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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와 관계

[온바오] | 발행시간: 2016.12.20일 22:23

▲ 다리아 토도로바(Daria Todorova)

[Korea.net] 한국 사회는 상하 질서가 뚜렷하다. 이러한 모습은 언어에서부터 찾아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자신과 나이가 같거나,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이름으로 부를 수 없다. 만약에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을 이름으로 부른다면 이것은 정말 큰 실례로, 듣는 상대방의 기분을 크게 상하게 만들 수도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게다가 한국어에서는 러시아어나 영어와는 달리 일상 대화에 대명사를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에 상대방의 직업이나 직위, 나와 상대방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호칭을 사용해 상대를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다 보니 다른 문화권과는 달리 한국에서는 모르는 사람과의 첫 만남에서 상대방의 나이를 물어보는 것이 필수다. 한국의 호칭은 상대방의 나이가 나보다 많은지 적은지, 나이 차이가 난다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에 따라 호칭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첫 만남에서 상대방의 나이를 물어 자신과 비교하고, 어떤 호칭으로 서로를 불러야 할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가장 흔한 호칭 중의 하나인 “’오빠’”의 경우, 나이가 상대적으로 어린 여자가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남성을 부르는 호칭으로 나이 차이가 너무 많이 나거나, 상대방이 여성인 경우는 사용할 수 없다.

나이 차이가 아닌 ’선배님’처럼 관계에서 비롯되는 호칭도 있다. 이 호칭은 학교나 특정 모임 등에 새로 들어온 사람이 기존에 들어와 있던 사람을 부를 때 쓰는 호칭이다.

그런데 이런 호칭과 관계가 정해지는 순간 아주 재미있는 일이 일어난다. 서로의 나이나 관계를 알게 되고, 호칭이 정해지면 한국 사람들은 서로에게 그 호칭에 어울리는 역할을 기대하게 된다. 그리고 반대로 자신 또한 그 역할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는 일종의 책임감이 생기게 되는데 이것은 마치 역할놀이 같은 느낌을 준다.

’오빠’라고 불리는 사람은 자신을 그렇게 부를 수 있는 관계에 있는 “’여동생(상대적으로 나이가 어린 여성)’”을 보살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오빠’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여동생’의 위치에 있는 사람은 ’오빠’에게 어느 정도의 도움을 받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경향이 있다. 불과 몇 분 전까지 모르던 사이였어도 말이다. 이러한 현상은 '선배님'이나 다른 호칭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물론 어느 사회에나 이런 모습을 찾아볼 수 있지만, 한국의 경우는 이러한 부분이 사람의 관계에 조금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단순히 이런 과정이 행동만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생각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한국어의 호칭 중에는 나이나 사회적 위치에 비롯되어 생기는 상하적인 관계의 호칭이 많다. 그렇다 보니 한국에서는 한 사람이 어떤 경험을 했는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보다는 그 사람의 나이로 그 사람의 경험이나 생각을 예상하고 판단하는 경향이 크다. 이것은 학교나 구조에서부터 상하의 직선적인 구조를 갖고 있는 대부분의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의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이따금씩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개인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불필요한 관여를 하거나 자신의 생각이나 조언을 들려주곤 한다. 이런 모습은 상대방이 실제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보다는 그 상대방이‘이런 도움이 필요할 거야’라는 일종의 편견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러한 행동이 상대방에게 필요할 거라 여긴 선의의 행동이라 해도 처음 겪는 외국인에게 당황스러운 건 마찬가지다.

물론 상하적인 관계가 단점만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는 이런 관계의 정리가 실제로 사람의 관계를 빠른 속도로 가깝게 만들어준다. 한국에서 사람을 만난다면 먼저 나이를 묻고, 호칭을 정하며 친해지려고 노력해보자. 분명 문화를 더 깊이 이해하고 새로운 친구를 사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다리아 토도로바씨는 모스크바 세종학당에서 한국어강사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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