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년만에 부활한 호시무역구 / 무역구 개장행사 가보니 ◆
사진설명북한과 중국 접경지인 중국 랴오닝성 단둥 궈먼항에서 '북·중 경제무역문화관광박람회'와 '호시무역구'가 15일 동시 개장했다. 호시무역구 입구가 온통 행사와 북한 상품을 알리는 게시물들로 도배돼 있다. 양국 국경 주민들은 8000위안(약 146만원) 한도에서 면세로 거래할 수 있다. [박만원 특파원]
압록강을 마주하고 북한 신의주와 접한 중국 단둥시에 15일 양국 '무역 일꾼'이 대거 몰려들었다. 이날 개막한 북·중 무역박람회와 호시무역구 개장 행사는 2년 넘게 얼어붙은 북·중 관계와 경협을 정상화하는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랴오닝성과 단둥시 고위층이 대거 박람회와 호시무역구 행사장을 찾은 데서도 북·중 경협 활성화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스젠 단둥시장은 이날 궈먼항에서 열린 호시무역구 개의식에서 "단둥 호시무역구를 중조(중국과 북한) 무역의 전문 플랫폼으로 만들고, 나아가 해상 실크로드 중심지로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돤무하이젠 단둥시 호시무역구 부총재는 이날 개장 행사에서 기자와 만나 무역구를 통한 북·중 경협 활성화를 강조했다. 그는 "호시무역이 정착하면 중조 무역에 새로운 플랫폼이 될 것이다. 하루 1000명이 면세 한도인 8000위안씩 거래한다면 800만위안(약 15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북한 주민들이 이곳에 와서 중국산 제품을 쇼핑하는 것은 어렵지만, 면세로 수입해 북한 주민들에게 되파는 무역상 수요는 충분하다는 것.
외화벌이에 혈안인 북한 기업들도 북한 당국에 호시무역구 입점을 앞다퉈 신청하고 있다. 돤 부총재는 "1차로 허가받은 북한 기업들이 내년 4월에 입주할 것"이라며 "이들은 주로 송이버섯과 인삼 등 북한산 농수산물을 면세로 판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면적 4만㎡ 규모로 조성된 호시무역구는 중국산 제품을 판매하는 전시구역과 북한산을 판매하는 전시구역으로 이뤄졌다. 아직 기업들이 본격 입주하지 않았지만 상품검사소와 물류창고 등 기반시설이 말끔히 정돈돼 있었다. 이날 북측 전시구역 앞에서 만난 조총련계 재일동포는 "양국 간에 무역을 활성화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남한 개성공단처럼 경협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내비쳤다.
단둥시가 호시무역구를 조성한 것은 북한과 교역 활성화를 통해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랴오닝성은 철강·조선 등 주력 산업이 침체해 중국 지방정부들 가운데 경제성장률이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북한으로서도 단둥은 중국과 교역의 80%를 차지하는 경협 거점이어서 무관세 자유무역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북한 기업들이 내년 4월에나 입주할 예정이어서 호시무역이 궤도에 오르려면 상당 기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양측은 과거에도 몇 차례 호시무역을 추진했지만 북한 기업들 참여가 부진해 무역구가 자리 잡지 못했다.
한편 이날 개막한 제4회 북·중 무역박람회장은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 덕분에 발 디딜 틈 없이 성황을 이뤘다. 박람회는 작년까지 랴오닝성과 단둥시가 주관했지만 올해부터 국가급 박람회로 격상돼 상무무와 외교부 등 중앙부처가 지원했다. 관영 CCTV를 비롯한 중국 매체 취재진도 북한 전시관에 관심을 보였다.
북한 기업들은 대부분 버섯, 인삼, 꿀 등 식품류를 전시했고 중국 기업들은 의류와 가구, 가전제품 위주로 전시했다.
단둥시민 후모 씨는 "북한산 벌꿀을 사려고 왔다"면서 "몸에 좋다는 말을 다 믿지는 않지만 값이 싸서 두 병 샀다"고 말했다. 금연보조제를 판매하는 북한 판매원은 기자에게 "조선에서도 요즘엔 담배를 끊거나 담배 독을 해독하려는 사람들이 이 약을 많이 먹는다"고 권했다.
북한 측 참가자들이 가장 관심 있게 둘러본 매장은 의류와 가구 매장 등이었다. 주방 설비를 판매하는 한 중국 판매상은 "북한 사람들이 와서 이것저것 물어보고 사진을 많이 찍지만 사는 사람은 없다"고 전했다.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