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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 벌집촌 가리봉, G밸리·다문화 품고 뜬다

[조글로미디어] | 발행시간: 2016.11.28일 09:08
G밸리 배후지로 활력 '재충전'…"주민·중국동포 화합하고 환경 정비해야"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기자 = 가리봉은 꿈을 품고 고된 현실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품어왔다. 1970년대 구로공단 여공들에 이어 지금은 코리안 드림을 따라온 중국 동포들이 터를 잡았다.

뉴타운 열풍이 거세게 불고 지나간 뒤 남은 것은 황폐해진 동네와 상처 입고 서로 틀어진 마음이었다. 중국 동포들과 토박이 주민 간 문화적 차이로 인한 갈등까지 더해졌다.

가리봉에는 서울형 도시재생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중국 동포들을 포함해 지역 주민들이 화합하고 환경을 정비해 G밸리(옛 구로공단) 배후지로서 활력을 되찾아 가는 것이 목표다.

◇ 벌집 타운과 옌볜거리 = 구로공단과 함께 연상되는 벌집은 가리봉 청춘들의 힘든 세월이 남긴 유산이다. 작은 방 한 칸에 작은 부엌 하나, 화장실은 공용인 벌집은 급격히 불어나는 공단 노동자들을 수용하기 위해 생겨났다. 이젠 중국 동포들이 타지에서 고단한 몸을 누이는 곳이 됐다.

그때 그 시절을 상징하는 '가리베가스' 우마길은 이제 '옌볜거리'다. 노동자들이 외박하는 주말이나 월급날이면 사람이 넘친다고 해서 '가리베가스'였다. 80년대 산업구조 변화로 구로공단이 도태되면서 우마길도 썰렁해졌다. 지금 이 길엔 중국어 간판이 가득해 이국적이기까지 하다. 길을 걷다가 지나는 사람들의 대화를 들으면 중국에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가리봉 우마길[서울시 제공=연합뉴스]

가리봉 우마길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우마길은 70-80년대 구로공단 시절엔 가리베가스로, 지금은 옌볜거리로 불린다.

한 때 공장 근로자들 월급날이면 사람이 넘친다고 가리베가스였지만 이제는 중국동포들이 가득하다. 2016.11.28 [서울시 제공=연합뉴스]


우마길에 있는 가리봉시장은 지역 최대 '쇼핑명소'였으나 현재는 쇠락한 전통시장이 됐다.

예전 가리봉시장 모습은 박노해 시인의 '가리봉시장' 시 구절에서 짐작해볼 수 있다. '허기지고 지친/ 우리 공돌이 공순이들이/ 싸구려 상품을 샘나게 찍어두며/ 300원어치 순대 한 접시로 허기를 달래고/ 이리 기웃 저리 기웃/ 구경만하다가'

지금은 영화 황해에서 중국 동포인 주인공이 아내를 찾아 헤매던 장소로 등장하는 곳이다.

◇ 뉴타운 바람 지난 뒤엔 = 가리봉은 10여 년 전 드디어 뉴타운으로 거듭나는 듯했다. 2003년 11월 균형발전촉진지구로 지정됐고 2005년에는 디지털비즈니스시티로 기본계획안이 결정됐다.

구로공단이 디지털단지로 성장한 것과 달리 가리봉은 흐름에 뒤처져서 변화 열망이 큰 터였다.

기대와 달리 개발 과정이 순조롭지 않았다. 벌집과 상가 주인은 임대소득 감소를 우려해 전면 재개발을 반대했다. 그 사이 땅값이 급등했고 2008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덮쳤다.

2014년 사업시행자 LH공사가 포기했고 주민 의견수렴에서도 토지 등 소유자 32.5%가 개발에 반대하며 그해 12월 가리봉은 균형발전촉진지구에서 해제됐다.

뉴타운 꿈에 들뜬 사이 건축허가가 제한되고 기반 시설이 정비되지 않아 지역은 슬럼화됐다. 이웃들도 반목하는 관계가 됐다.

