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룡강신문=하얼빈) 역대 월드컵 거리 응원장에선 '없어서 못 팔던' 치킨과 붉은 악마 티셔츠는 이날만큼은 인기가 없었다.
전날 밤 11시부터 한국 영동대로에서 치킨을 팔았다는 이준희(43)씨는 가지고 온 닭 100마리 중 17마리를 팔았다고 했다. 1만7000원(한화, 이하 동일)이던 가격을 1만원으로 낮췄지만 치킨을 사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씨는 "치킨이 없어서 못 팔았던 2006년, 2010년 월드컵 때를 생각해 넉넉히 가지고 나왔는데 아르바이트생 3명의 인건비도 못 남겼다"며 울상을 지었다. 광화문광장도 상황은 비슷했다. 치킨집을 하는 이승헌(27)씨는 "20마리를 튀겨 왔는데 오전 7시까지 딱 3마리 팔았다"고 했다.
응원 도구는 더 안 팔렸다. 영동대로에서 2000원짜리 방석쿠션을 팔던 김모(56)씨는 "4시간 동안 5개 팔았다"고 했다. 붉은 악마 티셔츠를 판매하던 김모(34)씨도 "2010년 월드컵 때 저녁 경기에는 한 장에 1만원씩 600장을 팔았는데 오늘은 달랑 1장 팔았다"고 했다. 실제로 대다수 응원객이 응원 도구를 이용하지 않고 조용히 즐겼다.
'거리의 상인'들은 자신들이 외면당한 이유를 경기 시간 탓으로 돌렸다. 한 상인은 "출근 전 잠시 경기만 보고 서둘러 출근하는 응원객들이 많았고 다들 출근하는데 거리에 앉아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이기도 부담스러웠던 같다"고 말했다. 영동대로의 응원객 김모(26)씨는 "날이 밝아 주변에 차와 사람들이 돌아다니는데 앉아서 먹기 꺼려졌다"고 했다.
시민들은 거리에 음식판을 펼치는 대신 응원장 인근 24시간 편의점이나 일찍 문을 연 커피숍, 음식점에 삼삼오오 찾아들었다. 광화문광장 인근 편의점들은 가게 밖에 부스를 두고 생수와 음료, 김밥 등을 팔았다. 영동대로 근처 편의점 점원 이모(32)씨도 "평소보다 매출이 서너 배 늘었다"고 밝혔다. 영업시간을 연장한 광화문광장 근처 커피 전문점에는 붉은 티셔츠 차림의 응원객들이 앉아 있었다. 밤새 영업을 한 패스트푸드점에도 손님들이 줄을 이었다.
출처:조선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