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 김범석 기자] 배우 박희순이 2004년 최민식과 함께 출연한 광고 촬영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영화 '가족'(이정철 감독)을 마치고 '남극일기'(임필성 감독)를 앞두고 있었던 때였는데 얼굴 대신 뒤통수만 나오게 된 나름 애틋한 사연이 있었다.
박희순은 영화 '가비'(장윤현 감독, 오죤필름 제작) 개봉을 맞아 TV리포트와 가진 인터뷰에서 "혹시 신인 시절 광고에 출연한 적 있냐"는 질문에 "딱 한번 있다. 그것도 '범죄와의 전쟁' 최민식 선배와"라며 입을 뗐다.
"거치른 벌판으로 달려 가자"로 시작되는 김수철의 '젊은 그대'가 배경음악으로 쓰인 교보생명 CF였다. 축 처진 어깨로 귀가하는 친구의 등을 툭 치고 이 노래를 불러주며 웃는 최민식의 연기가 빛을 발한 광고였다. 경제난으로 힘들어하는 30~40대 가장들의 응원가로 불린 CF였고 최민식은 2004년 이 광고로 대한민국광고대상 모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박희순은 "당시 '가족'에서 건달 역을 맡아 수염을 기르고 있었고 헤어스타일도 조폭처럼 하고 다녔는데 마침 광고주가 완성된 화면을 보고 '저 사람은 뭐냐'며 태클이 들어왔다"며 비화를 공개했다.
결국 얼굴이 나온 장면은 편집됐고 대신 뒤통수만 출연하게 됐다는 설명. 당시 이 광고를 찍은 감독은 '웰컴 투 동막골'에 이어 '권법'을 준비중인 박광현 감독이었다.
"생애 첫 광고에서 뒤통수만 나오게 돼 섭섭했다"는 박희순은 "그래도 다행인 건 출연료는 똑같더라. 혹시 뒤통수만 나왔다고 해서 절반이 깎이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며 멋쩍게 웃었다. "최민식 선배와 영화를 찍게 된다면 이젠 얼굴이 나와도 되겠지"라며 조크하기도 했다.
박희순은 고종 독살 음모를 극화한 '가비'에서 아버지의 죽음을 복수하기 위해 자신에게 접근한 따냐(김소연)를 의심하면서도 그의 커피를 마시는 고독한 고종을 연기했다.
김범석 기자 kbs@tvreport.co.kr 사진=송효진 기자 shj@tvrepor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