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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몸으로 무대에 올라 11분간 자위했더니 아내는…"

[기타] | 발행시간: 2012.12.01일 03:06
마임인생 40년, 유진규 입을 열다

40주년 기념 충격의 알몸공연

뭔가 보여줘야 하는데 보여줄 게 없어서…

환갑의 몸 안가리고 보여줘 난 맘에 들었어

근데 아내는 지금껏 본 작품 중 최악이었대

한때는 소 키우는 농부생활

80년대 군부정권 맞설 힘없어 춘천으로 낙향

소 35마리까지 키우며 정착에 성공했지

수입소 파동만 안났어도 다시 마임 안했을 것

춘천 마임축제 내년 25주년

축제는 무조건 현실로부터 일탈이에요

우리는 남들이 하는 것은 절대 안했죠

밤새 미치도록 놀았더니 매년 15만명 찾아

몸은 거짓말 안한다

문재인·안철수 토론회 봤는데

文은 먹이를 앞에 둔 독수리 같았어요

安의 눈동자는 이리저리 왔다갔다…

"어릴 때 난 지구인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우주인인데 뭘 잘못해서 지구로 보내진 거지. 언젠가는 우주에서 나를 데리러올 거라고 믿었어요."

우주인 운운하는 마임이스트 유진규(60)의 표정은 진지했다. 15년 전 앓았던 뇌종양 얘기다. "머리가 아프면 그냥 아파야지, 왜 지지직거리면서 아프냐고요. 드디어 우주에서 교신이 오나 보다 했지. 이제 우주로 돌아가는가 보다 했지요."

이런 유진규를 바라보다 '진짜 외계인이 아닌가?' 의심했다. 동자승 머리에 '똥'그란 안경을 쓰고 검은색 티셔츠, 검은색 바지, 검은색 코트를 걸친 외양은 대학로에서도 튀었다. 외계스러운 건, 그가 40년간 고집해온 마임도 마찬가지였다. 당장 40주년 기념 공연도 그랬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무대에 선 유진규는 11분간 자위하는 마임을 통해 객석을 충격에 빠뜨렸다. 신작 '몸'이다. 그는 "니체도 했고 밥 딜런도 했는데 뭐 대수라고? 이게 진짜 사람의 몸이지" 하며 심드렁했다. "발가벗은 유진규처럼 맨살로 국민의 아픔을 끌어안을 수 있는 지도자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갑옷은 제발 벗고 맨살로."

춘천마임축제를 세계3대 마임축제의 반열에 오르게 한 미다스의 손, 그러나 여전히 홀대받는 예술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 쓰는 광대를 27일, 구름 낀 서울 대학로에서 만났다.

무언(無言) 인생 40년만에 유진규가 입을 연다. 12월 3일부터 서울 삼일로 창고극장에 오르는 ‘유진규의 진술공연’은 기국서·유홍영 등 연극인들이 나와 그의 마임 인생을 증언하는 일종의 토크쇼다. / 이명원 기자

◇길은 원래 없었다

―40주년 무대에서 옷은 왜 벗었습니까.

"뭔가 보여줘야 하는데 보여줄 게 없어서, 하하!"

―객석의 반응은 어땠습니까.

"실제의 나는 한 손으로 가슴을 두드리고 다른 손으론 전등으로 깜박이는 눈을 비추지요. 자위하는 두 손은 영상으로 처리했고. 처음엔 어이가 없으니 관객들이 막 웃어요. '자위하세요' 하며 정형근의 노래가 나오니까 또 웃고. 그런데 이게 장난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서 서서히 숙연해지죠. 자위는 민주주의예요."

―세월에 사윈 몸을 드러낸다는 것이 부끄럽지 않았습니까.

"그런 내가 마음에 들었어요. 내 몸을 어떤 것으로도 가리지 않고 보여줬다는 것, 오늘의 내 실체를 진실하게 보여준 것이. 예술가가 자기 내면을 온전히 드러내기란 쉽지 않지요. 대충 꺼내다 마니까 좋은 작품이 안 나와. 축제 한답시고 마임은 허투루 한다 쓴소리 해오신 무세중 선생도 이번 작품은 마음에 들어하셨어요."

―부인은 싫어했을 것 같습니다.

"자기가 본 작품 중 최악이었대요. 꿈에도 나타난대. 하하!"

―어떤 메시지를 주고 싶었습니까?

"몸의 자유. 이 시대의 몸은 수많은 금기에 갇혀 있죠. 옛날만도 못해요. 성형이다, 몸짱이다 해서 얼마나 상업화돼 있습니까. 남녀의 몸을 가리지 않고 억누르죠. 순수하고 자유로운 진짜 인간의 몸짓을 찾고 싶었어요."

―단순하네요. 유진규 마임은 어렵기로 유명한데.

"젊어서는, 내 마임이 쉬워 보여서는 안 되지, 가볍게 보여선 안 되지, 하는 강박이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작품이 꼬이죠. 나도 속이고 관객도 속이고. 나이가 드니 무장해제가 돼요. 복잡하게 생각 안 해요. 알몸이 필요했고, 그래서 벗었지요(웃음)."

