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12일 북한 영변의 핵시설 재가동을 “기술적 재앙”이라고 표현한 것은 원자로 노후화로 인해 안전성이 심각하게 저하돼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 재가동을 대외적 협상 카드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명백하지만, 자칫 영변에서 핵물질 유출사태가 발생하면 한반도는 물론 중국·러시아도 직접적 타격을 받게 되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북한 편만 들기 어려운 셈이다. 제2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나 후쿠시마(福島)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러시아마저도 북한에 경고를 보내고 있다는 해석이다.
13일 국방부·외교부 등에 따르면 북한이 이번에 재가동에 나선 것으로 추정되는 5㎿ 원자로는 1979년 자체기술로 착공, 1986년 10월 본격 가동에 들어간 흑연감속로다. 흑연감속로는 1986년 구소련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 당시 문제가 된 원자로와 같은 유형으로, 현재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경수로에 비해 안전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게다가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로 관련 부품 수입이 용이하지 못하기 때문에 제대로 보수·수리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매우 높다.
북한이 자체 개발하고 있는 경수로는 실제 가동에 들어갈 경우 안전성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의 북한 분석사이트인 ‘38노스(38 North)’는 이미 지난 5월 “북한이 지금까지 경수로를 운용한 실적이 없어 실제로 가동할 경우 노심용융(Melt Down)과 같은 중대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북한의 안전규정 역시 국제적 기준에 비하면 턱없이 낮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평가다. 북한이 2011년 8월 뒤늦게 ‘방사성오염방지법’을 채택하기는 했지만, 영변 인근의 피폭 사례는 끊이지 않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신보영 기자 boyoung2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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