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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웨이의 운명 같은 사랑, 바로 이 가을이었다

[기타] | 발행시간: 2014.09.27일 13:58
[오마이뉴스 하성태 기자]

<오마이스타>는 스타는 물론 예능, 드라마 등 각종 프로그램에 대한 리뷰, 주장, 반론 그리고 인터뷰 등 시민기자들의 취재 기사까지도 폭넓게 싣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노크'하세요. <오마이스타>는 시민기자들에게 항상 활짝 열려 있습니다. 편집자 말

오스트리아의 대표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가을날>이란 시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쓰고 저주라 읽는)다.

"지금 집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지을 수 없습니다. 지금 홀로 있는 사람은 오래오래 그러할 것입니다."

천고마비의 책 읽는 계절은 무슨. 산책을 부르는 가을만큼 사랑하기 좋은 계절이 또 어디 있으랴. 릴케의 저주 마냥 지금 홀로 있는 자, 유죄일지 모른다. 아마도 25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비긴 어게인>의 이례적인 흥행 역시 가을로 접어들며 탄력을 받은 결과이리라. 존 카니 감독의 전작 <원스> 역시 2006년 9월 개봉했으니 가을 로맨스 영화 흥행 공식은 당분간 불패의 신화로 남게 될 것 같다.

그 로맨스의 계절 가을에 집이 없든 있든, 데이트용이든 교본용이든 상관없이 기어코 꺼내 보게 하는 영화가 있다. 가을을 맞은 우리가 기억해야 할 영화, 커플이 관계를 돌아보게 하고, 싱글에게는 연애 DNA나 구 남친, 구 여친의 기억을 되살려 주는 2000년대 고전(?) 영화가 여기 있다. 부디, 이 영화를 다시 보며 (혼자든 둘이든) 오래오래 그러하시기를.

<만추>, 기묘한 안개만큼이나 운명적인 3일 간의 사랑

▲ 영화 <만추>의 포스터

ⓒ CJ엔터테인먼트

이제는 '탕웨이의 남자'가 된 김태용 감독과 '중국인 한국 며느리'가 된 배우 탕웨이를 사랑에 빠지게 한 운명의 영화 <만추>. 이만희 감독의 고전을 리메이크한 이 작품은 3일간 귀휴한 애나와 그에게 차비를 빌린 훈, 어색했던 두 사람이 가을밤 한적한 놀이동산에서 마음을 열게 되는 판타지 장면만으로 로맨스 영화의 반열에 오르기에 충분하다.

인물의 미묘한 감정을 화려하기보다 내밀한 영화 언어로 포착하는 김태용 감독 특유의 색채는 <만추>의 배경인 시애틀의 안개와 화학 작용을 일으키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극대화한다. 그 분위기 속에서 3일 만에 묘한 감정을 느끼는 애나와 훈의 그 미묘하면서도 마법 같은 심리를 꼭 대리 체험하시라는 것. 혹시 아는가. 이 가을, 은은한 미소로 누군가를 기다리는 애나처럼 운명의 상대를 만나(거나 지금 상대의 진가를 알아 보)게 될지.

<500일의 썸머>, 세상의 모든 톰들이여 '가을양'을 영접하라

▲ 영화 <500일의 썸머>의 한 장면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500일의 썸머>를 추천하는 이유는 살짝 엉뚱하다. 영화의 말미, 톰이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여성의 이름이 '가을(autumn)'이라서만은 아니다. 뜨거웠(다고 생각했)던 썸머(조이 드샤넬 분)와의 연애에서 한 뼘 더 성장한 톰(조셉 고든 레빗 분)은 운명의 상대를 알아보고 말을 건넨다. 얼핏 로맨스 영화의 흔하디흔한 엔딩이라고 평가절하하면 곤란하다.

시간대를 이리저리 옮겨가며 썸머와의 연애를 기억하고 추적하는 <500일의 썸머>는 어쩌면 지금 사랑하는 대상에 대한 거대한 환상이 실제로는 본인들의 착각일지 모른다는 진실을 재기 발랄하게 그려낸다. 그 달고 쓰고 아팠던 500일을 견뎌낸 세상의 모든 톰과 썸머에게 바치는 헌사인 셈이다. 각자의 썸머를 잊지 못한 분들이라면 더더욱, 운명의 '가을양'을 만나게 되기를.