◇개와도 대화한다

춘천 사는 유진규가 요 며칠 서울에 와 있는 건 로드무비를 찍기 위해서다. 1972년 연극계에 입문해 신촌 76극장, 명동 삼일로 극장, 공간사랑, 대학로를 거쳐 춘천으로 들어간 한 고집스러운 배우의 일대기를 영상에 담는 작업이다. 이 짧은 다큐는 12월 3일부터 서울 삼일로창고극장에서 공연될 '유진규의 진술공연'에 쓰인다.

―스포츠로 따지면 비인기 종목인데 왜 이리 오래 마임을 붙들고 있습니까.

"장자가 그랬지요. '길은 사람이 다님으로써 생긴 것이다.'길을 만들고 싶었어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마임이 왜 좋습니까.

"말 없는 세계에서 몸짓으로만 서로 교감할 수 있다는 사실이 좋아요. 마임의 감동은 몸으로 바로 오지요. 몸이 막 떨린다고요. 몸짓, 몸의 언어는 말이나 글보다 훨씬 본질적입니다. 말이 넘쳐나는 시대에 우리가 그걸 잊었을 뿐. 표정과 몸짓만으로 모든 생명체와 소통할 수 있지요."

―어느 글에 보니 개와도 대화한다고 쓰셨더군요.

"개들이 날 보고는 짖지 않아요. 꼬리 치며 좋아하죠. 개들이 왜 자기만 보면 짖는지 모르겠다고 하는 사람들 있잖아요? 그 사람의 무엇인가가 개를 불안하게 만들기 때문이에요."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뜻인가요?

"나는 아이들이 거짓말하는 걸 귀신같이 알아요. 눈동자가 불안하게 움직이고 손과 발을 그냥 두지 않지요. 문재인과 안철수 토론회를 봤어요. 문재인은 먹이를 눈앞에 둔 독수리 같은데 안철수의 눈동자는 이리저리 왔다갔다해요. 여리지요. 정치는 좀 무식하고 배짱이 있어야 할 수 있는데, 안철수의 몸은 아직 때묻지 않은 자신을 지키고 싶었던 것 같아요."

◇뱃속의 장미꽃

이른 아침. 눈을 뜨니 입에서 머리카락이 나온다. 세수하려고 집어든 비누에 머리카락이 붙어 있다. 밥그릇에서도 머리카락이 나온다. 출근길 버스. 앞사람의 등에 머리카락이 떨어져 있다. 자판기 커피잔에서도, 서류 갈피에서도 머리카락이 나온다. 회식자리. 남자는 옆 사람 머리카락을 뜯어다 술과 함께 마신다. 이튿날 아침. 입에서 다시 머리카락이 나온다. 끝도 없이 나온다.

―고3 때 마임을 처음 보셨다고요?

"세계적인 마임배우 롤프 샤레가 한국에 왔어요. 하얀 조명 아래 검은 타이츠를 입은 배우가 말없이 몸을 비틀고 꺾고 흔드는데 기분이 묘했어요. 몸뚱아리 하나로 집을 짓고 잠을 자고 울고 웃어요. 그건 전혀 다른 세상이었어요."

―연극을 하기 위해 건국대 수의학과를 중퇴하셨습니다.

"창경궁 있는 동네에서 태어나 살면서 동물학자를 꿈꿨죠. 그런데 막상 대학에 가니 재미가 없더라고요. 그때 연극이 눈에 들어왔어요. 내 몸짓을 통해 표현하고 내뱉고 지르는 기쁨이 엄청났지요. 극단 에저또에 입단해 방태수 선생에게서 마임의 기초를 배웠어요."

―마임으로 생업을 할 수 있습니까?

"수의학과를 그만둘 때 이미 돈 쪽의 삶은 던진 거예요. 내 작품 중에 '아름다운 사람'이 있어요. 인형이 하나 있고, 의사가 나와 인형을 수술합니다. 배를 가르면 빨간 장미꽃이 보여요. 의사는 빨간 장미를 꺼내고 대신 태엽을 감은 로봇을 집어넣습니다. 연극을 하기 전 나의 삶은 로봇과 같았어요. 사람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공식대로 살고 싶지 않았어요."

―유진규의 마임은 팬터마임이 아닙니다.

"얼굴을 하얗게 분칠하고 빨간 코를 단 틀에 박힌 피에로가 싫었어요. 1976년 나의 첫 창작마임 '육체표현'은 그런 구식 광대에서 벗어난 최초의 시도였죠. 분칠도 안 하고 안경도 벗지 않고 몸의 주름도 감추지 않은 채 그냥 내 모습 그대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솔직하게 합니다."

―1987년 작품인 '머리카락'은 소설가 이외수가 감탄한 마임이라고 들었습니다.

