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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혁 독서만필 9] 계률을 뛰여넘은 사랑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14.08.06일 16:12
장애령의 단편소설 《색계》


《색계》의 표지와 작가 장애령

일전 메가톤급 소식 하나가 영화팬들의 신심을 강타했다. 중국의 톱스타 탕유(汤唯)가 함께 영화작업을 했던 한국영화감독과 결혼한다는 장미빛소식이였다. 중국의 최대 포털사이트인 시나닷컴은 즉각 탕유의 결혼소식을 메인에 걸었고 여기에 누리군들이 단 댓글만도 무려 20만개가 넘는 등 이들의 결혼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을 보였다.

탕유라는 톱스타를 세상에 알린 영화는 바로 《색계》(色戒)였다. 한 화려한 용모의 녀배우의 신변잡기에 대해 수천수만의 팬들이 열광하고있지만 또 다른 한 출중한 재기(才气)의 녀인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하고있다. 바로 《색계》의 원 저자 장애령(张爱玲)이다.

《색계》는 1930~1940년대 상해에서 작품활동을 했던, 중국의 현대문학사에서 《필적할 사람이 없을 정도로 뛰여난 재주를 지닌 녀자(旷世才女)》로 불리는 장애령의 단편소설이다.

항일전쟁시기 대학가에서 항일연극에 투신했던 왕가지(王佳芝)는 애국적열정에 불타는 청년 광유민(邝裕民)이 주도하는 항일단체에 가입한다. 광유민에 호감을 느낀 왕가지는 그가 주도한, 상해의 친일파의 주요인물인 《역선생(易先生)》을 암살하는 계획에 동참한다. 그녀의 임무는 자신의 신분을 위장하고 역선생의 마누라에게 접근하여 신뢰를 쌓은후 역선생에게 다가가는것이다. 하지만 몸을 던져 역선생의 마음을 얻은 왕가지는 연기가 아닌 실제 사랑을 느끼게 되며 곧 비극적인 운명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게 된다.

《색계》는 상해에서 실제로 있었던 사건을 바탕으로 씌여진 소설이라고 한다. 이 소설은 장애령 스스로가 가장 아끼는 작품이였다. 1950년대에 초고가 완성되였으나 30년 가까이 탁마를 거쳐 1978년에 《망연기(惘然记)》라는 제목으로 발표되였다.

장애령은 좋은 집안에서 태여났다. 그의 조모는 바로 청나라 말기 양무운동을 주도한 리홍장의 딸이였다. 1938년에 런던대에 입학했지만 전쟁의 발발로 류학을 포기하고 향항대에 입학했는데 그마저도 1941년 일본군이 향항을 점령하자 공부를 중단하고 상해로 돌아와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첫번째 향로(第一香炉)》, 《경성지련(傾城之恋)》, 《붉은 장미와 흰 장미(红玫瑰与白玫瑰)》 등 많은 주옥같은 작품들을 쏟아내 큰 명성을 얻었다. 당시 그녀의 나이가 불과 20대 초반이였다.

24세에 괴뢰정부의 관리였던 매국노 호란성(胡兰成)과 결혼을 하면서 많은 비판적인 론난에 휩쓸리기도 했다. 그후 남편에게 다른 녀자가 있음을 알고 1년 6개월만에 리혼했다.

1955년 미국으로 갔고 뉴욕에서 30살 년상인 미국 작가와 두번째 결혼을 했다. 미국에서의 생활도 순탄치만은 않아서 그녀는 지독한 가난과 고독과 싸우게 되며 생계를 위해 영화사에 씨나리오를 쓰기도 했다. 결혼 11년만에 남편과 사별하고 이후 줄곧 혼자서 쓸쓸한 황혼을 보냈다. 1995년 9월 미국 LA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채 발견되였다.

지금은 가장 뛰여난 중국현대녀류작가로 추앙받고있지만 한때 장애령의 귀족적이고 사치스런 사랑을 다룬 작품들은 그다지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그러다 1970년대 대만과 향항에서부터 일기 시작한 이른바 《장애령 열풍》에 이어 개혁개방이후에야 그의 작품은 비로소 중국문단에서 새롭게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변혁기 새로운 가치관의 혼란속에서 방황하는 중국인들에게 섬세한 필치로 감수성을 자극하며 인간내면의 문제를 다룬 장애령의 작품은 커다란 매력이 아닐수 없었던것이다.

장애령의 소설은 영화화된 작품이 적지 않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센세이숀을 일으킨쪽과 완성도가 높은쪽으로 뽑으라면 중국인으로서 오스카상을 연거번거 수상한 명감독인 리안의 《색계》일것이다.

영화는 상영이 되자 곧 사회의 물의를 일으켰다. 바로 영화에서 나오는 파격적인 정사씬때문이였다. 관중들은 《색계》를 그저 19금 영화로만 생각했고 평단에서는 예술이냐 외설이냐를 놓고 언쟁이 높았다.

수위를 넘는 정사씬은 혹여 영화를 멜로나 에로 수준으로 가볍게 생각한이들에게는 흥미거리로 되겠지만 사실 영화가 보여주고저 하는것은 상업효과를 노린 싸구려 멜로물이 아니였다. 영화에서의 정사씬은 가혹한 시대가 만들어준 성적긴장감으로 대단히 폭력적인 퍼포먼스의 느낌을 전하면서 인물의 심리에 단단히 밀착되여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행위 이상의 의미를 담고있다.

그리하여 2007년 베니스영화제에서 《색계》는 황금사자상과 촬영상 2개 부문을 석권했다.

영화는 무려 2시간 반이 넘는 긴 편폭으로 원작의 정수를 세세하게 재해석해냈지만 소설은 수천자에 불과한 단편소설로서 단숨에 읽을수 있을 정도로 굉장히 짧다. 그리고 소설에서는 정사씬이 전혀 없다. 작품은 표면적으로는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있지만 시대의 굴곡에서 녀성의 시각으로 시대상이나 삶의 욕망 등을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보고있다.

력사의 책무를 위해 시대의 무대에 등장하여 자기의 적을 사랑하게 된 주인공은 결국 자신이 연기하던 캐릭터에 자아가 녹아들며 욕망과 책무가 역전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다른 정체성을 빌려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가혹한 시대와 맞물리며 스스로를 비극속에 몰아넣은것이다. 여기서 《색(色)》은 《계(戒)》를 넘어설수 있지만 다음순으로 《계(戒)》를 넘는다는것은 곧 존재의 파멸을 의미한다. 그 제목이 보여주듯이 소설은 경계를 넘어선 사랑과 그 파국을 그려냈다. 사랑에 대한 관념과 금지된 사랑에 대해 한번쯤 생각할수 있게 해주는 작품이였다.

편집/기자: [ 김청수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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