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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만의 베이징 혹한 속, 인생의 길을 걷다

[온바오] | 발행시간: 2016.01.27일 18:48

베이징의 겨울 날씨... 뭔지 모를 변화가 느껴 진다.

2000년 이후 베이징에서의 생활이 어언 16년이 지나가는데, 이곳 베이징은 우선 건조하고 위도상으로는 서울 대비 훨씬 북쪽으로서 왠지 눈이 많이 내릴 듯 한데도 어느 겨울은 눈 꼴 한번 보여 주지 않고 몰인정하게 지나치는 경우도 다반사이며, 한 겨울 동안 잘해야 눈 싸라기 같은 잔설 몇 번 내려 주면 그것으로 감지덕지 해야 했던 이곳이었다. 그리고 3寒 4溫은 그런대로 유지 해 온 듯 하였으나 평균 온도 영상 5도에서 영하 7~8이내로서 겨울이 별로 겨울답지 않은 평범함의 연속이었다.

최근 몇 년의 겨울이 은근히 변하였다.

우선 눈이 많아 졌다. 11월 초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은 그야말로 북경의 이름에 걸맞은 북쪽 겨울 왕국의 풍모다. 그리고 3한 4온 중 3寒은 그런대로 유지되는 듯 한데, 4溫이 4霧로 바뀐 듯하다. 즉 3일간 추우면 파란 하늘이거나 눈이라도 내리고, 나머지 4일은 날씨가 조금은 따뜻해 지면서 안개 성 스모그가 눈앞을 어지러뜨리고 있다. 문명의 발전과 함께 찾아온 자연 변화가 우리를 심란하게 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22일부터 24일까지 찾아온 3일간의 베이징의 추위는 볼만하였다.

30년만의 강추위, 혹은 사상 최악의 '覇王寒波'라는 등 중국식 표현에 걸 맞는 단어들이 동원되고 있다. 수은 계는 영하 16~ 17도 혹은 바람이라도 불라치면 체감온도는 영하 20도를 훨씬 넘나드는, 춥긴 추운 한파다. 1월 23일 토요일, 북경산우회 등산 동호회에서 예정한 산행에 나섰다.

당초 산행 계획은 북경에서 약 4시간 거리에 있는 북경 인근의 가장 높은 고산인 2460미터 고지의 西灵山으로 정하였으나, 하루 전날부터 쏟아지는 한파 소식에 가까운 云蒙山 인근의 천선폭포로 목적지를 변경하였다.

아침 6시 반에 여장을 꾸려 방문을 나서는 순간은 비장하다.

꼭 이렇게 추운 날 산행을 떠나야 하는지, 그곳에 가서 무슨 영광을 누리겠다고 온몸에 온 깃을 여며 가며 비장한 마음으로 그 산에 가야 하는 지.. 아파트 문밖을 나서는 순간 온몸에 엄습하는 한기는 괜한 무모함에 발걸음을 더디게 한다. 그래도 새벽밥 지어 준 마누라의 정성을 감안해서라도 되돌아 설 수야 없겠지...

그래 산, 산이다. 누가 기다려 주는 것은 아니지만 왠지 이름 모를 그 무엇이 약속이라도 하여서 그곳에서 정처 없이 마냥 기다리고 있는 듯한 막연한 착각...

27인승 미니 버스에 탑승한 산행 동료는 9명, 오늘따라 다들 집 떠나 군대 입대하는 마음으로 비장하다. 차내 실내 온도가 영하 7도 정도 되려나.. 다들 등산복을 몇 겹씩 걸쳐 입었는지라 몸은 춥지 않은데, 차 밑에서 스며 들어온 혹한의 습한 기운에 발이 참 시리다. 참, 한때는 두껍고 무겁기만 했던 등산화 였는데 강추위 앞에 속수 무책이다.

약 2시간에 걸친 차량 운행으로 운몽산 기슭에 도착했다.

운몽산이야 어찌 한 두 번 가 봤겠는가..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의 모습에 걸맞게 우아하게 단장하는 중후한 현모 양처 형 산 아니던가? 그런데 이번 산행은 단순한 계절의 흐름에 걸 맞는 적당한 산행이 아닌, 혹한의 추위에 서로의 모습을 지긋이 바라보는 탐색의 기회일 듯싶다.

이런 날씨에 자연은 어떻고, 인간의 모습은 어떻게 할 것인지..

차문을 벗어나 산 입구 초입에 들어선 하늘은 예전이나 변함없다.

