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1984년 내셔널지오그래픽 표지를 장식한 '아프간 소녀' <사진출처:구글> 2016.10.27
【서울=뉴시스】오애리 기자 = 1984년 내셔널 지오그래픽 표지에 실린 인상적인 사진 한 장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던 일명 '아프가니스탄 소녀'가 파키스탄에서 불법 체류 및 공문서 위조 혐의로 체포돼 14년형을 선고받을 처지에 놓였다.
26일(현지시간) AFP통신은 '아프가니스탄 소녀'란 호칭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샤르바트 굴라가 하루 전 파키스탄 페샤와르에서 연방수사국(FIA)에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FIA는 굴라와 남편에 대해 지난 2년간 불법체류 혐의와 관련한 조사를 진행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파키스탄 국립기록등록청(NADRA)의 한 관리는 CBS 뉴스에 아프간 국적의 굴라가 가짜 신분증 소지 혐의로 체포된 사실을 확인했다. 이 관리는 FIA가 굴라에게 가짜 신분증을 발급해준 NADRA 직원 3명을 추적 중이라고 전했다. 파키스탄에 체류하고 있는 아프간 국민들 중 가짜 신분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최소 수천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유죄가 최종 확인될 경우 굴라는 벌금 3000~5000달러와 7~14년 형에 처해질 수있다. 또는 아프간으로 추방될 수도 있다.
굴라의 한 친척은 CBS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굴라가 지난 초여름에 아프간 고향 코트 마을에 돌아가려고 준비를 마쳤는데, 다에시(이슬람국가를 비하하는 표현)때문에 남아있던 친척들마저 마을을 떠나버렸다"고 전했다.
1979년 당시 소련의 아프간 침공 이후 인접국 파키스탄은 아프간 난민을 대거 받아들였다. 굴라는 1984년 파키스탄 난민촌에 있던 당시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사진작가 스티브 맥커리의 눈에 띄여 사진을 찍었고,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녹색 눈동자의 아름다운 아프간 십대소녀의 사진은 세계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파키스탄에는 현재 아프간 난민 약 140만명이 '공식적'인 난민 신분으로 들어와 있으며, 비공인 난민도100만명이 파키스탄 내에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파키스탄은 자국 내 아프간 난민들에게 2017년 3월까지 고국으로 돌아가도록 명령을 내린 상태이지만, 난민 대다수는 여전히 불안한 고국 상황 때문에 귀국을 꺼리고 있다.
한편 지난 2002년, 중년 여성이 된 굴라와 20여년 만에 재회해 사진을 찍어 또다시 화제가 됐었던 사진작가 맥커리는 CNN에 "굴라를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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