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취업' 직업군인 인기
취업난에 안정적 직업 선호…대학 2014년 정원 5400명 달해
정부도 부사관 양성 위해 전문대에 'RNTC'제 도입
[ 임기훈 기자 ]
경기 안양시에 있는 전문대학인 장안대 신입생 최모군(20)은 직업군인이 되기 위해 올해 이 대학에 입학했다. 평생 직업군인이었던 아버지의 영향도 컸지만 고교 시절부터 안정적인 직업을 찾는 것을 진학의 목표로 삼다 보니 군인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는 “어차피 가야 할 군대고 취업난에다가 취업 후에도 자리를 걱정하는 일반 직장인보다는 직업군인이 평생 유리하다는 생각에 군사학과 진학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취업난 속에 대학들의 군(軍) 관련 학과가 잇따라 정원을 늘리는 등 인기 학과로 부상하고 있다.
11일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전국 4년제 대학 및 전문대학의 군사학과 입학정원은 5400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2년(3914명)에 비해 37.9%, 지난해(3792명)에 비해서는 42.4%나 늘어난 것이다. 전문대와 4년제 대학 중 군 관련 학과가 개설된 학교는 올해 기준 93개에 달한다. 4년제 대학의 관련 학과는 일부 대학의 폐교로 2012년 16개에서 올해 13개로 줄어든 반면 전문대학은 2012년 48곳에서 올해 80곳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최근 전문대학의 군사학과가 늘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취업난이다. 불황으로 취업난이 심해지자 직업군인의 길을 택하는 학생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해당 학교들도 전략적으로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앞다퉈 군사 관련 학과를 개설하고 있다. 현재 전국 약 50개 대학에 설치된 부사관학과 학생은 재학 중 별도의 군사교육을 받지 않는다. 재학 시절 전술학 등을 수강하고 졸업 후 부사관후보생 시험에 합격하면 17주의 교육을 받은 뒤 즉시 임관한다.
정부가 추진 중인 부사관 양성 프로그램도 군사학과 개설 열풍과 맥이 닿아 있다.
국방부는 양질의 부사관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내년 8월부터 전문대에 RNTC(Reserve Noncommissioned Officer’s Training Corps) 제도를 도입하기로 하고 최근 총 6개 전문대를 선정했다. 해군은 경기과학기술대에, 공군은 영진전문대에, 해병대는 여주대에 신설된다. RNTC는 국방부와 교육부가 대학에 설치, 운영하게 된다. 2017년 임관되는 1기 RNTC 출신 부사관은 180명이다.
군사학과가 늘어나는 데 대한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양하다. 안보나 통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대학의 군사학과 설치가 늘어난다고 보는 견해가 있는 반면 경제 불황이 지속되고 청년 취업이 어려운 현실에서 직업군인이 하나의 대안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지방 전문대 군사학과 관계자는 “군사학과는 취업률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청년들의 취업 불안과 경제 불황이라는 사회적 배경이 군사학과의 인기를 높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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