"완벽한 삶을 위해 냉철한 이성으로 무장하고 앞만 보며 달려가는 우리는 정작 사소한 것으로 인해 무너져요. 머리카락 하나에 기겁하는 현대인의 나약한 일상을 이야기했지요."

흑백의 모노톤을 좋아하는 배우 유진규. 사진은 런던마임축제에 초청받았던 ‘빈손’이다.

◇머리 자른 이외수

―1980년 3월 '낚시터'를 마지막으로 서울을 떠납니다.

"군부정권에 맞서 싸울 힘이 내겐 없었어요. 그 무렵 결혼까지 해서 먹고살 무언가가 필요했고. 춘천에서 소를 35마리까지 키웠으니 정착에 성공한 셈이죠. 수입소 파동만 나지 않았어도 마임 다시 안 했을 거예요."

―'낚시터'는 매우 직설적인 작품입니다.

"평화로운 낚시터에 한 남자가 와요. 자기 자리에서는 고기가 잡히지 않는데 옆자리에서는 잘도 잡힙니다. 돈을 줄 테니 옆 사람에게 낚시터를 떠나라고 하지요. 거절하자 총으로 쏩니다. 낚시터엔 이제 혼자뿐인데도 고기가 잡히지 않자 어디론가 전화를 겁니다. 군부대가 출동하고 낚시터를 폭파시키죠. 물고기의 살점이 튀는 영상을 배경으로 애국가가 흐르고 남자는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합니다. 살면서 두려운 건, 무서운 현실 그 자체가 아니에요. 그 현실에 눈감은 채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휩쓸려가는 자신이지요."

―춘천 사는 소설가 이외수와 친분이 두터우시죠?

"둘 다 '독립군'이죠. 문학상 하나 못 받은 이외수 선생이나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마임을 하는 나나. 춘천에서 마임축제를 한다니까 자기 일처럼 도와줬어요. 위도에 '고슴도치섬'이란 이름을 붙인 것도 그분이고."

―이외수와 유진규를 헷갈려하는 사람들이 많아 머리를 밀었다면서요?

"춘천시절 초반 내가 장발에 수염을 기르고 있었어요. 소 장수들이 아주 이상한 놈이 굴러들어왔다고 경계했죠. 한번은 춘천 명동 번화가에 나갔는데 누가 '이외수 선생님,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해요. 집에 돌아가 이외수 사진을 찾아보니 나랑 정말 비슷하더군요. 그날로 머리를 밀어버렸죠. 누구랑 비슷하다는 말 제일 싫으니까."

―이외수의 트위터 정치활동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예술가의 태도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이제 그분을 단순히 작가로 볼 수는 없지요."

◇침묵으로 말하는 선사

화가 김병종은 유진규를 "이 말 많은 세상에 지팡이 하나 없이 침묵으로 말하는 선사"라고 했다. 비와 바람을 부를 듯한 이 '도인'이 춘천을 세계적인 마임의 도시로 일으켜 세웠을 때 사람들은 입을 딱 벌렸다.

―춘천마임축제가 내년에 25주년을 맞습니다.

"마임 다시 살려보자고 서울서 후배들이 왔어요. 요즘 많이 쓰는 '맏형'의 책임감으로 한 번만 더 공연하겠다 다짐하고 서울 대학로에서 마임 축제를 한 건데 그게 춘천마임축제의 시발점이 됐죠."

―10회를 넘기지 못하는 지역 축제가 태반입니다. 춘천마임축제의 성공 비결은 뭘까요.

"우리는 남들이 한 건 안 해요. 그리고 진짜 축제를 하지요. 축제는 무조건 현실로부터의 일탈이에요. 밤을 새우면서 미치도록 놀아야 해요. '도깨비난장', '미친금요일'이 그래서 우리 축제의 절정이 됐죠."

―그 와중에 뇌종양으로 쓰러지셨죠?

"모든 일에서 손을 떼고 지리산으로 갔어요. 아집과 욕심, 이기적인 마음이 내 몸에 병을 만들었지요. 자연 속에서 명상하고 마음을 다스렸더니 통증이 서서히 가라앉아요. 몇달 뒤 병원에 갔더니 종양이 사라졌대요. 나를 살리고 죽이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이에요."

―'하얀 방', '빨간 방' 등 관객이 직접 배우가 되는 '방' 시리즈로 다시 주목받았습니다.

"관객이 무대에 설치된 미로를 따라 들어갑니다. 어떤 사람은 몇 발짝 못 가고 돌아 나와요. 중간쯤 들어갔는데 길을 찾지 못하면 공포에 빠지죠. 무대든, 현실이든 자신을 믿어야만 미로를 헤쳐나올 수 있습니다."

―'본다'는 것은 마음이 하는 일이라고 하셨지요.

"몸의 언어를 알면 잃어버린 자기 본연의 모습을 찾을 수 있어요. 진짜 자기 마음을 읽을 수 있죠. 누구에게나 남들과는 다른 내가 있어요. 그게 살아가는 이유고.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면 자신에게 물어봐요. 이 길에 마음이 담겨 있느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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