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재단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담록의 청와대 문서 보관본을 파기했다고 밝히면서 다양한 억측이 난무하고 있다. 그동안 회담록 파기 가능성을 일축해왔던 노무현 전 대통령측이 파기 가능성을 암시하는 중의적 표현을 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물론 노무현재단은 종이 회담록을 없앤 것일 뿐 이지원(e知園)의 전자 회담록을 파기한 게 아니라며 선을 긋고 있다.
노무현재단의 해명이 혼란을 일으킨 것은 ‘파기’란 단어를 스스로 입에 올렸기 때문이다. 노무현재단은 23일 성명을 내고 노 전 대통령이 “다음 정부에서 참고할 수 있도록 국정원에 대화록 문서를 남기고 (참여정부 청와대 업무처리시스템인) 이지원 보고자료 외에 청와대 문서 보관본을 파기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병완(사진)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24일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당시 회담록 2부를 만들어 국정원과 청와대에 1부씩 보관해왔다”면서 “청와대가 갖고 있는 한 부의 경우, 전자문서로 올리니까 종이 문서를 파기하라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결국 노 전 대통령이 이지원의 전자 문서가 남아있다는 점을 전제로 종이 회담록 파기를 지시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국가기록원에 전자문서로 된 회담록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노 전 대통령이 이지원 회담록도 남겨놓지 않겠다는 결심을 굳힌 채, 종이 회담록 파기를 지시했다면 그야말로 고의적인 ‘회담록 폐기 지시’가 되는 셈이다. 국가기록원에 회담록이 없다는 점에서 이 같은 분석에 어느 정도 설득력을 주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이지원에 회담록을 두지 않은 채 종이 회담록마저 파기를 지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이는 노 전 대통령이 이지원의 전자 문서 회담록도 종이 회담록과 함께 파기 지시를 했다는 추정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정황상 노 전 대통령이 청와대와 국정원 보관본 모두 파기 지시를 했는데, 국정원은 갖고 있던 녹음 파일로 새로 회담록을 만들어 보관한 것 같다”면서 “노 전 대통령이 회담록 파기를 지시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윤정아 기자 jayo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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