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을 앞두고 ‘대국민 수강신청’이라 불리는 고향 가는 티켓 예매에 실패한 네티즌 이야기가 곳곳에서 들린다.
이웃나라 중국도 마찬가지다. 내달 6일부터 11일까지 춘절(春節)을 맞이하는 중국인들이 버스, 기차 티켓 등을 구하기 위해 몰리면서 성공한 자와 실패한 자의 엇갈린 반응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중국 광둥(廣東) 성 선전(深?)에 사는 황(33)씨는 후난(湖南) 성 천저우(?州)가 고향이다. 그는 티켓예매에 매달리느니 직접 길에 나서기로 결심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집을 떠난 황씨는 26일까지 11일 동안 고향행 마라톤을 펼쳐왔다. 선전에서 천저우까지는 약 600km. 42.195km짜리 공식 마라톤을 14번 뛴 셈이다.
중국 인민망 등 외신들은 그동안 길거리서 포착된 황씨의 사진을 공개했다. 그는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운동복 차림에 앞만 보고 달려왔다. 옆에 붙은 사람들은 인터넷에서 황씨의 사연을 접한 뒤, 응원차 함께 뛰어준 시민들로 알려졌다.
황씨가 오랫동안 뛸 수 있었던 건 18년간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고향이 가까워질수록 자신감이 차올라 땅을 거세게 박차고 집을 향해 달렸다. 무리한 것 아닌가 네티즌들은 생각하지만 황씨의 건강상태는 문제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히려 시민들의 응원이 자신에게 더욱 힘을 준다고 그는 말한다.
황씨는 26일, 출발 열흘 만에 천저우에 입성했다. 그는 자신을 기다리던 친구들과 반갑게 인사했다.
황씨는 험난한 일정에 강추위까지 몰아치면서 피부가 거칠어졌다. 그러나 웃음만은 잃지 않았다.
황씨는 “길 위에서의 삶은 메달을 따는 것과 같다”고 밝혔다.
혹자는 600km를 뛰는 게 제정신이냐고 물을 것이다. 좀처럼 상상할 수 없는 거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황씨에게 고향까지 뛰는 건 미친 짓이 아니었다. 단지, ‘잘 준비된’ 장거리 여행이었을 뿐이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중국 인민망 캡처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