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원왕후가 1838~1843년 사이에 사위 윤의선에게 쓴 것으로 추정되는 한글 편지. 딸 덕온공주의 건강을 염려하며 약을 지어 보내는 어머니의 마음이 담겨 있다. 시집간 공주는 궁 출입이 제한되어 순원왕후는 사위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덕온공주와 안부를 주고 받았다.
[Korea.net] ”장마철 더위가 심하니 (염려) 떨쳐 버리지 못했는데, 더윗병으로 깨끗이 낫지 않았는가 싶으니 오늘은 어떠한지 염려하며, 덕온도 일전 두드러기 기운이 있고 날이 더워 그러한지 무엇 때문에 그런지 뒤척이고…”
조선 23대왕 순조(純祖, 재위 1800~1834)의 왕비 순원왕후(純元王后, 1789~1857)가 사위인 윤의선(尹宜善, 1823~1887)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이다. 사위 편으로 보낸 순원왕후의 편지에는 두드러기에 눈병 기운도 있는 딸 덕온공주(德溫公主, 1822~1844)의 안부와 함께 의원에게 물어 약을 지어보내는 어머니의 깊은 사랑이 담겨 있다.
이 편지는 국립한글박물관에서 13일 개막하는 기획특별전 ‘1837년 가을 어느 혼례날 덕온공주 한글자료전’에 소개된 편지글의 일부이다. 이 전시는 순조의 막내딸이자 조선의 마지막 공주인 덕온공주의 혼례 관련 미공개 한글 자료를 만나볼 수 있다. 1백80년 전 공주의 실제 혼례날인 1837년 9월 13일에 맞춰 개막하는 이번 전시에서는 덕온공주의 혼례 및 혼인생활 관련 한글 자료 및 19세기 왕실 여성의 혼례, 한글 문화뿐만 아니라 시집간 딸에 대한 어머니 순원왕후의 마음을 살펴볼 수 있다.
▲ 순원왕후가 덕온공주에게 1837년에 보낸 혼수 발기의 일부. 길이 5.5m로 길게 말린 이 문서에는 노리개 등 장신구, 가위, 단추 같은 바느질도구, 대접, 사발 등 식기와 붓, 벼룩 등 문구류 등 2 백여 개의 혼수품에 대해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전시는 ‘1837년 덕온공주의 혼례,’ 2부 ‘덕온 공주의 혼인 생활’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덕온공주가 16세가 되던 해 치러진 혼례에 대한 내용이 소개된다. 어머니 순원왕후가 딸과 사위 앞으로 준비한 혼수품 발기(사람이나 물건의 이름, 발신자와 수신자의 기록)와 노리개, 단추, 사발, 대접, 바느질 도구 등 실제 혼수 물건 등을 볼 수 있다.
2부에서는 덕온공주의 살림집인 저동(현재 서울 중구)에서의 생활을 살펴볼 수 있다. 시집 간 덕온공주와 순원왕후가 안부를 주고받은 한글 편지, 책을 읽고 글씨 쓰는 것을 즐긴 덕온공주가 보고 베껴 썼던 책 등이 눈길을 끈다.
▲ 전시에는 덕온공주가 보고 필사한 책들도 소개됐다. 덕온공주는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해서 혼례 뒤 약 4천권 이상의 책을 저동의 집으로 가져갈 정도였다. 관람객들이 덕온공주의 책을 살펴보는 모습.
전시장 곳곳에는 증강현실 기술이 탑재된 태블릿PC 등 시청각 기기들이 비치되어 전시내용 관련 영상이나 사진자료, 편지의 주요 내용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볼 수 있다.
김철민 국립한글박물관장은 “덕온공주 혼수 발기는 현재까지 알려진 유일한 공주의 혼수발기로 이번에 최초로 공개되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딸에 대한 엄마의 애틋한 정과 조선시대 당시 왕가의 품격 있는 문화생활을 엿볼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윤소정 코리아넷 기자
사진 윤소정 코리아넷 기자, 국립한글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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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장에는 증강현실(AR) 기술이 탑재된 태블릿PC 등 시청각 기기들이 비치되어 편지 등 전시품의 주요 내용을 자료 원문과 함께 관람할 수 있다. 순원왕후의 편지를 태블릿PC로 읽는 모습(위), 덕온공주의 혼수 발기 영상을 감상하는 모습.
▲ 덕온공주의 혼수품이었던 노리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