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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준대도 아무도 안 갖는 500억짜리 기상청 슈퍼컴퓨터

[기타] | 발행시간: 2012.11.22일 23:03
ㆍ전기세·보수비 1년에 5억

ㆍ새주인 못 만난 1호기는 120만원 고철값에 판매

기상청이 보유하고 있는 500억원짜리 슈퍼컴퓨터 2호기가 ‘공짜 매물’로 시장에 나왔다. 그러나 20일이 넘도록 인수자가 없다. 최종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슈퍼컴퓨터는 고철 처리를 하게 된다.

기상청은 “이달 초부터 국내 대학과 연구소 50여곳에 슈퍼컴퓨터 2호기를 무상으로 넘기겠다는 공문을 돌렸지만 아직 가져가기를 원하는 기관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22일 밝혔다. 2호기는 다음달까지만 가동될 예정이다.

기상청은 인수 희망자가 없으면 2014년 4호기를 들여올 때 해체작업을 벌여 처분할 계획이다. 기상청은 200억원을 들여 2000년에 도입한 1호기도 6년간 사용한 뒤 공짜 인수 조건으로 시장에 내놨지만 팔리지 않아 본체를 해체해 고철값인 120만원에 판매했다. 2호기와 크기·성능이 비슷한 슈퍼컴퓨터의 시세는 15억원가량이다.

공짜임에도 2호기를 가져가겠다는 인수자가 없는 것은 성능에 비해 유지·관리 비용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경헌 기상청 국가기상슈퍼컴퓨터센터장은 “현재 2호기를 운영하는 데는 전기요금과 유지·보수비를 포함해 1년에 5억원이 든다”고 말했다. 2호기를 24시간 계속 가동하면 한 해 전기요금이 3억원가량 든다. 최소 65㎡ 이상의 전산실을 갖춰야 하고 기온과 습도 유지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기상청은 장애가 발생하면 6시간 안에 고칠 수 있도록 20명에 가까운 상주인력을 두고 있다. 아무리 공짜라도 2호기를 선뜻 가져가기가 망설여질 수밖에 없다.

기상청이 2004년 미국 크레이(Cray)사로부터 2호기를 구입할 때만 해도 처리속도는 15.7테라플롭스(Tflops)로 세계에서 16번째로 빨랐다. 15.7테라플롭스는 곱셈을 1초에 15조7000억번 계산하는 처리속도다.

2호기는 188개국에서 동시에 관측한 기상 자료를 모아 수치예보 모델에 입력한 뒤 복잡한 계산을 거쳐 날씨를 예측하는 역할을 했다. 2호기가 도입되면서 기상청은 5㎞ 이내의 좁은 지역 날씨를 예보하는 ‘동네예보’를 시작했다.

2호기는 그러나 잦은 고장과 틀린 예보 때문에 “500억원짜리 역할을 못한다”는 비난의 대상이 됐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민주통합당 홍영표 의원은 “슈퍼컴퓨터 2호기는 지난 2005년부터 2011년까지 총 350번 장애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운영일수 기준으로 보면 1주일에 한 번꼴로 장애가 발생한 것이다.

성능이 떨어진 1호기를 사용할 때보다 부정확한 예측을 한 것도 문제다. 2호기 도입 전 3년 동안 평균 74%의 정확도를 보였던 호우특보는 도입 이후 66%로 낮아졌다, 태풍특보도 93%에서 88%로 정확도가 떨어졌다. 2008년에는 6주 연속으로 주말 날씨를 잘못 예측했다.

슈퍼컴퓨터 기술의 빠른 발전 속도는 2호기의 역할까지 축소시켰다.

2010년 기상청에 슈퍼컴퓨터 3호기인 ‘해온’과 ‘해담’이 들어오면서 2호기는 날씨 예측을 하는 자리에서 물러났다. 대신 3호기의 안정화 작업을 도우면서 100년 후 한국의 기후변화를 예측하는 작업을 맡고 있다.

기상청 주력 컴퓨터가 된 3호기는 하루에 9만장의 날씨 데이터를 생산하며 황사·태풍 등 19종의 기상현상을 예측하고 있다.

316.4테라플롭스의 성능을 자랑하는 해온과 해담은 올해 세계에서 20번째와 21번째로 빠른 컴퓨터로 선정됐다. 2호기는 5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최근 세계 278위에 오른 슈퍼컴퓨터 ‘천둥’을 개발한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이재진 교수는 “무어의 법칙에 따라서 컴퓨터의 트랜지스터(반도체 회로를 구성하는 요소)의 개수는 18개월에 2배씩 증가한다”며 “컴퓨터 기술의 빠른 발달 때문에 슈퍼컴퓨터라도 4~5년이면 속도가 상당히 떨어져 수명이 다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경향신문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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