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더타임스 웹사이트에 실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인터뷰. | 더타임스 웹사이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난민정책을 ‘재앙’에 비유했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는 “현명한 결정”이라면서, 이 또한 난민 문제와 연결지었다. 러시아에는 우호적인 입장을 재확인했다.
트럼프는 15일(현지시간) 영국 더타임스, 독일 빌트와 공동 인터뷰를 하면서 유럽과 관련된 이슈들에 대한 생각들을 쏟아냈다. 트럼프는 “메르켈은 재앙과 같은 실수를 저질렀다”고 말했다. “어디 출신인지도 모르는 불법 이민자들을 아무 곳에서나 모두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유럽의 난민 포용정책을 주도해온 메르켈이 2015년에 100만명 가까운 난민들을 받아들인 것을 비판한 것이다.
이날 트럼프를 인터뷰한 사람은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가결로 이끈 마이클 고브 전 영국 법무장관이었다. 더타임스 기자 출신인 고브는 국민투표 뒤 물러나 이 신문의 칼럼니스트로 돌아갔다. 더타임스는 친트럼프 성향의 미국 미디어 폭스뉴스와 함께,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의 뉴스코퍼레이션이 소유한 회사다. 트럼프는 지난 9일 트위터에 “머독은 위대한 사람이며 나를 좋아한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트럼프는 이번 인터뷰에서 메르켈이 “유럽의 가장 중요한 지도자”라고 인정했으나, 메르켈이 이끄는 독일에 대한 반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EU가 “독일을 위한 수단이 됐다”고 말했다. 자신은 취임 후 미국 국경을 강화하는 행정명령을 내놓을 것이라며 강력한 이민정책을 예고했다. 이슬람 테러와 관계된 국가 출신들은 미국에 입국하려 할 때 엄격히 조사할 것이고, 유럽인들도 여행 규제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무슬림은 테러범, 난민은 불법 이민자라는 그간의 주장이 유럽 언론들과의 당선 뒤 첫 인터뷰에서도 되풀이됐다.
트럼프는 “영국의 EU 탈퇴는 아주 현명했다”면서 “브렉시트는 위대한 조치로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파운드화 약세가 영국산 제품의 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전망했다. 17일로 예정된 테레사 메이 총리의 의회 연설을 앞두고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16일 1% 넘게 떨어져 석달 새 최저를 기록했다. 트럼프는 “사람들과 국가들은 고유한 정체성을 원한다. 다른 나라들도 떠날 것이라고 믿는다”면서 EU 탈퇴 도미노를 예상했다.
트럼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는 핵무기 군축 협상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우리가 러시아와 좋은 협상을 할 수 있는지 한번 살펴보자”면서 핵무기 감축협상 등을 거론했다. NBC는 “트럼프가 러시아 제재를 걷어내겠다는 계획을 재차 강조하면서 핵무기 감축과 교환하겠다는 세부 조건을 더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에게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는 EU 못잖은 ‘구시대의 유물’인 듯했다. 그는 자신에게도 나토는 매우 중요하다고 했지만 “너무 옛날에 만들어졌고, 회원국들이 내야할 돈을 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란 핵협상은 “내가 본 협상 중에서 가장 바보같은 협상”이라고 했다.
<워싱턴|박영환 특파원 yhpark@kyunghyang.com>
출처: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