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賃金 떼먹고 인종차별·폭언… 알바 경험 후엔 한국 싫어져"
외국인 유학생들 고통 호소… 모의법정서 "法보호 받아야"
서울대에서 원자핵공학을 전공하는 몽골 유학생 바트(가명·26)씨는 여름방학 동안 경기도 부천 티셔츠 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등록금을 벌기 위해 하루 12시간이나 일했지만 월급날이 되자 사장은 약속했던 160만원의 월급을 주지 않았다. "거래대금이 들어오지 않아 다음 달에 합해서 주겠다"는 말을 믿었지만 두 번째 월급날이 되자 사장은 종적을 감췄다. 임금 320만원을 한 푼도 받지 못한 바트씨는 "한국의 좋은 점을 배워오겠다고 나선 유학이었는데 다시는 한국에서 일할 마음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12일 오전 서울 동부지방법원 15호 법정에서 외국인 유학생들이‘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임금 미지급 사건’에 대한 국민참여 모의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1
주한 유학생 8만3000명 시대에 접어들었지만 '코리아 알바'를 경험한 많은 유학생이 반한(反韓) 감정을 갖고 떠나고 있다. 국무총리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2010년 중국인 유학생 1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40%가 유학 생활 도중 반한 감정을 갖게 됐다고 응답했다.
지난 10월 주간지 '대학내일'의 외국인 유학생 만족도 조사에서도 외국인 유학생의 30.9%가 "차별을 경험했다"고 응답했고, 이 중 29.3%는 아르바이트 공간에서의 차별이었다.
12일 서울 동부지방법원에서는 중국·러시아·인도·베트남·아제르바이잔 등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유학생 20여명이 초청된 가운데 모의 국민참여재판이 열렸다.
호주 유학생 '해밍턴'이 시간당 4000원을 받고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했으나 고용주 '나 사장'이 "시간제 허가 신청을 하지 않은 불법 알바"라는 이유로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가상 상황을 가정하고 재판이 진행됐다. 검사 역할을 맡은 학생들이 "외국인도 한국 법을 지키므로 그들도 한국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며 나 사장을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배심원들은 "피고인 나 사장에게 벌금 700만원을 선고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