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조성훈 기자][ETRI개발 음란물 차단 신기술 뭐길래?…스트리밍 서비스에는 '한계']
'색과 소리, 동작 조합으로 인터넷 음란물 잡아낸다?"
정부가 최근 청소년 인터넷 유해물 확산을 막기 위한 대대적인 단속 및 차단조치에 나선 가운데, 각종 파일공유(P2P) 사이트 등에 의무 적용키로 한 음란물 유통 차단 신기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개발한 마친 음란물차단 시스템 '폰프리'(porn-free)를 P2P 사이트 등에 설치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이 시스템은 청소년들이 P2P사이트에서 내려받은 동영상의 신체부위를 판독하고 피부색의 비율과 특정한 동작, 신음소리 등을 분석해 음란물 여부를 파악하다는 것이 요지다.
◇색(色)·소리·동작 조합으로 잡아낸다=현재 음란물 차단은 웹사이트의 경우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사이트 주소를 수집해 통신사의 협조를 거쳐 차단한다. 하지만 P2P로 유통되는 동영상은 차단SW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PC내 음란물 차단SW는 종류가 다양하지만 대체로 기술은 유사하다.
대표적인 게 '금칙어' 차단 방식과 콘텐츠의 전자지문격인 '해시(hash)' 데이터를 검출하는 방식이다.
금칙어의 경우 음란물에 자주 쓰이는 특정 단어, 가령 '여대생'이나 '가슴' 등이 파일이름에 포함되면 차단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 경우 파일명이 바뀌면 무용지물이다. 실제 청소년들은 각종 특수문자를 조합한 이른바 '외계어'를 파일명에 활용하는 사례도 적지않다.
동영상 데이터의 요약정보인 '해시 값'을 활용하는 경우 이 보다 정밀하지만 문제는 파일자체가 수정된 경우다.
가령 120MB 크기인 'A양 동영상'이라면 기존 파일이 그대로 유통되는 경우, 파일크기와 해시값을 복합적용해 차단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파일을 편집하거나 재생용 코덱을 바꾸는 경우 용량과 해시값이 수정돼 파악이 어렵다는 것이다.
반면 ETRI가 개발한 '폰프리'의 경우 피부색과 인체의 형태, 동작의 특성, 소리 등 콘텐츠 내용 자체를 분석하는 방식이 적용됐다.
사실 피부색의 비율을 따지는 방식은 이미 수년전부터 연구돼 왔지만 상용화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피부색이 자체만으로는 일반 동영상과 음란물 구분이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특정 인종의 피부색은 가구나 모래의 색상정보와 유사하다는 것이다.
↑ ETRI가 개발한 음란물 차단프로그램 '폰프리'의 스마트폰용 제품 개념도. 현재 서버용과 PC용외에 안드로이드앱으로도 개발됐다.
ETRI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피부의 질감과 사람의 신체모양을 함께 적용해 정확도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음란 행위시 반복되는 동작의 유형을 더하고 신음소리 정보 등을 총체적으로 판단해 음란물 여부를 가린다. 이는 동영상 콘텐츠 자체를 분석하는 기술인만큼 금칙어나 해시분석과 달리 편집 수정시에도 어려움이 없다는 것이다.
ETRI 관계자는 "실험결과 일반적으로 유통되는 고화질 음란 동영상의 경우 100% 차단 가능하지만 동영상의 화질이 떨어지거나 잡음이 많은 경우는 오류가 더러 있다"면서도 "그렇다 해도 그동안 차단기술에서 진일보한 것은 분명하다"고 자신했다.
정부는 연내 P2P 사이트 등록제를 시행하면서 등록요건에 이 차단 시스템 설치를 의무화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P2P업체는 수시로 음란물을 걸러내야 한다. 스마트폰용 상용 제품도 개발해 연내 보급에 나설 예정이다.
◇기술 진화보단 부모 관심 시급=문제는 이같은 기술적 진화와 정부의 정책 의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위적 차단의 한계가 뚜렷하다는 점이다.
가령 해외 포르노 사이트의 경우 온라인 스트리밍 방식이 많은데 이는 현재 기술로는 차단이 어렵다. 실시간 동화상을 분석하는 데는 상당한 기술력과 PC자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PC 차단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거나 설치 뒤 청소년이 삭제할 경우 의미가 없다. 특히 개인이 휴대하는 스마트폰은 부모의 지속된 관심이 없는 한 차단 SW 설치자체가 여의치 않다.
실제 여성가족부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이 있는 가정의 60%가 유해물 차단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았다.
결국 기술적 제제에 앞서 올바른 성가치관 형성을 위한 부모의 꾸준한 관심과 상담, 청소년 스스로의 자각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네티즌은 "청소년들이 해킹까지 하는 수준인데 숨기고 막는 게 능사가 아니라 아이들을 바르고 정확히 가르치려는 부모의 관심과 성교육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