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그렇군요
서울시가 다음달 8일부터 면적 150㎡ 이상의 음식점이나 술집 실내에서 담배를 피울 수 없도록 했다. 서울시는 또 가로변 버스정류장 5700여곳과 학교 절대정화구역 1300여곳도 금연구역으로 만들 계획이다. 이렇게 흡연공간이 줄면서 새하얀 담배연기를 더이상 맡지 않아도 된다며 안심하는 이들도 있다. 잠깐, 우리가 흔히 흰색으로 알고 있는 담배연기는 정말 흰색일까. 육안으로 구분하기 힘들지만 담배연기는 사실 파란색이다. 이유는 연기 속 탄소입자가 빛과 만나 산란을 일으키기 때문.
산란은 빛이 구 형태의 작은 입자에 부딛혀 여러 방향으로 반사되는 현상이다. 우리가 보는 빛은 파장과 주파수가 다른 여러 색으로 이뤄져 있다. 무지개가 일곱 가지 색으로 보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빛의 산란은 주파수와 비례하는데 붉은색이나 노란색은 파장이 길지만 주파수가 작고 파란색이나 보라색은 파장이 짧고 주파수는 크다. 담배연기에 있는 탄소입자가 빛을 통과하면 파장이 짧은 파란색이나 보라색이 산란돼 파란 연기가 되는 것이다. 담배에 들어있는 탄소입자의 크기에 따라 짙은 청보라색이나 밝은 파란색을 띠기도 한다.
그렇다면 흡연자가 담배를 한 모금 빨아들인 뒤 내뿜는 연기도 파란색일까? 이때 나오는 연기는 하얀색이다. 담배연기가 지나가는 기관지나 폐에는 수분이 많다. 이 수분은 탄소입자를 핵으로 삼아 아주 작은 물방울을 만들어낸다. 이 물방울들은 작지만 가시광선의 파장보다는 크기 때문에 빛을 모두 반사한다. 빛이 모두 합쳐지면 하얀색을 띠기 때문에 우리 몸에 들어갔다 다시 내뿜는 연기는 하얗게 보이는 것이다. 구름이 하얀 이유도 그 안에 수많은 물방울이 모여있기 때문이다.
빛의 산란 현상은 담배연기 외에도 우리 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박준우 이화여대 화학나노과학과 명예교수는 “태양 빛은 공기중의 먼지나 작은 입자들 때문에 산란이 되는데 이 중 짧은 파장의 파란색이 긴 파장의 붉은색보다 더 쉽게 산란되기 때문에 하늘은 파란색으로 보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저녁노을이 붉은색인 이유는 태양 빛이 땅에 가까워질수록 공기를 통과하는 거리가 길어지면서 파장도 함께 길어지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이유로 파란색은 여기저기로 산란되며 흩어지지만 붉은색은 흩어지지 않고 남아있게 돼 하늘 전체가 붉은 빛을 띠게 된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한국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