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정부에 재정지원 떼쓰기 … "자산매각 등 자구노력에도 해답 없어"
심각한 재정난에 빠진 인천시가 '아시아경기대회 반납'이라는 극단적인 카드를 빼들었다. 정부의 추가지원 없이 시 자체로 대회를 치를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도시철도 2호선에도 국고 지원을 요구했다. 인천시는 또 정부가 지원해 주지 않으면 연말 대선을 통해 정치적으로 풀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송영길 인천시장은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시 재정현황과 대책'을 발표했다. 2014년 완공키로 한 도시철도 2호선 건설을 2년간 늦춰 현금유동성을 높이고, 중앙정부가 아시아경기대회에 국비지원을 해주지 않으면 대회 자체를 반납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시는 아시안게임과 도시철도2호선을 재정위기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고 있다.
우선 인천지하철 2호선 개통 시기를 2년 연기해 4000여억원의 현금 지출을 미루기로 했다. 또 우량자산을 매각해 1조2000여억원의 자금을 확보하기로 했다.
송 시장은 "당초 2018년이었던 개통시기를 2014년으로 4년이다 앞당기면서 현금 유동성 위기를 불러왔다"며 "올해부터 3년간 필요한 예산이 8600억원이나 돼 시민을 위한 다른 일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또 아시안게임에 대한 국가 지원금을 늘려달라고 요청했다. 송 시장은 "여수엑스포 준비를 위해 여수시는 한 푼도 쓰지 않았고,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준비를 위한 국가 지원율이 70%"라며 "아시아경기대회에 대한 국가 지원율을 현재의 30%보다 높여주지 않으면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인천시의 요구는 결국 아시아경기대회 사업비 3814억원을 1조1371억원으로, 도시철도 2호선 1조2872억원을 1조5171억원으로 각각 늘려달라는 것이다.
인천시는 이날 기자회견 후 곧바로 청와대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간부들을 보내 이 같은 의지를 전달했다. 하지만 정부가 이를 받아들일 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지금까지 다른 지자체와의 형평성 등을 들며 인천시의 요구에 난색을 표해왔다.
인천시도 이런 상황을 인식하고 정치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 송 시장은 "마지막까지 정부 지원을 요청하겠지만 이번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연말 대선에서 인천 시민들의 협조를 구해 다음 정부의 공약으로 채택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인천시는 2009년 한 해에만 8386억원의 지방채를 방행하는 등 예산규모가 1조원이나 늘어났다. 분식결산 등으로 생긴 부족재원도 8500억원에 이른다. 반면 지방세 수입은 계속 줄어들어 올 한해에만 4000억원의 세수 결손이 예상돼 전체적으로 약 1조2500억원의 재정 확보가 필요한 상태다. 여기에 2014년까지 아시안게임과 도시철도 2호선 건설 등 특수수요를 감안하면 약 7000억원이 추가로 필요하다. 부채 비율도 5월 현재 35.4%로 높아 아시안게임 경기장 건립을 위해 지방채를 발행할 경우 40%를 넘기게 돼 정부가 정한 재정위기 지자체 대상이 된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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