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일레븐)
어느 팀이건 새로운 감독이 오면 그 감독의 총애를 받는 새로운‘황태자’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선발 열한 명이 모두 초호화 군단인 레알 마드리드에서도 이는 다름이 없었다. 지네딘 지단 신임 감독의 데뷔전을 빛낸 황태자는 해트트릭을 기록한 가레스 베일이었다.
10일 새벽 4시 30분(한국 시각), 2015-2016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19라운드 레알 마드리드-데포리트보 라 코루냐의 경기가 열렸다. 지단 감독이 새 사령탑으로 오른 레알 마드리드가 전반 두 골, 후반 세 골을 쉼 없이 몰아친 끝에 5-0 완승을 거뒀다.
베일의 활약은 눈부셨다. 베일은 팀이 1-0으로 앞서고 있던 전반 22분 다니엘 카르바할의 크로스를 받아 깔끔한 헤딩 골을 성공시켰다. 좌우 측면을 가리지 않고 수시로 움직인 것도 모자라 어느 틈에 중앙까지 이동해 스스로 결정지은 득점이었다.
후반 4분엔 왼발로 두 번째 골을 만들며 스코어를 3-0까지 벌렸다. 특히 이 골은 데포르티보의 반격이 한창 거세지려던 순간 이를 잠재운 골이었기에 의미가 더 컸다. 후반 시작 후 이 골이 터지기 전까지 데포르티보가 세 번의 슈팅을 하며 레알 마드리드의 숨통을 서서히 조여오고 있었으나, 베일의 이 한 방으로 데포르티보의 추격 의지는 급격히 떨어지고 말았다. 사실상 지단 감독의 첫 승을 결정지은 골인 셈이다.
베일의 활약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베일은 후반 18분 토니 크루스의 코너킥을 타점 높은 헤딩으로 연결하며 기어이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신바람 났던 레알 마드리드 공격의 화룡점정이었다. 새 감독의 데뷔전에서 그 누구보다도 승리에 크게 기여한 셈이다. 사실 프로 1군 무대 지휘 경험이 없는 지단 감독으로선 만만치 않은 전력을 가진 데포르티보와 만난 데뷔전이 부담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수비력이 좋은 데포르티보를 상대로 세 골을 넣으며 펄펄 날았던 베일의 활약이 있었기에 예상보다 쉽게 첫 단추를 꿰게 됐다. 이는 향후 지단 감독의 이번 시즌 혹은 더 나아가 지단의 감독 커리어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첫 경기서 제일 빛났던 베일이 지단 감독의 황태자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는 이유다.
게다가 지단 감독 데뷔 후 이날 경기가 있기 전까지 흐름을 떠올려보면 둘의 이 같은 찰떡호흡은 더욱 의미가 크다. 베일은 지난 수요일 훈련서 가벼운 근육 부상을 당해 지단 감독이 이끄는 첫 훈련에 빠진 바 있다. 게다가 유럽 몇몇 언론들은 “라파엘 베니테스 전 감독을 따르던 베일도 팀을 나가려한다”라고 보도했다. 때마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에서 제의를 할 것이라는 소문도 떠돌았다. 여러 정황상 흔들릴 수도 있는 처지였다.
그러나 지단 감독은 “지금 베일이 느낄 감정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나 역시 베일과 그러한 관계를 맺고 싶다”라며 따뜻하게 감쌌고, 베일 또한 다음날 정식 훈련을 소화한 뒤 “지단 감독과 함께한 첫 훈련은 환상적”이었다며 개인 SNS에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외부에서 둘을 놓고 흔들어댔지만, 둘은 개의치 않았고, 며칠 후 호흡을 맞춘 첫 경기서 완벽에 가까운 모습을 뽐냈던 것이다. 물론 지단 감독은 이제 첫 경기를 치렀을 뿐이다. 하지만 지금의 흐름으로만 놓고 보면 앞으로 지단 감독을 가장 많이 웃게 할 이는 베일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글=안영준 기자(ahnyj12@soccerbest11.co.kr)
사진=ⓒ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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