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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제 사냥터, 무란웨이창에서 부르는 가을의 노래

[온바오] | 발행시간: 2013.10.14일 00:21

塞外의 가을을 찾아서

가을이다.

매년 어김없이 찾아오는 가을이지만, 그때마다 색다름은 무엇 때문일까?

자연과 개인의 변화 때문인가, 마음은 절로 계절의 입맛에 맞게 물들어 가고 있다. 말로 표현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가을을 표현한 한편의 가을시가 심금을 울린다.

가을의 노래(김대규 시인)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지면 가을이다

떠나지 않아도 황혼마다 돌아오면

가을이다

사람이 보고 싶어지면 가을이다

편지를 부치러 나갔다가,

집에 돌아와보니 주머니에 그대로 있으면 가을이다

가을에는 마음이 거울처럼 맑아지고

그 맑은 마음결에 오직 한 사람의 이름을

떠 보낸다

주여! 라고 하지 않아도

가을엔 생각이 깊어진다

한 마리의 벌레 울음소리에

세상의 모든 귀가 열리고

잊혀진 일들은 한 잎

낙엽에 더 깊이 잊혀진다

누구나 지혜의 걸인이 되어

경험의 문을 두드리면

외로움이 얼굴을 내밀고

삶은 그렇게 아픈 거라 말한다

그래서 가을이다

산 자의 눈에 이윽고 들어서는 죽음

사자들의 말은 모두 시가 되고

멀리 있는 것들도 시간 속에

다시 자리를 잡는다

가을이다

가을은

가을이란 말속에 있다



"가을은 가을이란 말속에 있다" 역시 시인은 범인이 느끼는 이상하고 오묘한, 그리고 싱숭생숭하면서도 좀처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것들은 꼭 집어서 표현할 줄 안다. 그래서 시인인가 보다.

이번 가을 역시, 가만히 앉아서 오는 가을을 맞이하는 것은 조금 어색하지 않은가? 그래서 김동진 대표님과 함께 북쪽으로 가을 맞이 1박2일 가을단풍 출사 여행을 떠났다.

10월 10일, 베이징을 출발하여 청더(承德)를 지나 북쪽으로 450킬로미터를 가는 여행이다. 목적지는 딱히 한곳을 정한 것은 아니지만, 허베이성과 네이멍구의 접경지역인 ‘무란웨이창(木兰围場)’이다. 그곳은 초원의 야생화와 푸른 삼나무 숲이 어우러진 전형적인 고원의 초원지역이라고 하는데10월 중순경이면 초원과 야생화는 가을걷이가 끝났으며, 오직 삼나무 숲의 단풍만이 일부 남았다고 전하였으나,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 인데 일단 가서 경험해보기로 하고 여행을 떠났다.

베이징의 요즘 가을 하늘은 반갑지 않다. 뿌옇고 흐리며, 왠지 가뜩 심술이 난 할멈 같은 날씨다. 천고마비라는 광활한 가을 하늘을 기대하기에는 너무 많은 욕심인가? 그래서 그런 하늘은 두고 잠시라도 베이징을 떠나본다고 하는 것도 자유인의 재미 아니겠는가?!

베이징에서 청더로 가는 고속도로를 따라 신나게 달리다 보면 롼핑현(滦平县)이 나오며 이후부터 국도를 따라 룽화현(隆化县)을 거쳐 웨이창현(围场县)에 달하게 된다. 웨이창현은 청나라시절에 황족들의 사냥 및 기마 훈련장으로 활용되었던 곳으로 신해혁명 이후에야 민간인에게 출입과 이주가 허용되었던 곳이다. 특히 이곳은 드라마 ‘환주거거(还珠格格)’의 촬영 장소로 유명할 만큼 평균 해발 1200미터 이상의 고산지대에 여름에는 초원과 온갖 야생화가 만발하며, 가을에는 고원평원에 넓게 군락을 이룬 삼나무 숲의 노란 단풍이 장관을 이루는 곳이다.

주중이라 도로는 탁 트여있으며 거칠게 없이 3시간 만에 룽화에 도착하여 간단한 점심을 한다. 주문 요리는 보통 우리가 즐겨 찾는 '마파두부' 등 간단한 3가지 요리와 갓 익힌 고실고실한 공기밥이 참 맛있다. 3명이 먹은 식사값이 인민폐 56위안, 효용가치가 대단히 높은 식사다. 팅 하오!!!

점심을 마치고 북으로 북쪽으로 달리면 된다. 그런데 어느 때쯤부터 인가, 오염되지 않은 파란 하늘이 눈앞에 다가서고 있다. 그리고 길 옆 가로수에는 오색 찬란한 단풍이 마음을 설레게 한다. 이곳 저곳을 두리 번 거리고, 아름다운 오색 단풍을 카메라에 담느라 정신이 없다.

베이징에서 불과 200킬로미터 북상하니 가을은 만추에 가깝다. 저 먼 산봉우리 근처의 일부의 나목 만이 우두커니 서있으나 산허리를 내려올수록70% 정도는 빨갛고, 노란 색깔의 원색의 형형함을 자랑하고 있다.

그런데 왠걸, 호사다마인가? 파랗던 하늘은 온데간데 없고, 비구름이 하늘을 덮더니 결국 비가 내리고 있다. 빗속의 여행, 출사, 이 또한 별미이다. 그리고 10분간에 걸친 깜작 무지개는 너무도 후한 보너스이다.

