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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 르포]10대 총기난사로 충격에 빠진 독일, "정신질환자 범행이 더 공포"

[기타] | 발행시간: 2016.07.24일 10:33

독일 뮌헨의 올림피아 아인카우프스젠터룸 전철역 부근 맥도날드 매장 앞에 23일(현지시간) 취재진과 추모객들이 몰려 있다. 전날 이 곳에서 18세 소년이 총기를 난사, 9명이 목숨을 잃었다. 뮌헨|정동식 통신원


독일 뮌헨에서 10명의 사망자를 낸 총격사건이 발생한 다음날인 23일(현지 시간) 유럽 언론들은 일제히 “독일도 뚫렸다”는 기사들을 실었다. 독일은 그동안 서유럽 국가들 중에서는 테러로부터 비교적 안전한 나라로 여겨졌다. 2001년 9·11 테러가 난 뒤 유럽은 잇달아 알카에다와 이슬람국가(IS) 같은 극단주의 무장조직, 혹은 그 연계 세력이나 추종자의 공격을 받았다. 2004년 스페인 마드리드, 2005년 영국 런던, 지난해 프랑스 파리와 올해 벨기에 브뤼셀, 프랑스 니스가 줄줄이 공격을 당했지만 독일은 무사했다. 하지만 이제 유럽에서 안전지대는 없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독일로서는 1972년 뮌헨 올림픽 때 팔레스타인 무장조직 ‘검은 9월단’ 테러 이래로 40여년만에 최악의 사태를 맞은 셈이다. 독일은 물론 유럽 전체가 큰 충격을 받고 있다. 뮌헨 총격을 일으킨 범인은 IS와는 관계 없는 이란계 10대 소년으로 드러났으나, 범행 대상이 ‘소프트타깃’이라 통칭되는 민간인 다중 이용시설이었던 데다 인파가 몰리는 주말을 겨냥했다는 점에서 파장은 컸다. 총격이 벌어진 뮌헨의 모자흐 지역은 도심에서 조금 벗어난 조용한 주택가여서 주민들이 받는 충격은 더 큰 것 같았다. 특히 사망자 9명 중 여러 명이 10대들이고, 주로 동네 주민들이었다.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난 올림피아 쇼핑센터는 23일 폐쇄된 채 텅 비어 있었다. 뮌헨|정동식 특파원


사건 현장과 연결되는 지하철 올림피아 아인카우프스젠터룸 역은 아예 폐쇄돼 있었으며, 맥도날드 가게와 쇼핑센터에서는 경찰이 바리케이드를 치고 일반인의 출입을 막았다. 여느 때라면 주말인데다 지금이 여름 정기세일 기간이어서 인파로 북적였겠지만 이번 사건으로 주변 대형 상가들 모두 문을 닫았다. 범인이 마지막으로 들어갔던 쇼핑센터 입구의 ‘위머’라는 빵집에는 종업원들이 황급히 피한 듯 진열장 안의 빵들이 헝클어진 채였고, ‘필립스’ 카페에는 설거지 그릇들이 수북해 전날의 긴박했던 상황을 보여주는 듯 했다.

라라 로손옐로는 22일 총기난사가 발생했을 때, 사건 현장에서 도보로 5분 거리인 집으로 가던 중이었다. 원래 올림피아 쇼핑센터에서 근무하지만 이날만 도심에 나갔다가 귀가하는 길이었다. 갑작스런 총성과 경찰이 출동하는 모습,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오는 모습을 지켜본 그는 “그야말로 패닉 상태였다”며 “20년 넘게 여기 살았는데 이런 악몽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범인은 올림피아 쇼핑센터와 맥도날드 점포, 새턴 자동차영업점 3곳에서 총기를 난사했다. 이 세 곳 앞에는 가림막이 처져 있었고, 그 앞에는 추모객들이 놓고간 꽃과 사진, 엽서들이 쌓여 있었다. 비 내리는 저녁에도 500여명의 추모객 수는 줄어들지 않았다. 희생자 9명 중 7명이 10대 학생들이어서 부모와 친구들의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실신하는 여성도 있었다. 숨진 이들은 코소보계가 3명, 터키계가 3명, 그리스계가 1명이었다.



총기난사가 일어난 뮌헨의 올림피아 쇼핑센터 입구에 서 경찰들이 23일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뮌헨|정동식 통신원


친구와 함께 온 시난 쾰릭은 “이 맥도날드와 쇼핑센터는 금요일 저녁이면 즐겨 찾던 곳”이라면서 “우리가 현장에 있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 끔찍하다”고 말했다. 남자친구와 함께 온 버지니아 시디파카스는 “친한 친구가 어제 사건 당시 맥도날드에 있었으나 무사했고, 남자 친구의 친척 1명은 사망했다”면서 “뮌헨은 항상 안전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안전한 곳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올림피아 쇼핑센터 앞에 마련된 추모소에 23일 시민들이 빗속에서도 꽃다발과 양초들을 놓으며 희생자들을 기리고 있다. 뮌헨|정동식 통신원



인종과 종교를 구분지어 원망하거나 비난하는 이들은 없었다. 맥도날드 옆 추모소에는 희생된 터키와 알바니아인들을 기리기 위해 두 나라 국기가 나란히 걸려 있었다. 현장에서 자살한 범인이 테러조직원이 아니었으며 일종의 정신질환에 의한 범행으로 보인다는 점, 이주민이 많은 지역이라는 점도 한 요인인 듯 했다.

주민들은 독일이 아직 테러조직에 뚫리지는 않았다고 안도하면서도 개인의 이념적 편향이나 정신질환에 의한 범죄는 더 막기 어렵다는 점을 크게 우려했다. 크리스토퍼라는 남성은 “희생당한 사람들의 가족과 친구들에겐 범인이 누구이든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할 것”이라면서 “이런 형태의 범행은 막을 수가 없으니 우리 모두가 잠재적 희생자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결국은 이주민, 난민에 대한 반감이 커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없지 않았다. 독일 남부에서는 지난 18일 아프가니스탄 난민 출신 18세 소년이 흉기를 휘둘려 4명이 다쳤다. 뮌헨의 한 숙박업소 주인은 “주민들은 이곳이 평소 안전하다고 믿어왔기 때문에 매우 혼란스러울 것”이라며 “열차 흉기난동과 이번 사건의 범인 모두 이민자 출신이어서, 이민 반대 정서가 커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뮌헨 | 정동식 통신원(전 경향신문 기자) dosje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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