<시월애>, 전지현과 이정재, 그리고 김현철의 음악

▲ 영화 <시월애>의 스틸컷

ⓒ 싸이더스

과거 '엽기녀'에서 지금은 '천송이'로 거듭난 전지현과 만년 청춘스타에서 <신세계>의 이자성과 <관상>의 수양대군으로 전성기 시절의 인기를 회복한 이정재. 둘의 14년 전 앳된 얼굴을 확인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즐거운 영화가 바로 <시월애>다. 실제 내용은 현대인의 고독,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실연의 상처 등을 감각적인 화면에 담고 있지만 말이다. 시간을 초월한 사랑이라는 설정으로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됐다지만, 지금이라면 시도하기 힘든 파격(두 남녀 주인공이 실제로 결말에야 만나는)보다 긴 여운을 남긴 건 가수이자 작곡자 김현철의 음악이다.

'천재 뮤지션'이라 불리던 총각 시절의 감성을 간직한 그의 음악은 주제곡 'You Must Say Goodbye(유 머스트 세이 굿바이)'를 바탕으로 다채로운 재즈선율로 편곡한 OST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지금과 달리 한국영화 OST의 인기가 시들하지 않았던 때다. 누구는 청승으로, 누구는 감미로움이라 받아들일 영화 속 음악은 쓸쓸하면서도 감성에 젖기 마련인 가을과 무척 잘 어울린다.

<클로저>, 가까워지면 멀어지는 당신 "Hello Stranger"

▲ 영화 <클로저>의 한 장면

ⓒ 소니픽쳐스코리아

"Hello Stranger(헬로 스트레인저)"란 명대사를 남긴 <클로저>를 꼽은 이유는 사실 역설에 가깝다. 동명의 연극을 노장 마이클 니콜스 감독이 연출한 이 작품은 만남과 헤어짐, 버림과 매달림을 반복하는 네 남녀의 얽히고설킨 관계를 간결한 구성과 사실적(이어서 거부감이 들 정도)인 대사로 승화시킨 블랙 멜로라 할 만하다. 주드 로와 클라이브 오웬의 지질한 망가짐과 나탈리 포트만의 처절함, 줄리아 로버트의 원숙함이 빛나는 연기는 꽤 능숙하게 조율돼 있다.

처음 만나 사랑에 빠지고, 떠나간 뒤에야 그 사랑이 진짜였음을 깨닫는 극 중 댄의 후회, 일견 육체적인 사랑을 중시하는 듯한 래리, 현재와 과거의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안나 가운데 오로지 한 사람에게만 집중했던 (가장 어린) 안나야말로 이 복잡하고 지저분한 관계의 승자다. <클로저>는 그렇게 가까이 다가갈수록 멀어지는 관계, 그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는 이들의 어리석음에 대해 폭로한다. 커플들이라면, <클로저>를 통해 배울 수 있는 쓰디쓴 교훈이 한둘이 아니리라.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가을에 만난 사랑 부디 이듬해 봄까지...

▲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포스터

ⓒ 스폰지

이누도 잇신 감독이 연출하고 츠마부키 사토시, 이케와키 치즈루, 우에노 주리가 출연한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2004년 10월 개봉해 국내 관객에게 일본 영화의 감성을 알린 작품이다.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 조제와 사랑에 빠지는 청년 츠네오의 이야기는 사랑에 서툰 이들이나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이들, 일상에 변화를 준 이들이 공감할 만한 구석이 크다.

예컨대 뭔가 색다른 상대, 이질적이지만 매력적인 대상에 끌렸던 이들이 종국엔 자기 처지를 돌아보고 거부하고 싶던 현실로 돌아오며 느끼는 씁쓸한 자괴감 등이다. 사실 이 작품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은 겨울 바닷가를 찾은 조제와 츠네오의 여행과 모텔 시퀀스다. 그렇지만 가장 슬픈 장면은 가을 즈음에 만나 계절이 두 번 바뀌고 이듬해 봄에 조제와 헤어지며 길바닥에서 꺼이꺼이 우는 츠네오의 오열이 아닐런지. 그러니 부디, 올가을에 사랑을 시작한 커플이 있다면 오래오래 함께 하시기를. 릴케의 저주 따윈 잊어버리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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