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파·비주류·486 '침묵의 카르텔'
민주통합당이 25일부터 시작하는 대선후보 선출 순회경선을 앞두고 무기력한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후보들은 속이 타는데 지도부와 당 안팎의 일부 인사들은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의 단일화 구상에 마음이 가 있다.
당이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것은 '박근혜 흠집내기'밖에 없다. 새정치를 갈구하는 유권자들에게 대안세력으로 다가가기는커녕 '안철수 기대기'와 '박근혜 때리기'에만 골몰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4월 총선 패배 이후 이해찬-박지원 과두지배체제가 당을 이끌고 있다.
민주당 내 비주류 한 재선의원은 "당이 이해찬 박지원 두 사람과 이들을 떠받치는 측근그룹에 의해 떠밀려 가고 있다"면서 "당의 주요 의사결정이 윤호중 사무총장과 김태년 비서실장, 오영식 전략본부장 등 486 측근들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당권파는 지난 6월 이후 △박지원 방탄국회 만들기 △박근혜 흠집내기 등에만 매달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은 "민주당이 정권교체를 절실히 원한다면 국민에 박수받을 일을 해야 하는데 거꾸로 가고 있다"며 "박지원 검찰소환 건을 처리하는 것을 보면 민심을 거슬러 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한길 이종걸 최고위원 등 당내 비주류 세력의 행보도 비판을 받고 있다. 주류세력의 독주를 견제하고 건강한 당내 논쟁구도를 만들어야 할 비주류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김 최고위원 등 비주류가 당의 미래를 놓고 논쟁하기보다 자잘한 당무에 대해서만 발목을 잡고 있다"며 "지금 법륜 스님 불러 강연회할 때냐"고 말했다.
차세대 리더라는 486 정치인들의 태도도 도마에 올랐다. 대표적인 차세대 정치인으로 꼽히는 박영선 이인영 우상호 김기식 의원 등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철희 소장은 "당내 쇄신 노력에서는 새누리당의 옛 '남원정' 그룹과 정동영에 미치지 못하고, 의정활동에서는 김성식 전 의원을 따라가지 못한다"며 "486세대가 모두 자기정치에 매몰돼 당의 미래에 대해 눈감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당이 총체적 '불통' 구조에 빠져 있으니 대선후보들만 속이 탄다. 문재인 손학규 김두관 정세균 후보의 지지율은 안철수 교수의 절반 수준에 머물러 있고, 유권자의 관심도 박근혜 안철수로 향한다.
그런데도 당내 국회의원 50여명은 먼산 보듯 당내 경선에서 뒷짐을 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기정 최고위원은 "2007년 경선 때 보였던 트라우마가 당시 열심히 뛰었던 재선과 3선 의원들을 침묵하게 하고 있다"며 "어찌됐든 치열한 경선을 통해서 좋은 후보를 뽑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내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