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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문물에 담긴 이야기(4)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19.03.14일 08:39
화로, 300년 력사의 조선족을 찾아주다

이 화로는 1983년 10월 21일, 연변박물관의 지경택, 심동검 두 사업일군이 두만강 상류에 자리 잡고 있는 화룡시 로과향(지금 남평진과 합병) 흥남촌의 허권석 가정에서 15원을 주고 수집해들인 것이다. 아구리의 직경이 35센치메터, 깊이가 21.2센치메터, 밑부분의 직경이 30센치메터로서 비록 오랜 세월을 경과했지만 보존 상태가 량호하다.



1983년  화룡시 로과향(현재 남평진과 합병) 흥남촌 허권석 가정에서 수집해들인 화로, 현재 연변박물관 소장.

 

지난날 화로는 조선족의 거주생활에서 빈부귀천의 차이가 없이 추운 겨울을 나는 필수적인 난방도구이면서 또한 음식을 덥히는 데 광범위하게 사용되기도 하였다. 엄동설한에 비록 아궁이에 불을 지펴 온돌로 집안을 덥힌다고는 하나 어느 방안이든지 다 덥힐 수가 없었다. 특히 8간집이나 10간집은 방 수자가 많고 구들고래가 길어서 방바닥을 골고루 덥힌다는 것은 더욱 불가능했다. 그래서 선인들은 무쇠나 놋, 오지 등으로 만든 화로에 아궁이의 불을 떠다가 보조적으로 사용하게 되였다. 민속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화로의 력사가 온돌보다 더 오랠 수도 있다고 말한다.

화로가 300년 력사를 갖고 있는 조선족을 되찾게 해준 전설 같은 이야기가 있다.



화로가 300년 력사를 가진 조선족을 되찾는 데 공헌했다는 료녕성 본계만족자치현 박보마을, 필자가 2012년 6월에 찾아갔을 때 박보마을은 가운데 강 하나를 사이두고 박보하동과 박보하서로 나누었으며 박씨가 약 40가구 정도 있었다. 당시 박보하동마을에 살고 있던 박명시(1941년생)로인의 소개에 따르면 이전에 마을에 박씨가 80여가구에 300여명이 살고 있었는데 개혁개방 후에 지금의 현소재지인 소시진으로 많이 이사갔다고 한다. 그리고 1950년대에는 마을 주변의 땅이 전부 논이였으며 면적이 1,000무도 더 되였다고 한다. 지금은 거의 한전으로 변해버리고 대부분 옥수수를 경작하고 있다.

료녕성 본계만족자치현 소시진 마석욕촌 박보마을, 중간에 강 하나를 두고 박보하동, 박보하서로 나눈다. 서랍에 잠자고 있던 기자수첩을 꺼내서 찾아보니 2012년 6월 15일, 비가 내리던 한여름날 오전에 이 마을을 찾아갔었다. 관전만족자치현조선족중학교에 취재를 갔다가 돌아오는 걸음에 전설로만 들어왔던 박보마을에 무작정 찾아간 것이다. 우리는 보통 조선족 이주 력사를 길어서 200년으로 잡고 있지만 박보마을에 조선족이 정착한 력사는 어림잡아도 300년이 훨씬 더 된다. 여름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그 날, 바지가랭이를 적시며 말없이 홀로 300년을 이어온 박보하동 마을길을 걷는 나의 마음은 뭐라고 딱히 형언할 수 없이 애잔했다. 머리 속에는 전설 같은 이 마을의 이야기가 주마등처럼 스친다.

선조들이 남겨주고 홀연히 떠난 평범한 화로가 이 마을 ‘한족 박씨’를 ‘조선족 박씨’로 개명하는 데 공헌을 하게 될 줄이야 그 누가 알았으랴! 그야말로 예측하기 어려운 게 세상사다.

박보마을은 명나라 말기 조선에서 명나라의 요청으로 후금(청나라 전신, 1616년─1636년)군대와 싸우러 중국에 건너온 병사들이 포로가 되여 그중 두 박씨가 정착해 살기 시작하면서 처음에 박가보로 불리웠다. 만족이 나라를 지배하던 청나라 때 이들은 피해를 입지 않으려고 대외적으로 자기네를 만족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다가 청나라가 망하고 만족의 세력이 쇠약해지자 세월이 흐르면서 박보마을의 ‘만족 박씨’들은 군벌세력들이 통치하는 구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한 수단으로 또다시 민족을 한족으로 고치고 살아갔다.

이런 상황은 1981년까지 쭉 이어지다가 1982년 국가에서 민족자치정책을 시달하면서 본계현을 본계만족자치현으로 고쳤으며 한족으로 등록되여 살아가던 적잖은 만족들이 본 민족을 되찾는다. 이 때 ‘한족 박씨’들에게도 기회가 찾아오는데 300년 파란만장 세월이 흐른 후에야 이들은 자신들이 비로소 조선족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주장만 해서 되는 일이 아니다. 그 당시 누군가 “당신들이 조선족이라고 우기는데 그렇다면 그럴 만한 근거라도 내놓을 수 있는가?”라고 단도직입적으로 의문을 제기했다.

그래서 ‘한족 박씨’들은 모임을 갖고 토론을 거쳐 자신들이 조선족임을 립증하는 물건 세가지를 모았는데 이를 보고 당초 의혹을 제기하던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당신네들은 참 대단한 사람들이다”고 탄복했다. 그 때 박씨네들이 내놓은 물건중의 하나가 바로 화로였다. 그저 방안이나 몸이나 덥히고 곱돌장사귀를 올려놓던 평범하기 이를데없는 화로를 ‘한족 박씨’들이 조선족임을 립증하는 물건으로 내세운 리유는 뭐였을가? 아주 간단하면서도 가장 설득력이 있는 ‘증거’였다. 그것은 바로 화로가 우리 민족만이 대대손손 내려오면서 류별나게 애용해오던, 다른 민족과 선명히 구별되는 물건이였기 때문이다.

정말로 허구한 300년 세월을 다른 민족으로 숨기며 살아가야 했던 이들로 놓고 말하면 화로는 그저 화로가 아니라 신령스러운 물건이였음에 틀림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박보마을의 박씨들이 자신들이 조선족임을 립증하기 위해서 내놓은 다른 두가지 물건은 또 뭐였을가? 그 역시 모두 우리의 민속과 갈라놓을래야 갈라놓을 수 없는 소중한 물품들이였다. 이제 앞으로 이어지는 를 주목해 읽어보노라면 그 궁금증이 풀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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