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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왜 족보문화가 필요한가?/정인갑

[중국조선족문화통신] | 발행시간: 2010.10.27일 10:18
1970년대에 출판된 <리백과 두보(李白與杜甫)>라는 책에서 리백의 고향이 당시 쏘련 경내임을 시사한 적이 있다. 장성이북은 자고로 중국 땅이 아니었다는, 당시 ‘러시아(쏘련)사회제국주의’의 난설을 부정, 비판하는데 활용되었다. 또 최근에 출판된 책 <진시황은 몽고말을 하는 여진인이다(秦始皇是說蒙古話的女真人)>라는 책은 동퉁구스족(東通古斯族)에 속하는 여진인의 분포가 흑룡강에서 섬서까지 뻗쳐 있었음을 시사한다. 물론 우리조선족도 동퉁구스 민족에 속하므로 우리민족사의 연구에도 흥미진진한 화제로 될지 모른다.

그러나 상기의 견해가 추호의 하자가 없는 것은 아니다. 만약 리백이나 진시황의 선대로부터 내려온 족보에 이렇게 씌어 있다면 확정할 수 있겠지만. 중국 이족(彛族)은 6개 파워로 구성되었으며 파워마다 2,000여 년 전부터 내려온 족보가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다. 아마 전 세계적으로 이렇듯 유구한 족보는 없을 것이다. 그 족보를 통하여 이족의 2,000년 역사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족보는 인류사회의, 특히 한 개 민족의 역사, 정치, 문화 등을 연구하는 귀중한 재산임은 두말할 것 없다. 이것이 족보문화의 첫째 의의이겠다.

둘째, 족보는 한 개 민족의 긍지를 받쳐주는 물질적 증거물이다. 중국인명사전을 보면 서역의 72개 나라를 겸병한 당나라의 탁월한 장군 고선지(高仙芝)는 고구려인이다. 명나라 때 천하를 진감한 장군, 요동좌도독 이성량(李成梁)은 조선인이다. 현대중국음악의 거장 정률성과 당대 중국 록음악의 창시자 최건은 모두 우리민족이다.…이외에도 중국의 정치, 경제, 군사, 문화에 기여한, 이름 모를 우리민족이 부지기수로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실들은 역사의 흐름에 따라 점점 매몰되고 있다. 때문에 우리는 족보를 만들어 남겨 우리민족의 위상을 보존하여야 한다.

셋째, 최근 필자는 조선 5현중 정여창(鄭汝昌, 1450~1504)과 김굉필(金宏弼, 1454~1504) 두 분의 직계후손의 집을 방문하였으며, 술도 한잔씩 얻어먹고 왔다. 500여 년 전 조상이 살던 집을 지키고 살며 탁월한 조상의 후손으로서 자호감을 가지고, 또한 조상의 명예를 지켜야 한다며 굳세게 살고 있는 그들의 모습은 필자에게 큰 감명을 주었다. 정여창은 하동(河東)정씨이니 같은 하동정씨인 필자의 몇 대 위인지는 모르지만 할아버지 벌이 될 것이니 필자의 가슴도 뿌듯한 감이였다. 즉 족보는 한 개 가문의 영예이며 후손들에 고무격려해주는 무형의 원동력이기도 하다.

"그건 다 옛날 양반들이고 나 같은 '쌍놈'에게 족보가 무슨 소용이 있나?"라며 반론을 제출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중국에 이민 온 조선족은 대부분은 ‘쌍놈’이며 심지어 족보가 없는 자도 많다. 그러나 우리는 중국에 와서 독립운동을 하였으며(총칼을 메고 왜놈과 싸우지 않았더라도 독립군에게 공량미를 바쳤으니 역시 독립운동을 한 것임), 범민족적으로 중국혁명에 기여하였고 3만 명의 열사를 배출하였다.

불과 몇 십 년밖에 지나니 않았는데 지금 조선족을 "얼구이즈(二鬼子)"라고 욕하며 심지어 이런 내용의 글을 인터넷에 대서특필하는 사람이 있지 않은가? 앞으로 언젠가는 "중국조선족은 일본놈을 도와 중국을 침략해 들어왔다가 남은 찌꺼기들"이라 몰아붙이고 이것이 정설처럼 될지도 모른다. 3만 명의 열사가족들, 아니, 200만의 우리 동포들이 그래 족보를 만들어 놓을 필요가 없단 말인가? 몇 백 년이 지난 뒤에 우리 후손들이 족보를 내어 보이며 "우리 조상은 20세기 초에 중국에 와서 항일하다가 중국에 남았다"라고 하며 살면 얼마나 영광스럽겠는가!

이상의 몇 가지를 제쳐놓더라도 필자는 나의 후손이 이력서에 ‘조선족’이라 쓰지 않는 것이 그토록 싫다. 아니, 이렇게 될까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서 족보를 만들어놓고 세상을 하직하여야겠다는 생각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 이것이 바로 민족자존심이다. 어느 민족이나, 자기 민족을 사랑한다면 최저한 이런 민족자존심은 있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것이 네 번째이다.

다섯째, 서방문화는 천연(天緣)문화이고, 그러므로 자기 혈통보다 하느님을 섬기고, 중화문화는 혈연(血緣)문화이므로 자기의 가문, 민족을 중시한다.

최근 100~200년간 서학동점(西學東漸)으로 서방문화가 우세였으므로 혈연문화가 응분의 중시를 받지 못하였다. 2003년 유네스코에서 한국의 종묘를 인류문화재로 받아들였고, 또한 지금 바야흐로 형성되고 있는 동학서점(東學西漸)으로 혈연문화가 각광을 받게 될지 모른다. 그때가 되면 많은 인류학자, 사회학자들이 혈연문화를 가장 중시하는 우리민족과 족보를 연구하게 될 것이라고 필자는 예견한다.

중국조선족은 대부분 기존의 족보가 없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가승(家乘)을 만들면 된다. ‘乘’은 ‘역사’란 뜻이니 가사(家史)이겠다. 누구나 자기 조부까지는 알 것이니 조부부터 시작하여 족보를 쓰는 것이다.

필자는 700만 우리 동포는 가족마다 가승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글로미디어 2010년 10월 26일 16시 05분 31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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