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계 질환 막아주는 설포라판 효능 연구
브로콜리의 특정 성분이 치매나 자폐증 등 신경계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한국연구재단에 따르면 김지영 서울대 연구교수(사진)팀은 브로콜리의 성분인 설포라판이 뇌 특정 단백질 발현을 후성유전적(DNA 서열 자체를 바꾸지 않으면서도 장기적으로 DNA 변화를 일으키는 현상)으로 유도해 치매나 자폐증 등 신경계 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설포라판은 브로콜리를 비롯해 양배추 등 십자화과 채소에 많이 들어 있는 이소시아네이트 일종으로 글루코시놀레이트가 미로시나아제에 의해 가수분해돼 생산된다.
연구팀은 설포라판이 우리 몸에서 뇌유래 신경성장 인자와 같은 건강한 유전자를 강화하도록 후성유전적으로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발견했다. 뇌유래 신경성장 인자는 유전자에 의해 생성되는 뇌 안에 있는 단백질로 신경계 성장 요소 일부인 신경 영양인자 집단 중 하나다.
연구팀은 신경세포를 설포라판이 함유된 배양액에 키우거나 치매 유전자 변형 쥐에 설포라판을 먹이면 뇌유래 신경성장 인자의 발현을 증가시킬 뿐 아니라 신경세포와 시냅스의 분자물질인 마이크로튜불결합단백질-2, 시냅토파이신 등 단백질도 증가시키는 걸 확인했다.
설포라판은 시냅스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수용체와 그 신호전달 분자물질들의 활성화에도 기여했다.
이는 설포라판이 신경세포에서 히스톤탈아세틸효소 억제제로 작용해 핵단백질 히스톤3과 히스톤4의 아세틸화를 증가시키는 후성유전적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결국 설포라판은 우리 몸에서 뇌유래 신경성장 인자와 같은 건강한 유전자를 강화하도록 도움을 주고 후성유전적으로 시냅스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호전달 분자물질들을 활성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이번 연구는 브로콜리 등 십자화과 식물에서 얻을 수 있는 설포라판이 뇌의 발달과 성장, 신경계 질환 극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뇌유래 신경성장 인자의 발현 유도를 규명한 것"이라며 "설포라판을 이용해 소아청소년들의 뇌 발달과 성장을 돕게 하고 뇌유래 신경성장 인자가 취약한 신경계 질환 위험군에 맞춤식 처방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고 연구 의의를 설명했다.
특히 연구진은 "브로콜리 등 십자화과 식물에서 유래되는 주요한 성분인 설포라판과 뇌 건강 사이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들은 이제 걸음마 수준이며 차츰 그 결과가 쌓여 가기를 기대한다"며 "설포라판을 함유하는 건강기능식품이나 신약 개발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 일반연구자지원사업(여성 과학자) 지원으로 수행됐다. 논문은 국제 학술지 '몰레큘러 뉴트리션 & 푸드 리서치' 최근호에 게재됐다.
[서진우 기자]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