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지예 기자=호주 정부가 난민 차단을 위해 마련한 역외 수용소에서 성폭행을 당해 임신한 소말리아 여성이 호주행 기회를 다시 얻게 됐다고 BBC, CBS 등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에비얀'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23세 소말리아 여성은 2년 전 난민선을 타고 호주 진입을 시도하다 호주 인근 나우루공화국에 마련된 난민수용소에 들어가게 됐다.
줄곧 이 수용소에서 머물던 에비얀은 지난 6월 수용소에서 성폭행을 당해 임신을 했다.
에비얀은 낙태를 위해 지난 11일 호주행 비행기를 탔지만 입국 닷새 만에 무거운 몸을 이끌고 나우루공화국으로 되돌아 왔다.
호주 당국은 그가 낙태를 위한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마음을 바꿨다고 해명했지만 에비얀은 이같은 주장을 부인했다.
에비얀의 변호사는 그가 추가 상담을 받고 마음을 정할 시간을 갖기 위해 나우루공화국으로 돌아온 것이지, 낙태를 포기하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나우루공화국은 낙태가 합법이지만 극히 제한적인 경우에만 허용되기 때문에 낙태를 원하는 여성은 호주로 건너가야 한다.
호주 정부는 에비얀에게 호주에서 낙태할 기회를 다시 제공하라는 유엔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지난 28일 에비얀의 재입국을 허가했다. 에비얀은 호주에서 의료진 상담과 정신건강 지원을 받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에비얀의 1차 호주 입국 시도가 좌절된 후 호주 정부의 냉혹한 난민 차단 정책을 비난하는 목소리는 더욱 거세졌다.
호주 자유당 정권은 난민선을 타고 망명을 시도하는 난민 수가 급증하자 군사력을 동원해 난민선의 접근을 원천 차단하는 강경한 정책을 펼쳐 왔다.
해안을 통해 입국하려다 호주 군경에 적발된 난민들은 본국으로 송환되거나 나우루공화국, 파푸아뉴기니에 호주 정부가 마련한 난민수용소로 보내진다.
피터 더튼 호주 이민장관은 치료를 위해 나우루에서 호주로 들어온 난민 240명이 법원 명령을 얻어 수용소로 돌아가지 않은 바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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