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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팔이' 김태희, 누가 그를 12층 VIP실에 가두나

[기타] | 발행시간: 2015.08.18일 09:32

‘용팔이’ 김태희.

[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 ‘발연기’ 논란에 휩싸였던 아이돌 출신 배우들에게도 이런 가혹한 평가는 없었던 것 같다. 배우 김태희가 잠자는 숲속의 공주로 가둬진 12층 VIP 병실보다 더 무서운 시험대에 올라있다. 드라마 속에서나 현실에서나 의지와 상관없이 무언가에 갇혀있는 상황은 똑 같이 갑갑해보인다.

SBS 수목 미니시리즈 ‘용팔이’에 출연 중인 김태희는 4회가 방송된 지난 주까지 분량이 많지 않았다. 주원을 중심으로 정웅인과 조복래 등 한신병원 안팎에서 벌어지는 기묘한 이야기들이 주가 됐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주원은 돈이면 어디든 가서 누구든 치료하는 용팔이의 면모를 보여주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정웅인, 조현재, 채정안 등 주변인물이 그의 곁에서 에피소드를 촘촘히 엮어줬다.

김태희의 역할을 본다. 극중 한신병원 그룹 상속녀로 비운의 사고를 겪은 뒤 알 수 없는 음모에 갇혀 3년 동안 누워만 있는 신세가 된 한여진 역을 맡았다. 캐릭터를 설정하고 배우의 연기에 토대를 잡아주는 건 작가의 온전한 몫이다. 비록 어떤 배우들 사이에서는 ‘내 캐릭터를 왜 이렇게 만드느냐’고 불만을 제기한다는 소문에 휩싸인다지만 김태희가 ‘용팔이’ 작가에게 ‘전 언제까지 병원에 누워있기만 해야하나요’라고 따져물을 일은 아니다.

주연배우를 침대에 눕혀두기만 하는 작가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려야할까. 말도 안 되는 막장드라마도 욕하면서 보는 입장에서 이런 일로 작가를 비난하는 상황은 맞지 않아 보인다. 게다가 ‘용팔이’를 제대로 이해하고 본 시청자라면 김태희가 침상에 눈을 감고 가만히 누워있다는 의견에 동의하긴 쉽지 않다.



용팔이 김태희

설정에 충실히 따라야하는 배우 입장에서 한여진을 연기하는 일은 누구보다 힘들다. 3년간 식물인간처럼 갇혀있는 인물이다. 그의 주변에 그를 진정으로 살리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어보인다. 그럼에도 인형처럼 예쁜 미모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주는 사람들이 있고, 그를 앞에 두고 송아지 스테이크를 먹는 이들도 있다.

의식은 살아있지만 살아있는 사람처럼 살 수 없는 한여진을 완성하기 위해 김태희는 노력을 기울였다. 수 년 간 제대로 먹지 못한 여자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살을 뺐다. 촬영 이후에도 한여진의 한결 같은 모습 혹은 더욱 수척해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한 관계자는 이데일리 스타in에 “다른 배우들처럼 제대로 된 대사를 읊지 않고, 뛰고 구르며 몸으로 보여주는 연기가 없다는 이유로 궁지에 몰릴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며 “한여진 캐릭터는 간간히 정신적인 충격을 받아 깨어날 때마다 온 몸에 발작이 이는 신이나 손가락 끝이나 눈꺼풀의 움직임으로 긴장감 있는 변화를 줘야 할만큼 세심한 연기가 필요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태희는 그런 부분에서 제작진의 믿음대로 잘 해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태희는 ‘용팔이’ 5회부터 본격적인 활약을 한다고 알려져있다. 사람들은 어김없이 ‘얼마나 잘 하나 보자’라고 할 태세다. 아니, ‘별로였다’는 답이 정해져있는 느낌이 들 정도로 김태희를 둘러싼 시선은 차갑다. ‘용팔이’는 웰메이드 의학드라마로 입소문이 났다. 시청률은 20%에 육박한다. 순간 최고 시청률은 이미 20%를 넘겼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에서 복수의 칼을 빼든 한여진으로 성장하는 변화 덕에 ‘용팔이’가 한층 볼 만한 드라마가 되길 응원하는 이들도 많다.

강민정 (eldol@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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