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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트럼프·시리아 … 푸틴이 원하는 대로 됐다

[기타] | 발행시간: 2016.12.18일 01:06

방일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16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오찬을 함께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뉴스1]

지난 7일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올해의 인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선정했다. 낸시 깁슨 편집장은 “선정이 쉬웠다”고 했다. 평가는 엇갈리지만 올해의 주인공으로 트럼프를 선택하는 데 이견이 없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영국 일간 가디언의 칼럼니스트 조너선 프리들랜드가 이의를 제기했다. 지난 10일 칼럼에서 그는 “트럼프가 최고의 뉴스를 만든 건 분명하다”면서도 “자신의 꿈이 실현되는 것에 만족해 늑대 같은 웃음을 지으며 한 해를 마무리하는 사람은 따로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가 뉴스 메이커일지는 몰라도 승리자는 아니라는 의미다. 그가 ‘2016년 최고의 승자’로 지목한 사람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다. “시리아 내전,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투표, 미국 대선을 거치면서 전 세계가 그가 원하는 모습대로 재편성(reshape)됐다”는 것이다. 일주일 뒤인 지난 14일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2016년 가장 파워풀한 인물’ 1위로 푸틴을 꼽았다. 포브스는 “그는 러시아의 영향력을 세계 구석구석까지 행사했다”며 “국내는 물론 시리아 내전, 미국 대선에 이르기까지 푸틴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손에 넣고 있다”고 평가했다.

얼마 전까지 러시아는 고립무원의 처지였다. 2014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크림반도를 병합한 대가를 혹독히 치르고 있었다. 미국과 EU의 경제제재로 루블화는 폭락했고 저유가가 지속돼 경제는 휘청거렸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2014년에 비해 3.7% 하락해 6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미국과 유럽은 푸틴을 철저히 따돌렸다. 그러나 상황이 급변했다. “푸틴의 숭배자들과 동맹이 권력을 얻으면서 푸틴이 무대의 중심으로 돌아왔다”(AFP통신)는 선언까지 나왔다.

시작은 지난 6월 영국의 브렉시트 투표였다. 영국은 EU에서도 러시아에 가장 강경했다. 미국과 EU의 협력 관계에서 다리 역할을 한 것도 영국이었다. 영국의 EU 탈퇴는 EU의 분열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약화로 이어져 러시아가 서방의 압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된 것 역시 러시아엔 더할 나위 없는 호재다. 트럼프는 선거기간 내내 푸틴을 “훌륭한 지도자”라고 치켜세웠고 푸틴도 “재능 있는 인물”이라며 트럼프에게 화답했다. 트럼프가 승리한 날, 러시아는 축제 분위기였다. 빅토르 나자로프 옴스크 주지사는 “푸틴의 통합러시아당이 미국에서 승리했다”고 선언했다. 러시아 관영 TV 채널 RT의 마르가리타 시모얀 국장은 “성조기를 휘날리며 모스크바 시내를 달리고 싶다”는 트윗을 남겼다. 푸틴도 선거 다음 날 이례적으로 빠르게 축전을 보냈다.

트럼프도 지난달 12일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대선 승리 뒤 여러 지도자에게 축전을 받았다”며 “특히 푸틴 대통령에게 멋진 서한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13일엔 최고 요직인 국무장관에 푸틴의 17년 지기인 렉스 틸러슨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를 지명했다. 공직 경험이 전무한 데다 친(親)러시아 인사라는 점 때문에 자격 논란이 일지만 트럼프는 오히려 그 점을 평가했다. “미국에 적대적인 국가 지도자와도 연결된 폭넓은 인맥 때문에 인선했다”는 것이다.

지난달 20일 프랑스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 1차 투표에서 예상을 깨고 프랑수아 피용이 1위를 차지했을 때 블룸버그는 “푸틴이 프랑스 대선에서 이미 승리했다”고 보도했다. “푸틴이 트럼프와 정말 잘 지낼지는 불확실하지만 (피용이 대선 후보가 됐기 때문에) 어쨌든 푸틴은 프랑스에서 이긴다”는 것이다. 내년 5월 치러지는 대선 결선에선 피용과 극우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이 맞붙어 피용이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만큼 푸틴 대통령을 존경한다”는 르펜처럼 발언하진 않지만 피용도 친러시아 인사다. 러시아를 “중요 파트너”라고 부르는 그는 “러시아 코앞까지 나토를 팽창시킨 서방이 러시아를 도발했다”고 주장한다. EU의 제재 철회도 요구한다. 블룸버그는 피용이 트럼프나 르펜 같은 포퓰리스트가 아닌 “오랫동안 분명하게 친러시아 입장을 견지해 왔다”는 데 주목했다. 메르켈 총리 주도로 독일·영국·프랑스가 이끌던 유럽의 질서가 브렉시트를 거쳐 피용으로 인해 마침내 종식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미다. 뉴욕타임스(NYT)도 “피용의 경선 승리는 유럽의 질서가 러시아에 맞서는 대신 협력하는 쪽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마침 동유럽도 친러시아로 회귀 중이다. 소련 붕괴 이후 EU의 동진(東進)과 함께 친서방 정권이 들어선 국가들이 정권 교체를 시작한 것이다. 지난달 불가리아와 몰도바 대선에선 러시아와의 협력을 약속한 후보가 친유럽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불가리아의 루멘 라데프는 “크렘린과의 관계를 바로잡고 EU의 러시아 제재를 끝내고 싶다”고 밝혔다. 몰도바에서 당선된 이고르 도돈은 “국민은 서방은 물론 동방(러시아)과도 협력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WSJ는 “동유럽을 재편했던 EU라는 결속체에 틈이 벌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15일 열린 EU 정상회의에선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대러 경제제재를 내년 7월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탈리아 등 몇몇 회원국은 효과가 없다며 해제를 주장했다. 반(反)러시아 연합에 균열이 생긴 것은 물론 유럽 개별 국가들이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에 나설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서방의 분열은 중동에서 러시아의 입지도 공고하게 만들어 줬다. 미국이 개입을 주저하는 사이 러시아는 시리아의 알아사드 바샤르 대통령을 지원해 전세를 뒤집었다. 반군이 점령했던 알레포를 탈환하는 과정에서 러시아와 시리아 정부군이 수많은 민간인 희생자를 낳았지만 서방은 속수무책이다. 더구나 최근 트럼프는 “체제 전복 시도를 중단하며 정권과 사람을 전복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겠다”며 “이슬람국가(IS)와 급진세력 퇴치에 동참하는 어떤 국가와도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알아사드 축출 노력을 중단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러시아와 협력할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현 정세가 ‘인간성에 반하는 최악의 범죄’로 기록될 참사를 낳은 러시아에 면죄부뿐 아니라 중동 문제 해결사 역할까지 부여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윌리엄 헤이그 전 영국 외교장관은 지난 12일 텔레그래프 기고문에서 “러시아와 손잡은 알아사드의 건재를 보면서 전 세계는 서방이 아닌 러시아야말로 믿을 만한 동맹이라고 생각한다”며 “서방을 분열·무력화하는 게임에서 푸틴은 성공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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