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東京)에도 위안부 소녀상을 세울 것이다.”
“한·일 위안부 합의를 인정할 수 없다.”
“일본 정부는 모든 국가의 피해자에 대한 책임을 이행해야 한다.”
한국·인도네시아·동티모르·필리핀 등 4개국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지난해말 이루어진 한·일합의를 수용할 수 없다면서 일본 정부의 사죄를 요구했다.
이들은 일본 시민단체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전국행동’이 지난 5일 일본 도쿄도 재일본한국YMCA에서 개최한 행사에서 일본군 위안부 동원으로 겪은 피해를 증언한 뒤 일본 정부의 사죄와 배상 등을 요구했다.
한국인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씨(88)는 “나는 합의를 한 적이 없고 도장을 찍은 적도 없다”면서 한·일합의를 정면 비판했다. 그는 이어 “일본이 공식 사죄를 하고 법적인 배상을 하라는 요구는 천년이 지나도 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측이 위안부 소녀상을 철거하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대해 그는 “건방진 일”이라고 일축한 뒤 “앞으로 도쿄에도 소녀상을 세워 일본이 잘못을 반성하고 사죄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네시아인 피해자인 틴다 렌게는 일본군의 제사(製絲) 공장에 일하러 갔다가 매일 일본군 병사에게 성폭행을 당한 경험을 꺼내놓은 뒤 “일본 정부는 정식으로 사죄하고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필리핀인 피해자인 에스텔리타 바스바뇨 디(86)는 “일본 정부가 전쟁 범죄에 책임을 지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결코 인정할 수 없다”고 지적한 뒤 “11개국에 이르는 국가의 피해자에 대한 책임을 이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동티모르 출신 위안부 피해자도 “하루에 4∼5명에 이르는 일본군을 상대하는 생활을 하다 임신해 여자아기를 낳았지만, 일본군이 데려가 버렸다”면서 “한 아이의 엄마로서 그 아이가 어떻게 됐는지 일본 정부에 책임을 묻고 싶다”고 밝혔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전국행동’은 이날 한·일합의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일본 정부가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을 상대로 “모든 국가의 위안부피해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해결책을 새로 내놔야 한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발표했다.
<도쿄|윤희일 특파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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