달리고 달려, 결국 웨이창현의 ‘무란웨이창초원삼림풍경구(木兰围场草原森林风景区)’ 에 도착하였다. 관람료는 1인당 150위안, 조금 억울한 느낌이 없지 않지만 별수없이 입장하였다. 나중에야 충분한 가치가 있음을 공감했지만... 웨이창 삼림관광지구는 해발 1600에서 시작하여 1900미터 상당의 고원지대로서 삼엽수와 소나무를 어린 묘목 때부터 계획적으로 심고 관리하여 대규모 삼림지대를 이룬 이른바 ‘인공삼림공원’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오르고 올라1900미터 고지 도로에 오르고 보니, 내리던 가을비가 흰 눈으로 바뀌고 있다. 금년에 처음 맞이한 첫눈인 셈이다. 주변의 풍광은 아직 노란 단풍의 물결이 대세인데, 하얀 흰 눈이 노란 단풍과 얼버무려지다 보니 이 또한 절경 중에 절경이다. 그런데 내일 마저 눈이 온다면 원하던 모습은 아닐 텐데…

베이징에서 이곳까지 달려오던 지프차의 거의 고갈된 기름을 채우기 위해 몇 곳의 주유소를 찾아야 했고, 결국 40킬로미터 여유를 남기고 주유를 했다. 알고 보니 이 지역은 여름 한철 성수기의 관광지라 10월 중순 이후부터 전 지역의 상점이 거의 휴식상태다. 혹여 겨울에 이곳을 방문한다면, 주유 걱정 먼저 챙기시길…

숙박시설 역시 마찬가지다. 마치 유령도시처럼 상점과 일반 여관은 개점 휴업 그 자체다. 묻고 물어서 걱정스레 찾은 여관. 1인당 100위안 숙박비에 밤새 추워지는 추위걱정에 몸달아 했지만, 왠걸 자체 스팀난방이 완벽한 그곳이다. 걱정은 기우.. 사실 그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었고 서비스 정신은 살아있었다.

저녁식사를 챙겨먹고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7시 30분, 아! 이 긴긴밤을 어찌 보내려는지 걱정이다. 사실 밤이 너무 길지 않은가? 그래도 주어진 잠은 소화 해야 한다. 그렇게 잠을 자다, 문득 바깥 날씨가 궁금하여 비몽사몽간에 창문을 열고 확인한 순간, 아! 하늘은 파랗고, 온 천지의 별들이 초롱초롱하다.

시간을 보니 새벽 1시, 베이징에서 볼 수 없었던 저 별들을 한번 정도는 밖에 나가 봐줘야 하지 않겠는가? 나가서 보니 비 온 후의 상쾌하고 차가운 밤공기와 쏟아지는 별들의 시원스러움이 춥다라고 느끼기 보다는 자연의 위대함과 신비함, 그리고 내일은 날씨 분명히 좋겠다는 안도감이다. 그리고 하룻밤은 흘러가게 되어있다.

아침 6시에 기상이다. 뒷동산 일출봉에 눈 내린 단풍위로 떠오르는 태양을 촬영하기 출발이다. 영하 7도, 눈은 많이 내리지 않았고,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하늘이다. 누구는 파란 하늘이라고 하고 누구는 쪽빛 하늘이라고 하고, 그리고 누구는 옥색 하늘이라고 한다. 각자 개인이 알고 있는 색깔의 경험 법칙일 것이다. 식전 아침에 맑은 공기와 푸른 하늘, 삼나무 잎새의 서릿발에 반사되는 햇살, 점점이 사라져 가는 수풀과 계곡 속의 물안개를 찍느라 정신이 없다. 한마디로 단풍이 살아있는 가을과 첫 눈이 내린 겨울의 한 장면이 어우러진 자연의 위대한 조화일 것이다.

자연은 우리에게 무엇을 주는가?

사람마다 자기 수준에 따라 많은 미사여구가 있겠지만, 풍수지리서에서 얼핏 본 산과 아름다운 자연이 인간에게 어울림을 '유정하다' 라고 표현 하였는데 공감이 간다. 자연이, 아름다운 산이 인간과 교류하며 서로 정을 주고 받는 것이 '유정(有情)' 함이다. 사람들만이 정을 주고 받는 것이 아니다. 인간과 자연의 가장 순수한 情의 교환은 말의 교환이 아니라 마음의 교환일 것이다.

시작이 최고다. 아름다운 경치, 유정한 자연과의 교류, 그리고 자기 만족..

가을걷이가 끝난 광활한 초원을 어슬렁거려 보고, 초원 곁으로 살갑게 흐르는 실개천을 따라 정신 없이 사진을 찍는 자기 몰두, 그냥 자기 멋에 취해 살아가는 모습이다. 이렇게 저렇게 걸어보고 움직이기를 어느덧 오후, 이제 다시 450킬로미터의 길을 다시 되돌아오니 저녁 8시가 조금 넘었다.

이번 가을 여행은 이렇게 대만족이었다.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다고 하는데, 반면에 그냥 한번 가보는 것으로 만족하려 했다면 이번 여행은 망외소득(望外所得)의 결정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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