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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 참사·저유가·IS 도전…'수호자' 사우디 권위 흔들

[기타] | 발행시간: 2015.09.25일 14:53

24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미나에서 일어난 압사사고로 숨진 성지순례자들의 시신이 도로 위에 놓여 있다.© AFP=뉴스1


(서울=뉴스1) 정은지 기자 = 하지 순례중 발생한 대형 참사로 가뜩이나 떨어진 사우디아라비아의 위상이 더 타격을 입게 됐다.

사우디가 지닌 아랍과 이슬람 세계에서의 맹주 지위는 '메카의 수호자'라는 명성에 기반한다. 수호자는 사우디 국왕으로 성지를 찾은 모든 무슬림에 대한 배려와 안전을 책임진다.

따라서 24일(현지시간) 성지중 한 곳인 미나에서 벌어진 대형 참사에 대한 이슬람권 비난은 사우디로 모아진다. 사우디는 가뜩이나 저유가로 인해 경제가 팍팍해진 가운데 같은 수니파로 사우디왕정 타도를 외치는 이슬람국가(IS) 득세, 핵합의로 인한 라이벌 시아파 이란의 국제무대 복귀 등 안팎으로 힘겨운 상황이다.

사망 717명을 포함해 1600명에 가까운 피해자를 낸 이번 압사 사고는 최근 25년 동안 하지때 발생한 인명사고중 최악의 사건으로 기록되게 됐다.

당국의 관리 부실이 다시 한번 거론되며 올 1월 선왕 타계로 뒤를 이은 살만 빈 압둘아지즈 새 국왕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특히 이번 참사에 앞서 지난 11일 메카의 대모스크 확장공사장 대형 크레인이 붕괴돼 3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나와 하지 안전에 대한 경종을 이미 울린 바 있다.

살만 국왕은 이번 사고 발생 직후 사망자들에게 애도를 표하는 한편 사고에 대해 신속한 조사를 지시했다.

칼레드 알팔리 사우디 보건장관은 "순례객들이 당국의 규정과 시간표를 따르지 않았다"며 순례객들에게 책임을 전가했다.

그러나 사고 현장에 있었던 순례객들은 당국이 일시적으로 출구를 봉쇄하면서 이번 압사사고가 발생했다고 비난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칼리드 살레는 "사고 지역에서 비명소리와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며 "현장의 많은 사람들이 사망하거나 부상한 것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살레는 이어 "현장에 있던 순례객들은 VIP 차량이 지나간다는 이유로 일부 출구를 봉쇄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번 참사로 최소 131명의 사망자가 나온 것으로 알려진 이란도 사우디에 비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시아파 맹주인 이란은 사우디와 여러 이슈를 두고 충돌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예멘 내전으로 대리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사우디 당국의 실수와 부적절한 대응이 재앙을 야기했다"며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번 참사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져야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도 사우디 당국이 성지 확장 등에만 급급했을 뿐 성지순례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난하고 있다.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이번 사고는 사우디 당국이 안전성 제고를 위해 지난 10년간 10억달러 이상을 투입해 만든 자마라트 다리 인근에서 발생했다.

사우디에 본부를 둔 이슬람유산연구재단의 이르판 알-알라위 공동설립자는 "정부는 시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노력했지만 우선순위인 건강, 안전 문제에서는 항상 실패했다"고 밝혔다.

알-알라위는 이같은 비극의 근본 원인을 묻는 질문에 "이는 관리상의 책임"이라고 말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터키 역시 이번 사고로 18명의 자국민이 사망했다며 "성지에 대한 당국의 심각한 관리 소홀"이라고 지적했다.

이란의 하지조직위원회 위원장인 사이드 오하디는 "오늘 사고는 사우디의 그릇된 행사 대응 태도와 순례자에 대한 심각한 안전불감증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사우디 관료들은 변명의 여지없이 이 일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성지를 찾는 순례자들마저도 사우디 당국에 대한 불만을 호소하고 있다고 AFP통신은 밝혔다.

수단 출신의 한 순례자는 이번 하지 행사가 자신이 그동안 참여했던 4차례의 행사 가운데 가장 형편없었다고 밝히면서 "사람들이 압사사고 전부터 탈수 증세를 보이거나 기절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사람들이 걸려 넘어지기도 했다"며 "함께 있던 동반자에게 무슨일이 일어날 것만 같다고 말했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를 맞아 튀니지에서 왔다고 밝힌 아부 살림(58)도 "4000달러를 내고 왔음에도 불구하고 교통, 숙박이 모두 불편하고 음식도 형편없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사우디 정부가 막대한 돈을 투입해 세계 최대 호텔 등을 건설하고 성지 확장 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이는 오히려 성지 본연의 모습을 파괴시킬 뿐 아니라 '부유한' 순례자들만을 위한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건축가인 사미 안가위는 "사우디 정부가 성지를 방문하는 순례자를 위해 도로를 확장하는 등의 공사를 하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각지에서 온 사람들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런던정경대학의 인류학자인 마다위 알-라시드는 "사우디 왕실이 순례자들을 위해 더 많은 공간을 만든다는 구실로 재건축과 확장 공사를 벌이고 있다"며 "여기에 투입되는 막대한 돈은 왕자들과 많은 다른 사우디인들로부터 나오는 것"이라고 왕실을 비판했다.

ejjung@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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