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실’의 생전 모습 /AFP연합뉴스
아프리카 짐바브웨의 ‘국민 사자’를 죽인 범인이 드러났다. 2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는 미국인 치과의사 월터 팔머가 ‘세실’을 죽인 사냥꾼으로 지목됐다고 전했다.
팔머는 “이달 초 사냥 여행을 하러 짐바브웨로 갈 때 전문 가이드를 고용했다”며 “그들이 모든 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내가 아는 한 사냥은 합법적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사냥으로 잡은 사자 세실이 짐바브웨 국민의 사랑을 받는 명물이며 연구자들의 연구 대상인 줄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팔머는 “전문가를 믿고 따라 사냥을 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깊이 후회한다”며 앞으로의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으나 “사냥 자체는 합법적으로 이뤄졌다”며 책임이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올해 13살이 된 사자 세실은 지난 27일 짐바브웨의 황게 국립공원 바깥에서 목이 잘린 채 발견됐다. 국립공원 안에서의 사냥은 불법이기 때문에 동물을 공원 밖으로 유인해 잡는 것이 흔한 수법이라고 당시 가디언은 전했다. 짐바브웨 당국은 팔머 일행이 세실을 공원 바깥으로 유인하고 나서 합법을 가장해 죽인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세실은 짐바브웨의 상징과도 같은 ‘명물’이었을 뿐만 아니라 보호 대상인 야생동물이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연구팀은 세실에 위치추적장치(GPS)를 부착해 1999년부터 이동 경로를 추적해 왔다.
짐바브웨에서 자신이 사냥한 표범을 들고 있는 파머 /데일리메일 캡쳐
한편 팔머는 평소에도 사냥여행을 즐겨온 사냥꾼이었다. 워싱턴포스트는 팔머가 2006년에도 허가된 지역 외에서 동물을 사냥했다가 적발돼 1년간의 자격 정지와 벌금 3000달러에 처해졌다고 전했다. 그는 2009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캘리포니아 주 북부에서 엄청나게 큰 엘크를 활과 화살로 잡았다고 자랑하면서 91m 거리에서도 활로 카드를 맞힐 수 있다며 자랑하기도 했다.
사냥한 엘크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파머/ 데일리메일 캡쳐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