이런 가운데 임대료가 저렴하고 구로공단과 가까운 가리봉에 중국 동포들이 하나둘씩 들어왔다. 이들은 비율이 40%가 넘지만 기존 주민들과 섞이지 않고 자체 공동체를 형성했다. 한국과 다른 문화와 생활방식 탓에 우마길에 쓰레기가 쌓이고 음주사고가 잇따르며 기존 주민들과 마찰이 잦았다. 노숙자 음주와 폭행 등 범죄 우려와 담배꽁초 화재 등으로 인해 공원이 폐쇄되기도 했다.

◇ 주민이 만드는 재생 희망 = 도시재생으로 방향이 잡힌 뒤 시급한 것은 주민 간 유대감 형성이었다. 뉴타운 해제를 끌어낸 주민들이 주축이 됐다. 작년 1월 열린 주민설명회에 250여명이 참석했고 이 중 38명이 2월 주민활동가 첫 모임을 했다. 처음에는 고성을 주고받던 사람들이 작년 9월 주민협의체를 꾸리는 성과를 냈다.

주민협의체 김대정 부대표는 "아무 발전도 없이 흘러간 세월을 책임져줄 사람이 없다는 점에서 주민들의 고통이 상당했다"며 "우리 동네를 더 내버려둘 수 없다는 애정으로 이뤄낸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협의체는 이제 250여명으로 인원이 늘었다.

가리봉 한중 어울림 한마당[서울시 제공=연합뉴스]



중국 동포들도 지역사회에 융화하고 있다. 이들은 우마길 조선족 상우회를 올해 6월 발족하고 도시재생에 동참하고 있다. 우마길 청소를 하고 구로경찰서 동포 자율방범대를 꾸려 야간 순찰을 한다.

중국동포들과 화합할 수 있는 한중어울림 한마당 대축제와 가리봉동네 이웃기웃 민속장기대회 등이 열렸다.

가리봉 동네방송국 채널 제작이나 구로공단 배경 연극공연 등을 접목한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젝트도 진행됐다.

작년 2월부터는 폐쇄됐던 공원에 컨테이너 구조 도시재생지원센터(현장소통마당)가 들어서 축제나 영화제 등 주민 참여행사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가리봉은 작년 12월 국토교통부 근린재생형 도시재생사업지로 선정됐다. 최근엔 활성화 계획 단위사업 타당성 심사를 위한 국토부 2차 관문심사까지 마쳤다.

도시재생 활성화 계획은 시의회와 도시계획위원회 등을 거쳐 내년 초 확정 고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이달 초에는 공청회도 열렸다.

가리봉 주민협의체[서울시 제공=연합뉴스]



◇ G밸리를 품고 더하는 마을, 다문화 어우러진 동네로 = 가리봉 도시재생은 ▲ 공동체 활성화 ▲ 생활환경 개선 ▲ 문화·경제 재생이 목표다.

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마을 재생학교 운영, 주민공모사업 추진 등이 계획됐다. 안전하고 편안한 동네를 만들기 위해 불량도로를 정비하는 등 기반 시설을 개선하고 CCTV나 공동소화시설 등 주민 방범과 안전시설 등을 확충한다.

우마길에는 중국문화를 특화해 골목 경제를 살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벌집을 리모델링해 정체성과 역사를 보존하는 동시에 주민 커뮤니티 장소로 활용한다. 가리봉 주요 지점들을 엮어 스토리텔링을 담은 관광체험 루트를 만드는 방안도 계획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도시재생이 성공하려면 벌집 임대인과 토박이 주민, 중국 동포들 사이에 공동체 의식이 형성되고 각자 이해가 충분히 고려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가리봉 벌집 활용 프로젝트[서울시 제공=연합뉴스]



벌집 임대인들은 월세를 착실히 선납하는 중국 동포들이 있는 상황에서 돈을 들일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기존 주민들은 일부 재개발 희망을 놓지 못하거나 중국 동포들과 생활하는 것을 불편해한다. 중국 동포들도 공동체에 들어오지 않으면 지역 발전은 쉽지 않다.

가리봉 재생을 총괄하는 배웅규 중앙대 교수는 28일 도시재생이라는 장기플랜을 위해서는 주민들이 중국동포들과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찾고 작은 것부터 함께 참여하는 자세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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