파란 하늘에 불과 한 두 점의 흰구름이 넓은 하늘에 편안한 조화를 이루고, 바람도 그렇게 세지 않으며, 먼산 가까운 산이 이렇게 명쾌하고 선명하게 윤곽을 드러내 보이는 참 아름답고 청명한 겨울 날씨다. 그런데 공기가 말할 수 없이 차고 날카롭다. 뭐랄까 한 밤중에 무서운 느낌의 그 무엇을 보고 나서 온몸에 전율이 흐르는 날카로움.. 아, 진정한 추위란 이런 것 이구나.. 무서움과 두려움, 그리고 혹한의 추위의 느낌은 비슷했다. 이렇게 청명하고 아름다운 날씨가 이토록 온몸을 두렵게 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마치 용모는 너무나도 아름답지만, 마음이 사갈 보다 무섭다는 여성을 칭함이 아닐까..

우선 혹한의 추위에 대한 신체적 느낌과 마음의 준비는 어떠해야 하는가?

산속의 실제 온도는 영하 23도 전후, 장갑은 일반 장갑 위에 벙어리 장갑이 필수적이며, 머리에는 귀와 머리를 보호하는 두 개 정도의 두건과 양모 고깔 모자가 제격이며, 옷은 가능한 내복을 챙겨 입고, 그 위에 따뜻한 양모류의 조금은 얇은 옷가지를 몇 개 정도 껴입는 것이 체온 유지에 유리하고, 외부 등산복은 방수가 철저하며 바람을 피할 수 있는 모자 겸용이 최고 아니겠는가? 그리고 산길의 눈과 냇가에 꽁꽁 얼어 붙은 빙판길은 정상적인 아이젠 착용이 적격이며(미니 형 아이젠은 오히려 위험), 아울러 바지 쪽 온도 유지 및 눈 부스러기 등을 피하기 위한 각반 (스패츠)는 필수라 하겠다. 이렇게 중무장한 우리의 몸은 사실 얼음 위에서 나뒹굴어 져도 몸에 큰 상처가 없을 법한 자신감이다. 그런데 옷과 장비 덕분에 몸은 춥지 않지만, 감기 뒤끝으로 쉴새 없이 흘러내리는 콧물은 대책이 없다. 건조한 티슈 휴지를 코끝에 대고 훔쳐내기도 잠시, 휴지는 꽁꽁 얼어서 기능을 상실해 버리니, 호주머니 속에 예비용 티슈를 몇 개 정도 준비 할 수밖에 없다. 아~ 발은 왜 이렇게 시려 온지.. 여름철엔 그렇게 무겁고 짐이 되었던 등산화 인데, 별수없다. 열심히 걷는 수 밖에.. 평소 같으면 오르막길이 불편 할 텐데, 혹한 속에서는 조금은 힘든 오르막 길이 최고다. 그곳에서는 발이 시리지도 온몸의 추위도 느낄 새가 없이 훈훈하기만 하다.

비교적 양지 바른 곳에서 점심을 먹어야 한다.

산속에서의 햇살은 금방 자취를 감춰 버린 지라, 눈 쌓인 얼음 위에서 상을 차리고, 추위를 피하기 위한 비닐 텐트로 임시 바람막이를 한다. 훌륭하다. 그리고 눈과 얼음 위에서 느끼는 한잔의 술과 성찬의 포만감은 몸으로 느끼는 경험자만의 유일한 즐거움 아니겠는가? 날씨가 추운지라 어느 숙녀분은 포도주에 레몬, 그리고 꿀까지 넣어서 따뜻하게 데워 오고, 어느 분은 막걸리를 적당하게 데워서 식혜처럼 마시게 되고, 이신 전심으로 준비한 십시일반의 성찬, 그리고 한잔의 술.. 인생 별거 있는가? 이 맛에 살겠지..

겨울 혹한의 오후는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 버린다.

그리고 온몸을 데웠던 열기도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는 추위 앞에 움츠려 들게 되어 있다. 이제 추위를 멀리하고 집에 가야겠지. 그런데 미니 버스가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너무 추워서 점화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가스 불을 투입하고서야 시동이 걸리고 몇 미터 가기를.. 그리고 멈추고 또다시 데우고.. 대 여섯 번 만에 드디어 내리막 길이다. 그리고 해방이다. 그대로 북경까지 한숨 자면 된다. 사실 실내 온도가 낮아서 잠이 쉽게 올 것 같지 않았지만, 시동이 걸리지 않아서 오늘 내로 북경에 못 갈 것 같은 상황이 겨우 해결되자, 실내 온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냥 북경으로 가는 것 만으로도 행복 지수 최고.. 혹한의 하루는 회원들의 열정과 상호 관심과 배려, 그리고 각자의 인생길이라는 혼자만의 여정에 큰 추억을 안겨 주었다.

어느 동양 현인이 말씀하길, "대체로 추위로 몸을 얼어 본 사람은 봄에 옷을 빌리고, 더위로 갈증을 느껴 본 사람 만이 한 겨울의 찬바람을 맛본다" 라고 하였다. 진심으로 마음에 와 닿는 절구다. 하루 하루 생활의 소소함에 행복해 지려면, 조금 자연 속에서 자연이 주는 고난과 역경을 순수하게 몸으로 느껴 봐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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