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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의 문학, 유럽과 제대로 만나다

[기타] | 발행시간: 2013.04.12일 00:42

4개월간 베네치아서 생활

현지 대학 명예펠로 받아

프랑스·남아공에서도 강연

우리 문학의 세계화 이끌어

10일 열린 고은 시인의 명예펠로 수여식에서 전통 교수 복장을 한 고 시인(왼쪽)이 카를로 카라로 카포스카리대 총장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명예펠로는 업적이 뛰어난 예술가와 학자 중 일년에 한 명에게 주어지는 직함이다. [베네치아=박현영 기자]

“나 카를로 카라로 카포스카리대 총장은 예술과 문학에서의 탁월한 업적과 민주주의와 인권, 한반도 평화 통일을 향한 활동을 기리며 마에스트로 고은을 공식적으로 우리 대학의 일원으로 받아들입니다.”

 고은(80) 시인이 1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북부 도시 베네치아에 있는 카포스카리대에서 명예펠로를 받았다. 145년 역사의 카포스카리대에서 아시아인이 명예펠로를 받은 것은 고은 시인이 처음이다. 카라로 총장은 “한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남긴 대가 한 명에게 일 년에 한 번 명예펠로를 수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학 전공의 비첸차 드루소 교수가 20여 분에 걸쳐 시인의 삶과 작품을 소개하고, 고은 시인이 30분 넘게 기념 강연을 했다. 시인이 “우리는 모두 고대의 후예이며 미래의 한 과거 도상의 나그네이다”고 끝을 맺자 행사장에 모인 100여 명은 우레와 같은 박수를 쏟아냈다.

 명예펠로 수여 소식은 바로 이날 현지 석간 신문들에 실렸고, 앞서 일간지 '일 마니페스토'는 전면 인터뷰 기사를 싣기도 했다. 이탈리아 기자들은 '박정희 시대를 저항한 시인이 박근혜 정부의 출범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현대 시인의 사회적 역할은 뭐라고 생각하나' 같은 질문을 던졌다.

4월 5일 카포스카리대에서 열린 고은 시인의 특별 강연 '한국 현대시의 시작' 포스터. 이탈리아 각 도시는 물론 유럽·아프리카에서도 초청이 쇄도하는 등 고은 시인에 대한 유럽의 열기가 뜨겁다. 시인은 지난달 1일부터 베네치아에서 지내고 있다. '일주일의 손님'이었던 적은 있지만 주민으로 유럽에 살아보는 건 처음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권영빈)가 후원하는 '베네치아 레지던스 프로그램'이 4개월간 그를 지원한다.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위한 활동이다.

 시인의 유럽 정착 소식을 들은 유럽 문화계의 초청으로 연일 특강과 시낭송회가 이어지고 있다. 6월에는 유서 깊은 베네치아 펠리체극장에서 시낭송회 '고은의 날'이 열리며, 밀라노 암브로시아나 도서관은 '한국 문화의 날'을 만들어 그를 초대했다. 로마·밀라노·피렌체를 거쳐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프랑스 파리·낭트 등으로 고은 시인의 유럽 순회 강연회는 이어진다.

 10일 현지에서 만난 고은 시인은 “유럽 독자들은 감동에 정직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독자를 통해서 내 세계가 살아나는구나 실감한다”며 “조국에서 사는 것보다 거울에 비춰진 조국을 바라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이제 미래를 만드는 게 아니라, 과거를 만들어야 한다. 과거가 가난한 게 진짜 큰 가난이다”고 설명했다.  고은 시인이 국제 무대에서 알려지기 시작한 건 1996년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열린 시 축제가 계기가 됐다. 세계 유명 시인들은 시의 세계에선 낯선 나라였던 한국에서 온 그의 독창적인 시와 낭송법에 매료됐고, 이후 교류하며 국제 무대에서 얼굴을 알렸다. 지금도 한 해 국제 행사 초대장이 12건 정도 들어온다. 2002년 처음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된 이후 12년째 10월이 되면 세계의 언론이 그를 주목하고 있기도 하다.

 고은의 시는 25개국 언어로 번역돼있다. 다음 달 이탈리아어로 출간되는 선시집 『뭐냐』는 이곳에서 나오는 고은의 세 번째 시집이다.

출판사 편집자는 『뭐냐』를 이탈리아어로 어떻게 번역하는 게 가장 정확한가를 놓고 고민이 깊다고 했다. 시인을 만나 '이건 뭐냐' '넌 누구냐' '뭐라고?' '엥?' 등 다양한 해석을 물었다.

 시인은 “'뭐냐'는 의문형이라기보다는 하나의 명제를 던진 건데, 서양에선 좀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겠다”고 했다. 출판사는 한글 그대로 '뭐냐'라는 단어를 소개하는 방법도 생각하고 있다. 시인은 “시는 번역하는 과정에서 일부분을 잃을 수도 있지만, (많은 메시지 중) 어느 한 부분이라도 세계 다양한 독자에게 전달되면 그걸로 행복하다”고 했다.

중앙일보 베네치아=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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