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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 만든 빗나간 교육

[기타] | 발행시간: 2015.07.29일 10:02
부모의 지나친 사랑이 때론 毒으로… 北美 사회 충격

‘교육 천국’으로 알려진 미국과 캐나다에서 성적 지상주의의 압박에 시달린 자녀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일탈하며 가정 파탄으로 이어진 사연이 28일 현지 언론을 통해 잇따라 조명됐다. 미국의 주류 사회와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려는 이민자 사회라는 차이점은 있었지만 원인은 똑같았다. 자녀의 사회적 성공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도를 넘어 개입하고 다그친 부모의 비뚤어진 교육열에서 시작된 비극이었다

[호랑이처럼 엄한 '타이거 맘']

베트남系 여학생, 대입 속이고 부모 청부살해까지

아시아系 부모 열성적 교육, B학점 받아오면 용납 못해

거짓말 거듭하다 패륜범죄

캐나다 토론토 북쪽 마캄시(市)에 살던 베트남계 이민자 판(Pan)씨 부부의 자랑거리는 딸 제니퍼였다. 30년 전 이민 와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일하며 키운 딸이다. 제니퍼의 부모는 전형적인 '타이거 맘(호랑이처럼 엄하게 자녀 교육을 시키는 엄마 혹은 부모)'이었다. 한국·중국처럼 유교의 영향을 받은 베트남도 교육열이 강하다. 판씨 부부는 딸이 공부는 물론이고 모든 분야에서 1등이 되길 원했다.

그래서 제니퍼는 어릴 때부터 과외 활동과 숙제에 내몰려 새벽에 잠들곤 했다. 그뿐만 아니라 부모 손에 이끌려 네 살부터 피아노를 쳤고, 동계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피겨스케이팅도 배웠다. 제니퍼는 부모 기대에 부응하는 듯했다. 성적은 항상 '올 에이(all A)'였다. 장학금을 받으면서 대학에 조기 진학했고 이후 아버지 뜻대로 명문 토론토대로 옮겼다.

딸의 모습을 부부는 흐뭇해 했다. 문제는 부모가 보는 제니퍼와 현실의 제니퍼는 전혀 달랐다는 점이다.



일러스트=박상훈 기자

제니퍼는 매일 토론토 대학이 아닌 동네 도서관으로 향했다. 성적표, 장학금, 명문대 진학 등도 부모의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해 심적 부담을 느껴 꾸며낸 거짓이었다. 실제로는 마지막 학기에 미적분에서 낙제하는 바람에 고교 졸업도 하지 못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제니퍼의 실제 성적은 B"라며 "그의 부모가 용납하지 않는 점수"라고 했다.

부모는 대학 졸업식에 오지 말라는 딸을 추궁하고 나서야 진실을 알았다. 워싱턴포스트는 "부모가 휴대폰, 노트북을 압수하고 데이트도 금지하는 등 제재를 가하자 제니퍼는 남자친구의 도움으로 2010년 부모 청부 살해를 꾸몄다"고 했다. 강도로 위장한 이 사건으로 모친은 즉사했고 부친은 중상을 입었다. 제니퍼는 25년간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현지 잡지가 최근 이 사건을 재조명한 것을 계기로 '타이거 맘'은 북미 아시아계 사회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아시아계가 자신들이 어린 시절 받았던 높은 기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공유하고 있다"며 "아시아 특유의 엄한 교육이 더 나은지에 대한 토론이 벌어지는 중"이라고 전했다.

[장애물 다 치워주는 '잔디깎기 맘']

美 아이비리그 학생들, 잇따라 스스로 목숨 끊어

자녀 성공 열망하는 부모들, 학교·취업까지 일일이 개입

좌절을 이겨내는 법 못배워

최근 아이비리그(미 동부 8개 명문대)를 비롯, 미국의 명문대 재학생들이 잇달아 스스로 목숨을 끊자 대학들에 비상이 걸렸다. 아이비리그 중 하나인 펜실베이니아대에선 최근 13개월 동안 6명의 재학생이 자살했다. 남부 명문대인 툴레인대에서도 올해 들어 4명이 목숨을 끊었다.

뉴욕타임스는 28일 이 같은 사실을 전하며 '잔디 깎기 부모(lawn mower parents)'의 과도한 욕심이 학생들을 자살에까지 이르게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잔디 깎기 부모란 자녀를 성공시키기 위해 학교와 취업 현장까지 나서 자녀 앞의 모든 장애물을 잔디 깎듯 해결해주는 학부모들을 말한다. 자녀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극성 어머니를 뜻하는 '헬리콥터 맘'보다 더 자녀의 삶에 개입하는 부모를 뜻한다.

2002년부터 10년간 스탠퍼드대 1학년 담당 학장을 지낸 줄리 리트콧 하임스 교수는 "자녀와 수시로 통화하며, 강의실에 등장해 수강신청을 대신 하고 교수 상담을 신청하는 학부모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며 " '헬리콥터 부모' 수준에서 진화한 이 '잔디 깎기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시도 때도 없이 성공에 대한 압박을 준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학생들은 홀로서기에 실패할 뿐만 아니라, 좌절을 이겨내는 법을 배우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작년 자살을 시도한 펜실베이니아대생 캐서린 드윗(20)은 "부모님의 기대를 만족시킬 때만 행복감을 느껴왔는데 대학에서 좋은 성적이 나오지 않아 크게 좌절했다"고 털어놨다.

또래 사이의 '오리 신드롬(Duck syndrome)'도 자살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성공을 향해 물속에선 버둥거리면서도 SNS처럼 겉으로 보이는 공간에선 행복한 모습만 드러내려고 한다는 것이다. 코넬대 상담소장은 "SNS 상의 모습만 보고 다른 친구들은 나와 달리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고 생각해 작은 실수에도 좌절하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고교는 물론 대학에서까지 성적 지상주의가 판치는 것에 대한 자성 여론도 일면서, 워싱턴 DC의 조지 워싱턴 대학이 올해 입시부터 SAT(미국의 수능시험)를 필수가 아닌 선택 사항으로 바꾸는 등 일부 대학은 시험 위주 입시 제도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양모듬 기자 modyssey@chosun.com] [김민정 기자 mjkim@chosun.com]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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