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휘재의 쌍둥이 아들, 서언과 서준은 2013년 3월 15일 2.24kg의 미숙아로 태어났다. 조금이라도 아빠가 보이지 않으면 크게 울었고, 이휘재는 손이 많이 가는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할지 몰라 허둥댔다. 장염에 걸린 서언이가 쓰던 숟가락으로 서준이에게 바나나를 먹여 서준이까지 설사에 걸리는 실수를 하기도 했다. 이동하는 차에서 끊임없이 울어대는 쌍둥이가 걱정된 나머지 응급실에 데려간 간 날 새벽, 텅 빈 거실에서 이휘재는 울음을 터트렸다. 모든 것이 새로운 환경인 아이 만큼이나, 아버지에게도 아이와 함께 하는 인생은 적응과 성장이 필요하다.
KBS [해피선데이] ‘슈퍼맨이 돌아왔다’(이하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서언이와 서준이가 태어난 지 6개월 후인 9월 19일 파일럿 방송을 시작했다. 두 아이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방송을 통해 성장하는 모습이 공개됐다. 2년간 거의 매일 카메라에 담긴 아이들의 모습이 매주 방영됐다. 그 사이 서언이와 서준이, 그리고 아버지 이휘재의 적응과 성장 역시 시청자에게 전달됐다. 시청자들은 두 아이가 배밀이를 하고, 처음 소파를 잡고 일어서고, 아빠에게 가기 위해 여섯 발자국을 걷던 모든 ‘첫’ 순간을 기억한다. 그저 우는 것 밖에 하지 못했던 아이가 “신발 신고 진짜로 나가?” 라는 온전한 문장을 채 여물지 않은 발음으로 띄엄띄엄 말하는 것은 이휘재뿐 아니라 모든 시청자에게도 경이로운 사건이었다. 그리고 이휘재 역시 언제부터인가 아내 없이도 아이들을 능숙하게 돌보기 시작했다. 마치 영화 [보이후드]처럼 아이가 성장하고, 아버지는 정말로 아버지의 역할과 자리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의 경이. 제작진의 의도와 별개로,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아이의 성장에 관한, 그리고 아버지와 아이들의 관계에 관한 충실한 기록물이 됐다.
이 기록들 속에서 두 아이는 건강하게 자랐고, 어느새 지하철을 타거나 “사랑해”라는 말을 하고, 사이다를 마실 수 있게 됐다. 그 사이 이휘재의 인생은 스스로의 말처럼 완전히 바뀌어 두 아이가 중심에 있는 삶을 산다. 아이는 그렇게 세상에 적응해 나가고, 결혼 전 아이를 키우는 것이 좀처럼 상상되지 않았던 남자는 좋은 아버지가 되어 간다. 이보다 좋은 성장담은 없다. 그러나, 두 아이는 커나가면서 의사소통을 시작하고, 이휘재 이외의 사람들과 어울리기 시작한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하는 사랑이와 함께 놀면서 그가 붙잡지 못할 만큼 빠른 속도로 뛰기도 하고, 아빠 없이도 낯선 안재욱과 놀이터에서 함께 논다. 서언, 서준이 태어난 직후 이휘재는 아이들이 말이라도 했으면, 걸어 다니기라도 했으면 하고 바랐다. 그러나 아버지가 아이들에게 익숙해질 때쯤 아이들은 말을 하고 걸어 다니며, 점차 그들의 세계를 만들어 간다.
결혼도, 육아도 아직 하지 않는 입장에서 이것은 독특한 간접 경험을 안겨준다. 아버지는, 또는 부모는 아이가 자립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그 과정에서 아이에게 수많은 노력을 하고, 아이의 성장에서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정작 아이가 커나간다는 것은 부모와의 거리가 점점 멀어진다는 의미와도 같다. 이휘재가 울면서까지 키웠던 서언과 서준이 어느 순간 그가 없어도 울지 않는다. 아이의 성장에서 당연한 일이고, 부모는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아이가 경험하는 성장의 ‘첫’ 순간이 많아질수록, 부모는 아이와의 거리가 멀어지는 ‘첫’ 순간도 경험한다. 서언이와 서준이는 이제 엄마가 떠나도 울지 않는다. 대신 배꼽 인사를 한다. 앞으로는 유치원과 학교에도 갈 것이고, 그때마다 이휘재가 아들들을 볼 수 있는 시간도 줄어들 것이다. 아이가 독립적으로 자라날수록 부모는 아이와 조금씩 멀어진다. 아이들이 조금씩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을 보는 기분이 시청자들의 이상해지는데, 이휘재의 심정은 어떨까.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보여주는 아이의 성장은, 동시에 언젠가 아이와 정신적인 이별을 할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다시 말하면,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서언이와 서준이의 ‘보이후드’로 시작해 이휘재의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로 마무리 될 것이다. 아이가 만들어내는 그 모든 첫 순간은 아버지에게 말할 수 없는 기쁨을 주지만, 동시에 조금씩 자신이 아이로부터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만든다. 그것은 시청자들이 서언, 서준이에게 정이 들수록 그 아이들을 떠나보낼 시간이 가까워지는 것을 느끼는 것과도 비슷할 것이다.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준비할 것인가. 그렇게 아버지가, 어른이 된다. 그리고, 시청자들 역시 2년 이상 매주 함께 했던 아이들을 떠나보내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그때 나는 그 아이들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처음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볼 때만 해도, 이런 마무리가 기다리고 있을 줄은 몰랐다. 아이를 키우는 모든 부모들은 더욱 그렇겠지만.
글. 심하림
사진 제공.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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