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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참사-르포] “초대형 태풍 뚫고 물속 40층 건물 사무실 찾아가기”

[기타] | 발행시간: 2014.04.24일 03:31

세월호 내부 수색·구조 작업은 특수부대원들을 극한으로 내몰고 있다. 이번 구조작업의 주축을 이룬 잠수사는 해군 해난구조대(SSU), 특수전전단(UDT/SEAL) 등 국내 최정예 특수부대다. 이들은 하루에 한 번씩 30분 미만으로만 투입되는데도 격한 피로감과 고통을 호소한다. 지난 22일에 UDT 소속 상사 1명, 23일에는 잠수사 10명이 마비 등 잠수병 증세를 호소해 응급치료를 받기도 했다.

심해구조 경력 20년의 베테랑 SSU 장교인 송모 중령으로부터 세월호 작업에 대해 들어봤다. 송 중령은 서해페리호 침몰(1993년) 당시에는 직접 물속에서 수색·구조 작업을 했으며, 천안함 폭침 때는 수중 작업에 대한 기술 자문역을 맡았다.

◇초대형 태풍 속에서 작업하기=잠수사들은 현재 최대 수심 37m인 사고 해역에서 작업하고 있다. 모든 장애물은 바로 ‘수심 37m’라는 이 숫자 속에 숨어 있다.

사고 지점 조류는 통상 3노트 이상이다. 3노트면 초속 1.5m다. 지상에서 맞는 바람이라면 별거 아닌 듯 느껴지는 수준이다. 그러나 물의 밀도는 공기의 800배로 물이 주는 저항은 공기의 28배에 해당한다. 물속에서 3노트면 지상에서는 초속 42m의 바람을 맞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는 초대형 태풍의 순간 최대 풍속과 맞먹는 강도다. 게다가 침몰한 세월호 주변은 와류(소용돌이)도 형성돼 순간적으로 6노트 이상의 조류와 맞설 때도 있으며, 작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6∼7노트에서도 작업이 진행된다. 한두 사람쯤은 순식간에 바닷속으로 흔적 없이 사라질 수 있다.

물 속에서는 체온을 유지하기 어렵다. 지상에서 1∼2도는 크게 차이가 없다. 그러나 물 속은 다르다. 대중목욕탕 온탕과 열탕을 비교해보자. 온탕의 온도는 대략 40도다. 이보다 더 뜨거운 열탕은 42도 내외다. 2도에 불과하지만 온탕에서 열탕으로 들어갈 때 느껴지는 온도차는 작지 않다. 또한 지상에서 기온이 7∼10도면 큰 추위가 아니지만 물속 7∼10도(현재 세월호 수온)에서는 온몸이 마비되는 통증이 느껴진다.

수색 범위도 어마어마하다. 세월호의 길이는 146m로 여의도 63스퀘어(63빌딩)의 60%다. 40층 높이의 대형빌딩에 해당한다. 시계는 ‘0’에 가깝다. 자신의 손도 안 보일 정도다. 눈을 감은 채 손으로 더듬더듬 대형빌딩을 뒤져 사람을 찾아내는 작업인 것이다.

송 중령은 “아무리 좋은 플래시 라이트를 가지고 들어가도 물 속에서는 ‘휴대전화 조명’ 수준이다”고 말했다. “초대형 태풍을 뚫고 40층 건물의 34층 화장실을 찾아가시오. 제한 시간은 20분” 이들에게 떨어지는 미션은 이것과 맞먹는다.

◇‘아차’ 하면 목숨이…=물 속에서 닥칠 위기상황은 예측하기 어렵다. 잠수장비가 고장나거나 가이드라인이 꼬이고 조류에 쓸려 내려가기도 한다. 이 중 한 가지만 현실화돼도 목숨이 오간다. 예를 들어 갑작스럽게 잠수장비가 망가졌다고 해 보자. 수심이 30여m이니 바로 올라오면 될까. 베테랑 잠수사가 당황하지 않고 바로 대처한다 해도 위험은 크다. 호흡장비가 고장 났을 때 바로 물 밖으로 빠져나오면 즉시 잠수병에 노출된다. 최악의 경우 사망이다.

잠수병은 깊은 바다에서 잠수부들이 압축된 공기를 마시는 과정에서 몸속으로 들어간 질소가 원인이다. 거듭된 잠수 과정에서 질소가 체외로 빠져나가지 않고 기포 상태로 혈액 속을 돌아다니다 잠수사가 잠수를 마치고 올라오면 질소가 팽창한다. 실명되거나 심장마비 등으로 사망하기도 한다. 이를 피하기 위해 잠수사들은 시간을 두고 5∼10m씩 천천히 수면위로 올라오며 잠수 후에는 챔버(감압 장치)로 충분한 휴식을 취한다.

내부 수색을 위해 몸과 연결해 들어가는 생명줄이 선체 내부의 전선들과 꼬이거나 장애물과 얽히면 밖으로 빠져나오는 게 불가능해진다. 따라서 잠수사들은 늘 2인 1조로 수중에 투입된다. 송 중령은 “서해훼리호 사고 당시 인양 작업에 투입됐다가 펄 속으로 빨려 들어간 경험이 있다”며 “함께 입수했던 잠수사가 발목을 잡지 않았으면 죽었다”고 했다.

잠수를 오래 하면 뼈가 썩는 ‘이압성 골괴사’에도 시달린다. 이 병은 혈액순환이 잘 안 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신적 외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특수부대원이라도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암흑 속에서 부패된 시신을 손으로 건져내는 일은 쉽지 않다.

송 중령은 “잠수사들은 도전정신이 유달리 강한 사람들일 뿐 슈퍼맨이 아니다”며 “남들처럼 대학 교육 받은, 누군가의 아들이고 아버지고 남편이라는 사실을 국민들이 기억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진도=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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