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룡강신문=하얼빈) 소년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히려 엄마가 미안해했다. 하지만 소년은 아빠를 위해서라면 그러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아빠와의 추억이 무엇보다 소중했던 소년은 자기가 힘이 된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지난 17일(현지시간) 중국 인민망 등 언론들에 따르면 장쑤(江蘇) 성 쉬저우(徐州) 시에 사는 차오 레이(35)는 지난 1월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어지럼증과 쓰러질 것 같은 느낌을 여러 차례 받고 병원을 찾았던 그에게 날벼락 같은 소식이었다.
골수 이식만이 유일한 해결책인 가운데 다행히도 아들 차오 인펑(8)의 골수 조직이 일치한다는 검사 결과가 나왔다. 레이씨에게는 노부모도 있었지만, 이들이 고령인 점을 토대로 의료진은 두 사람을 검사 대상에서 일찌감치 제외했다.
남편을 살릴 수 있어 안도하면서도 아들에게 날카로운 침을 꽂는다고 생각하니 엄마는 가슴이 아렸다. 그러나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행히 인펑 군은 의젓했다. 소년은 조심스레 엄마 입에서 나온 말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빠와의 오랜 추억을 간직해온 인펑 군에게 자기 몸을 던지는 것쯤은 아픈 아빠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딱 하나 걸림돌이 있었다. 바로 체중. 몸무게 약 34kg인 인펑 군이 골수를 이식하려면 최소 45kg을 넘겨야 했다. 수술을 버티려면 어느 정도 체격 요건을 갖춰야 해서다.
그렇다고 포기할 인펑 군이 아니었다. 소년은 약 두 달에 걸쳐 체중을 약 47kg까지 불렸다. 식사량을 늘렸고, 수술대 위에서 견디기 위해 꾸준한 운동으로 체력도 키웠다. 이 기간 인펑 군이 친구들을 잘 만나지 못한 것도 당연했다. 레이씨도 아들이 수술대에 오를 때까지 병마와 잘 싸워줬다.
다행히 지난 6일 수술에서 인펑 군은 무사히 골수를 이식했다. 보름 동안 의료진은 레이씨를 지켜보기로 했는데, 면역 거부반응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별 이상이 없다면 레이씨는 아들과 같이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인펑 군은 인민망과의 인터뷰에서 “배가 나온 게 조금 싫지만, 운동하면 돼요”라며 “불어난 뱃살은 제가 아버지를 살릴 수 있게 해줬어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버지와 호주에 가기로 했어요”라며 “얼른 가서 캥거루를 보고 싶어요”라고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