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PC 제조업체인 중국 레노버(Lenovo)가 6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냈다. 28억 달러(약 3조 3045억원)를 들여 구글로부터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인수했지만 스마트폰 판매량이 부진했던 탓이 큰 것으로 보인다.
레노버가 2015년 5월 출시한 태블릿이 로고를 뒤로 한 채 놓여 있다 / 블룸버그 제공
26일(현지시간) 레노버가 발표한 2015 회계연도(2015년 4월~2016년 3월) 실적보고서에서 매출 449억 1000만달러(약 53조162억원), 손실 1억 2800만 달러(약 1510억원)을 기록했다.
2015년 4분기 매출은 91억300만 달러로 전년에 기록한 113억 달러보다 19% 감소했다. 이 기간 비용 절감 노력에 힘입어 1억8000만 달러의 순이익을 올렸지만, 시장이 전망한 1억8490만 달러를 밑도는 수치다.
이번 적자는 북미와 중국에서의 스마트폰 판매 실적이 부진한 탓이 큰 것으로 보인다. 레노버는 지난 2014년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28억 달러에 사들이면서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했지만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중국에서는 경쟁사인 화웨이와 오포(Oppo)에 밀린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레노버는 지난 1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상위 5개 업체에 들지 못했다.
또 시장조사업체 인터내셔널 데이터에 따르면, 모토로라를 인수한 후 레노버는 미국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5.2%까지 끌어올렸지만 삼성전자(22.7%), 애플(16.2%) 등 상위 점유율 업체에는 밀린다.
레노버는 2015 회계연도에 전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이 전년보다 13% 줄었다고 밝혔다. 시장 점유율도 4.6%로, 전년보다 1.1% 낮아졌다.
레노버의 양위안칭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WSJ와의 인터뷰에서 “모토로라 모빌리티와의 합병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모르고 과소평가했다”며 “휴대폰 사업에서 확실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모바일 부문에서의 손실은 얼마 가지 않을 것”이라며 흑자로 전환시키겠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레노버는 조만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새 스마트폰 2종을 내놓을 예정이다. 모토로라 브랜드인 제품과 동작 인식 및 깊이 인지가 가능한 구글 탱고 프로젝트 플랫폼을 탑재한 제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류현정 기자 dreamshot@chosunbiz.com]
[추다솜 인턴 기자 inmyownway58@gmail.com]
조선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