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아시아] 벤 섬포드, 편집 이용훈 기자 = 박지성(31)이 아쉬운 2011-12 시즌을 보내면서 올여름 맨유를 떠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그보다는 역할의 변화가 예상된다.
축구에서 12개월은 긴 시간이다. 1년 전 이맘 때,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큰 경기 '스페셜리스트'인 박지성을 바르셀로나와의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 선발로 기용했다. 그러나 지금 박지성은 맨유에서 조연을 맡고 있다.
맨유가 맨체스터 시티에 우승을 내준 마지막 경기에서 박지성은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으나, 경기에 투입되지는 않으면서 시즌을 마감했다. 올해 들어 박지성이 교체 명단에 포함되고도 경기에 나서지 않은 것은 21번에 달한다.
박지성은 시즌 내내 28경기에 출전했다. 이는 지난 시즌보다 오히려 한 경기 더 많은 출전 기록이지만, 1월 말부터 시즌이 끝날 때까지 여섯 경기에만 모습을 드러낸 것이 문제다. 퍼거슨의 '믿을맨'이었던 박지성의 존재감이 희미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시즌 퍼거슨 감독은 큰 경기 때마다 박지성을 믿었고, 박지성은 그 신뢰에 보답했다. 작년 5월 첼시와의 경기에서는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치차리토)의 선제골을 도우며 맨유의 2-1 승리를 이끌었고, 2010년 10월에는 아스날을 상대로 결승골을 터트려 맨유에 1-0 승리를 안겼다. FA컵 준결승과 챔피언스 리그 결승에서도 박지성은 신뢰를 받았다.
이번 시즌에는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박지성의 영향력은 점차 줄어들었고, 1월에 폴 스콜스가 복귀하면서 박지성은 더 뒤로 밀려났다. 후반기 맨체스터 더비에 선발로 출전했지만, 맨유는 0-1로 패해 우승 경쟁에 결정타를 입고 말았다.
4주 넘게 경기에 나서지 않던 박지성은 오랜만에 선발로 출전하자 다소 지친 모습을 보이며 57분 만에 교체됐다. 그 경기 하나만으로 박지성의 기량을 판단할 수는 없다. 특히나 오랜 기간 휴식을 취하다가 경기에 나섰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그러나 그 경기에서 박지성이 더는 예전과 같은 선수가 아니라는 점이 증명된 것도 사실이다. 지칠 줄 모르던 미드필더인 박지성도 이제는 피곤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맨유와의 계약 기간은 1년이 더 남았지만, 올여름 이적 시장에서 박지성이 맨유를 떠나리라는 보도도 있다.
박지성의 최대 장점은 역시나 에너지다. 만일 그 에너지를 잃었다면 박지성의 맨유 생활도 끝이겠지만, 그는 자신이 아직 체력적으로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2011 아시안 컵을 끝으로 대표팀에서도 은퇴했고, 2012 런던 올림픽 참가도 고사했다.
따라서 올여름의 충분한 휴식이 박지성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다음 시즌에도 조연이 될 가능성이 크지만, 31세라는 나이와 12년의 선수 경력 내내 세 개 팀에서만 뛰었던 충성심을 고려하면 박지성이 맨유의 조연 역할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충분하다.
맨유는 박지성의 존재만으로 여전히 아시아 시장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번 시즌 우승을 놓치면서 팀에 대대적인 개혁이 이뤄지리라는 전망도 있지만, 조연으로 자리를 잡게 된다면 박지성은 개혁과는 무관하게 맨유에 남을 것이다.
2002 한일 월드컵의 전설 안정환은 박지성이 K리그로 오길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이라면 박지성이 조만간 K리그로 가기는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