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야 벨랴코프(Ilya Belyakov)
[Korea.net] 해외 언론에서 한국에 대해 언급할 때 자주 쓰이는 말이 ‘광대역 민족(Broadband nation)’이다. 그만큼 다른 나라보다 인터넷이 발달되어 있는 것은 물론, 인터넷이 국민의 일상생활에 깊이 파고들어 있다는 의미다. 나도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러시아는 물론, 여행으로 다른 나라에 가 봐도 한국 사람들 성격만큼 빠르고 쉽게 접속할 수 있는 인터넷을 한국밖에 못 봤다.
인터넷이 한국 사회의 빼어 놓을 수 없는 한 부분이 된 것은 오래 전부터다. 간단한 온라인 쇼핑은 물론, 행정 절차, 대학교 수강 신청, 세금 납부 등 직접 해당 기관 안 가도 쉽게 온라인으로 해결할 수 있다.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하신 어머니도 전기세나 가스세 같은 공과금을 밖에 나가지 않고 핸드폰으로 납부할 수 있다는 것에 놀라셨다. 요새 러시아에서도 인터넷 중요성과 사용범위가 넓어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그 정도는 아니다.
나도 이런 첨단 기술을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최신 기술이나 새로운 기기가 나올 때마다 항상 관심을 가지는 편이라 일상생활이 수월해질 수 있는 방법을 늘 환영한다. 그러나 기술적인 면에서 봤을 때 웃기는 건 몇 가지 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마이크로 소프트 윈도우즈(MS Windows)의 인터넷 익스플로러(Internet Explorer, IE)에 대한 한국의 집착 을 들 수 있다. 인터넷 뱅킹이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을 구매할 때 대부분 인터넷익스플로러를 써야 하는데, 사실 이 프로그램은 기술적으로 성능이 많이 떨어져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지 않는 브라우저이다. 그런데 첨단기술의 메카인 한국에서만 왜 아직까지 사용하는지 이해가 잘 안 된다. 내 친구 중에서도 이것 때문에 한국을 많이 비판하고 비웃는 경우를 많이 봤다.
외국인으로 한국에서 겪는 또 다른 어려움으로 온라인 활동을 들 수 있다. 한국사람들에게 아무것도 아닌 일이 외국인들에게는 정말 고통스러울 수도 있다. 실명 인증, 주민등록증번호 입력, 웹사이트 회원 가입, 신용카드나 핸드폰 결제 같은 온라인 활동들은 한국인이 하면 1분도 안 걸리는데 외국인에게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복잡하고 어려울 경우가 꽤 많다.
실명인증시스템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이해한다. 요즘처럼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쉽게 주고 받는 시대에는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필요한 절차라고 충분히 이해하며 이 같은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국에 아직 외국인들이 그렇게 많이 살지 않아서 그런지 실명인증은 대한민국 주민등록번호를 가진 자에게 한해 잘 되어 있지, 외국 여권이나 외국인등록증 소지자에게는 불만이 많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름란에 세 글자 이상 입력을 못하게 되어 있거나 주민번호를 입력할 때 5나 6자로 시작한 번호 입력이 아예 안 되는 것은 아쉽게도 이러한 경우에 속한다. 요즘은 많이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시스템상 부족함이 많다는 의견이 외국인들 가운데 많다.
간단한 신용카드 결제도 문제가 있다. 온라인으로 물건을 사고 결제하려면 공인인증서가 필요한데 공인인증서를 다운 받고 설치하는 과정에서 똑같은 실명 인증 문제들이 생긴다. 게다가 결제할 때 보안코드니 뭐니 입력해야 하는 항목이 매우 많다. 아주 간단하다고 홍보하는 핸드폰 결제도 절차가 너무 어려워서 한국에서 온라인 구매를 안 하는 외국인들을 많이 봤다. 특히 한국말을 잘 모르는 외국인들은 더욱 더 그렇다.
그렇다고 해도 한국에 살면서 인터넷을 통해 물건을 구매 안 할 수가 없다. 정신 없이 바쁘게 살다 보면 쇼핑을 할 틈이 없다. 다른 일로 바빠지면 필요한 물건을 편하게 집에서 주문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한국의 온라인 쇼핑몰은 러시아보다 매우 큰 장점이 있다. 바로 배송 기간이다. 러시아가 땅이 넓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뭘 주문하면 일주일 넘게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한국은 2~3일이 보통이고 당일배송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곳도 많다. 한국사람들의 급한 성격 때문에 그런가.
이 글을 쓴 일리야 벨랴코프씨는 러시아 출신으로 현재 방송인이자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