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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이굽이 진창길 헤쳐갔던 시골취재길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15.11.03일 13:23
기자라는 직업에 몸 담그고 취재일선에서 뛰여온지도 어언 20여년 세월, 그동안 추억에 남을만한 취재이야기들도 많다. 그가운데 재작년 초봄에 다녀왔던 안도현 명월진 룡수골 두호동네 시골취재길도 잊혀지지 않아 적어본다.

안도현 명월진 도흥촌에서도 20여리 상거한 산골짜기마을에 자리잡고있는 룡수골에는 단 2세대의 농가가 살고있었다. 사람이 많이 드나들지 않는 마을이다보니 바깥세상과 통하는 길이 너무 헐망하고 낡았다. 그래서 애써 지어놓은 곡식을 실어내오지 못해 썩히고있다는 안타까운 사연을 촌민이 신문사에 제보해왔다. 그 골안에서도 《길림신문》을 주문해보는 충실한 우리 신문의 애독자라면서 신문사에 도움을 요청한 룡수골 농민의 안타까움, 농민의 애타는 마음을 외면할수 없어 취재길에 올랐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이날은 4월의 초봄날씨였지만 구질구질 을씨년스럽게 비가 내렸다. 렴치불구 취재용으로 부탁했던 지인의 자가용도 아스팔트가 끝나버린 도흥촌까지 이르고는 멈춰섰다. 도흥촌에서부터 목적지인 룡수골까지는 오불꼬불 이어진 아득한 20리 산길이였다.

그날 내린 비로 차가 근본 길에 들어설수 없이 질척거렸다. 발품을 파는수 밖에는 별다른 도리가 없었다. 도흥촌 동구밖에서 한 농부가 룡수골까지 갔다오자면 해가 떨어지기전에는 도저히 곤난할것이라고 걱정조로 만류하며 도리머리질했다.

선뜻 발길을 돌릴수 없는 난감한 상황이였다. 비만 오면 길이 나빠 어쩔수 없다고 안타까와하던 룡수골 촌민의 마음을 알것 같기도 했다. 길이 나쁘다고 했는데 그 길을 걸어보고 체험해보아야 농민들의 안타까운 심정도 알것이라는 일념으로 일단 가보기로 했다.

선배기자인 김청수기자와 함께 질척거리는 산길취재길에 올랐다. 금방 내린 비로 산길이 온통 진흙탕으로 변해버렸고 한발작만 내디뎌도 신발에 무진장 달라붙는 무거운 진흙들때문에 힘들었다. 신발에 달라붙는 진흙들을 떼버리면서 전진하다보니 촌보난행으로 발걸음이 축나지 않았다.

꽤 많은 시간 동안 갑절 힘들게 걸은것 같았는데도 이제 자그마한 산등성이 하나 겨우 굽이돌았을뿐이고 제자리걸음만 하는 같은 답답한 길이였다. 산굽이 하나를 돌아서면 아득히 뻗어나간 길모퉁이가 또 보이고 그 굽이를 돌아서면 희망처럼 인가가 나타날듯싶어 힘을 내군 했다. 그런데 간신히 산굽이까지 당도해보면 조롱하듯 또다시 수림속으로 길게 뻗어간 진흙탕길이 나타나군 했다.

산길이다보니 주위에 아름드리 나무와 무성한 잡초가 키를 넘는데 숲속에서 문뜩문뜩 이상한 짐승들의 울음소리까지 갑작스레 들려와 깜짝깜짝 놀라기도 했다.

얼마나 걸었을가? 하늘이 새까맣게 흐려오면서 또다시 차가운 보슬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아무런 우장도 준비하지 못한 우리는 고스란히 비에 로출되여 대뜸 물에 빠진 생쥐꼴이 되여버렸다. 나는 김청수선배기자님의 비에 젖은 모습이 우스워 웃고 김선생은 또 생쥐꼴이 되여버린 내 모습에 포복절도하면서 한적한 시골산길의 고요를 깨뜨렸다.

그런데 그 웃음이 련쇄반응이 되여 나타났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새하얗고 귀여운 염소 서너마리가 인기척을 따라 깜짝 등장한것이였다. 아무리 쫓아도 외로운 산길에서의 동행이라도 되여주려는듯 꽤 오래동안 우리뒤를 졸졸 따라왔다. 왜 무작정 따라왔는지는 모르겠으나 심산속에 살면서 짐승들도 사람이 그리워졌던것이 아닐지 모르겠다. 그때 그 《동반자》들과 함께 남긴 영광의 기념사진이 아직 남아있다. 지금도 그 사진을 보면 그때 힘들었던 시골취재길이 생각나고 가끔씩 편리한 교통의 시내안 취재에도 라태해지는 자신에게 채찍질하는 계기가 되군 한다.



김청수기자와 그날 시골취재길에서 만났던 염소무리

가는 길에 인기척에 놀란 송아지떼들이 산기슭으로 질주하듯 천방지축 달려가는 풍경도 시골에서나 만나볼수 있는 재미 있는 풍경이였다. 이제 더는 걸음이 힘들다고 생각되고 포기하려고 되돌아서려 할 때 멀리 산굽이에서 멍멍 하고 개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인가가 지척에 있다는 신호였다.

아니나다를가?! 산굽이를 돌아서니 도연명이 말했던가? 《산은 첩첩, 물은 겹겹, 갈길이 막혔는가 했더니 버드나무 우거지고 꽃이 만발한 곳에 마을이 나졌네…》라는 시구가 자연스럽게 떠올려지는 아담한 농촌마을이 시야에 안겨왔다. 잔잔한 봄비를 내처 맞으면서 평소에는 반시간이면 족하다는 진흙탕길을 두시간 넘게 걸어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했던것이다.

물병아리가 되여 삽작문을 열고 들어서는 낯선 손님을 반겨맞던 룡수골 농민의 놀라우면서도 믿음과 기대에 찼던 환한 얼굴이 잊혀지지 않는다. 서둘러 마른 수건 건네주며 젖은 몸을 닦게 하고 따뜻한 아래목을 내여주던 시골인심은 지금 생각해도 훈훈하다. 그리고 마침내는 종착역에까지 당도했다는 성취감은 참으로 오래동안 기분좋게 했다.

그날 취재를 마치고 룡수골 농민들이 내여준 손잡이뜨락또르에 앉아 다시 진창길 헤치면서 마을을 빠져나오니 이미 땅거미가 지고 집중부락들에서는 하나둘씩 전등을 밝히고있었다.

그때 힘든 취재길을 걸으면서 쓴 기사가 신문에 나간후 해당 부문에서는 룡수골의 헐망한 도로를 수리해주었고 룡수골 농민들이 길이 헐망해 겪던 알곡판매난도 어느 정도 해결되였다. 그리고 그때 찬비를 무릅쓰고 가서 취재했던 기사는 길림신문상도 받아안았다. 항상 느끼는것이지만 발품 팔면서 뛴 취재는 그만큼 보람과 성취가 있는것 같다.

편집/기자: [ 안상근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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