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중국 정부가 나섰다. 유럽 재정위기 상황이 쉽게 해결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계속 나오자 중국 정부가 4년 만에 기준금리 인하라는 강력한 경기 부양책을 내놨다.
중국 인민은행은 7일 홈페이지를 통해 8일부터 기준금리인 1년 만기 예금과 대출 금리를 각각 0.25%포인트씩 낮춘다고 밝혔다. 8일부터 1년 만기 대출금리는 6.56%에서 6.31%로, 예금 금리는 3.5%에서 3.25%로 각각 낮아진다.
◆ 4년 만에 금리 내린 중국
중국의 기준금리 인하는 지난 2008년 말 리먼 브러더스 사태에 따른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를 진정시키기 위해 약 4조위안의 부양 패키지를 내놓은 이후 4년 만이다. 지난해 중국 정부는 부동산 가격 급등을 잡기 위해 세 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상했고, 2010년에는 두 차례 인상했다.
7일 블룸버그는 "이번 중국 정부의 금리 인하는 중국의 정책 당국자들이 향후 유럽 재정위기가 더욱 심해질 경우 중국 경제가 더 침체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기업들의 대출 비용이 늘어나면서 투자와 소비를 줄이는 점에 주목했다"고 분석했다.
HSBC의 선 전웨이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경제는 계속되는 하방 압력으로 인해 강력한 도전에 직면한 상황이었다"며 "이번 기준금리 인하는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을 통해 향후 경제 상황을 안정화 시키겠다는 의지"라고 분석했다.
◆ 의외의 조치…정부의 강력한 부양 의지로 분석
중국 정부의 이번 기준금리 인하는 금융 시장 전문가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조치다. 당초 전문가들은 올해 중국 정부가 기준금리는 놔두고 지급 준비율을 인하해 경기 부양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었다.
실제로 지난달 29일 중국 관영통신인 신화통신은 "중국 정부가 경제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지난 2008년과 같은 대규모의 경기 부양책은 내놓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준율 인하나 인프라 투자 확대와 같은 정부 지출로는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경기 침체 여파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졌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3년 만에 처음으로 지급준비율을 내렸었고, 올해에도 2월과 5월에도 두 차례 지급 준비율을 내렸다. 지난달 말 중국 정부는 도로나 다리 건설 프로젝트 등 인프라 투자에 속도를 높여 경기를 부양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지만, 이 역시 큰 효과가 없었다.
반면 유럽 재정위기는 그리스에 이어 스페인에까지 전염되면서 계속 악화, 올해 1분기(1~3월)에 바닥을 칠 것으로 예상했던 중국 경제가 올해 3분기에나 바닥을 칠 것이란 전망이 이어졌다. BoA메릴린치는 2분기 중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8.5%에서 7.6%로 수정했다. 지난 1일 발표된 중국의 5월 제조업 구매관리자 지수(PMI)는 6개월 만에 처음으로 하락하기도 했다.
◆ 낮아진 물가 압력도 경기 부양 나선 이유
중국 정부가 강력한 부양책을 내놓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낮아진 물가도 한몫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4월 물가 성장률이 3.4%로 목표치인 4%를 밑돌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인민은행은 지난달 12일 지급 준비율을 내려 경기 부양에 나서기도 했다.
그 동안 중국의 물가 상승률은 고공행진 해 왔는데, 지난해 7월 6.5%로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면서 중국 정부는 쉽게 금리 인하 카드를 내놓기 어려웠다.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5월 물가 상승률은 지난달보다 더 낮은 3.2%를 기록할 전망이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선이 무너지면서 연료 가격에 대한 압박이 줄어든 것이 영향을 미쳤다.
조선비즈 | 강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