는 “결혼중개업체를 통한 결혼의 경우 나이 차, 문화 차이를 극복하기 어렵기 때문에 얼마 못 가 이혼으로 이어지게 된다”며 “제대로 부모의 양육을 받지 못한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 그 사회적 비용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문화가정에서 빈번하게 이뤄지는 이혼과 재혼 과정에서 2세가 받는 심리적 타격이 크다. 파키스탄 출신 아빠와 한국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A(15)양은 부모의 이혼 후 아빠가 파키스탄 출신 여성과 재혼하면서 가출을 하는 등 밖으로만 돌았다. 일부러 음식을 하고 난 기름을 바닥에 쏟아 새엄마를 괴롭히는 등 정서적 불안정을 드러냈다.

여성가족부가 3년마다 실시하는 다문화가족실태조사 2012년 결과에 따르면 결혼 초기(5년 미만) 이혼이나 사별로 인한 가족 해체 비율은 무려 37.8%나 됐다. 혼인지속기간 5년 미만의 일반 가정 이혼율은 지난해 전체 이혼의 22% 정도(한국 가정법률상담소 조사)를 차지한걸 보면 다문화 가정이 얼마나 취약한지 알 수 있다.

다문화가족은 가정 붕괴의 위기에 더해 빈곤 문제까지 안고 있다. 월평균 가구소득 200만원 미만 가구 비율이 다문화가족은 41.9%로 전국 평균(17.7%)을 두 배 이상 상회했다. 3D업종에 해당하는 질 낮은 일자리를 가질 수밖에 없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김혜영 수원과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행법상 다문화가족 범위가 부부 중심의 결혼이민가족에 한정돼 해체나 재혼으로 인한 다양한 가족 유형을 포괄하지 못해 정책적 사각지대 발생이 예상된다”며 “해체 가족의 빈곤을 예방하고 가족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안정적인 일자리 확보와 함께 주거권 보장을 위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통 문화 체험, 김치 담그기 등 문화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생계 유지나 복지에도 실질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옥녀 대표는 “결혼이민자의 사회경제적 진출을 확대하기 위해 맞춤형 직업훈련이나 양질의 일자리 확대, 지역사회 참여 등 사회적 네트워크를 강화해야 한다”며 “자립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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